훈련방식·절차·규칙 등 폭넓게 논의
한국·독일·일본 첫 참가…역대 최대
22일부터 현지 적응훈련, 29일 본훈련
대규모 다국적 연합훈련인 ‘2022 피치 블랙(Pitch Black)’에 참가하는 각국 공군 전력이 호주 다윈 기지 집결을 마치고 22일(현지시간)부터 일주일 여정의 현지 적응훈련에 돌입한다. 이를 위해 20일에는 모든 참가국 조종사·관계자들이 처음으로 한데 모여 훈련방식·절차·규칙 등을 폭넓게 논의하는 ‘매스 브리핑(Mass Briefing)’이 개최됐다.
참석자들은 오는 29일 개시하는 본훈련에서 전개할 연합작전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공역 입·출항 절차, 훈련규칙, 관제 절차, 비상 절차, 안전교육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이보다 하루 앞선 지난 19일 오전엔 현지 매체 대상 언론 브리핑이 열렸다. 피치 블랙 훈련단장인 팀 올솝 호주 공군준장이 주관한 행사에는 참가국 훈련단장들도 함께했다. 각국 현장지휘관들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성공적인 훈련을 다짐했다. 이어 올솝 단장이 대표로 브리핑을 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했다.
올솝 단장은 먼저 올해 피치 블랙 훈련 참가국과 훈련방향·목표를 소개했다. 또 코로나19 장기화로 2018년 이후 4년 만에 재개된 이번 훈련의 의미를 전달했다. 올솝 단장은 “피치 블랙 훈련은 참가국들의 상호운용성과 이해도를 높여 지역안보를 강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며 “군사적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고, 전술 절차·지식을 공유하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특히 올솝 단장은 우리나라와 독일·일본 등 훈련에 처음 동참하는 국가를 언급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국가가 이곳에서 다양한 항공기로 훈련을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번 훈련에 우리나라는 KF-16 전투기와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를 투입했다. 호주 공군의 F-35A 전투기와 독일 유로파이터 타이푼(Typhoon), 인도 수호이(Su)-30, 일본 F-2 등도 첫 번째 참가다.
이날 오후 4시 30분에는 지난 18일 중원기지를 출발한 우리 공군 KF-16 전투기 편대가 다윈 기지 활주로에 안착했다. 필리핀 클라크 기지에서 하루를 기착하고 다시 출발한 지 4시간 30분 만이었다. 1번기를 필두로 나머지 전투기와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도 무사히 착륙했다.
지상유도차량(Follow me car)을 따라 전투기들이 주기장에 다다르자 기다리고 있던 본대 장병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조종사들을 환영했다. 조종사들도 불끈 쥔 두 주먹을 들어 올리며 환호에 화답했다.
안전하게 주기를 마친 전투기의 엔진이 멈췄고, 캐노피가 열렸다. 주변으로 몰려든 장병들의 박수·환호가 다시 한번 쏟아졌다. 조종사들이 내리자 동료들이 다가가 얼싸안았다. 적도의 더위를 뚫고 남반구로 건너온 조종사들은 동료들이 건넨 차가운 물을 마시며 기쁨의 순간을 만끽했다.
현장에는 셰인 맥브라이드(중령) 피치 블랙 훈련단 참모장도 얼굴을 보였다. 맥브라이드 참모장은 호주 공군을 대표해 우리 조종사들에게 환영인사를 건넸다. 맥브라이드 참모장은 1번기 조종사에게 다가가 “장시간 비행을 극복하고 호주에 온 걸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격려했다. 이에 1번기 조종사 허준 소령은 “감격스럽다”며 “지금 도착했지만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훈련에 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해는 뉘엿뉘엿 저물었지만 장병들의 하루는 끝나지 않았다. 전투기 정비·점검이 남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필리핀을 거쳐 호주까지, 다양한 날씨·기후에 걸친 장시간 비행이었기에 평소보다 더욱 꼼꼼한 살핌이 필요했다. 비행 후 점검항목에 따라 세밀한 정비·점검이 야간까지 계속됐다. 묵묵히 기체를 점검하던 정비사 배대일 상사는 “전투기가 활주로에 안착하는 순간 큰 감동을 받았다”며 “전투기들이 훈련 기간 완벽히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한편 우리 전투기 착륙에 앞서서는 인도네시아 F-16A 전투기 6대가 다윈 기지에 도착했다. 이때 우리 공군 정비사들이 달려나가 이들의 유도·주기를 돕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정비사들이 통관에 지연을 겪어 전투기보다 도착이 늦어지자 같은 F-16 계열 전투기를 운용하는 우리 공군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 인도네시아 조종사들은 우리 정비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엄지를 치켜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