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근수 기고] 군 생활의 세 번째 10년

입력 2022. 08. 08   16:17
업데이트 2022. 08. 0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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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근수 원사 육군특수전사령부 귀성부대
허근수 원사 육군특수전사령부 귀성부대

삶의 방향은 개인의 사연과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내가 수십 년 전 청운의 꿈을 안고 선택한 군인의 길이 어느덧 세 번째 10년을 맞이했다.

그 누구도 이 길을 가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았고, 이 길이 어떤지 알려주지 않았다. 단지 내가 선택했을 뿐이다.

지난 30년간 나는 강원도 전방 독립중대에서부터 해외 분쟁지역인 이라크와 레바논을 거쳤다. 최정예 특전사로서 낙하산을 타고 강하하며 생사의 고비를 세 번이나 넘겼다.

또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었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

육군 정복에 붙어 있는 여러 휘장과 약장이 군 생활의 경력을 대변해주듯이, 첫 10년 동안은 초·중급 부사관으로서 부대에서 인정받기 위해 의욕만 앞세운 채 뛰어다녔다.

두 번째 10년 동안은 군 지식을 명분으로 원칙과 융통성의 중간에서 고민했고, 세 번째 10년 동안은 그동안 해온 군 생활의 장단점 속에서 깊은 고민과 반성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지금의 내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추어질지는 모르지만, 누구의 권유도 아닌 스스로의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온 과정에 비해 여전히 처음에 머물러 있으니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어느새 전투복을 입을 날보다는 입었던 날이 많아진 나의 지난 30여 년 군 생활을 차분히 정리하고 점점 무뎌지고 안일해지는 나의 사고방식을 다잡아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시간에 쫓겨 앞만 보고 부지런히 달려와 부사관의 최고 계급에 오르는 동안 정말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보고, 이제는 주변을 돌아보며 또 다른 시간을 위해 천천히 준비하고 계획할 일만 남았다.

누구나 삶의 방향과 목적이 있겠지만, 열심히 산다는 것과 잘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스스로 이해하기에 부족함이 많은 것 같다.

우리 인생 자체가 영원한 것이 없으니, 인생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지는 나의 결정이다.

흔히들 스스로 착각 속에 빠져 모든 것이 자신의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지난 30년 군에서 내가 견디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주변 동료들 덕분이었다. 항상 나의 옆에서 강산이 세 번 변할 때까지 동고동락해준 내 인생의 동료들에게 이 글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여러 겹의 세월이 쌓이는 동안 소리 없는 세월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고 왔고, 그들과 함께했기에 나의 인생은 어느새 바람처럼 멀리 떠나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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