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연평해전서 전사한 전우들 생각… 평생 국방에 일조 다짐

입력 2022. 07. 11   16:20
업데이트 2022. 07. 11   16:45
0 댓글
좋은 일(Job)이 생길거야 / 전역 장병 취·창업 도전기
43. LIG넥스원 곽진성 과장
 
제2연평해전 당시 참수리 357호정 전기장
팔·하반신 부상 후 전역… 2004년 LIG넥스원 입사
풍부한 전장 경험 도움… ‘신궁’ 시제품 시험업무도
“업무 결과 국익과 연결, 막중한 책임감 느껴”
 
제2연평해전 참전용사인 LIG넥스원 곽진성 과장이 유도무기 천궁 모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후배들에게 방산 분야 취업을 강력히 추천했다.
제2연평해전 참전용사인 LIG넥스원 곽진성 과장이 유도무기 천궁 모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후배들에게 방산 분야 취업을 강력히 추천했다.


한·일 월드컵의 열기가 뜨거웠던 2002년 6월 29일. 한국 국가대표팀이 사상 첫 월드컵 4위를 기록하며 전 국민이 환호했던 이날을 전혀 다르게 기억하는 이들도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 2척에 맞서 조국의 바다를 수호하다 장렬히 산화한 제2연평해전 영웅들과 그 유가족들이다. 이날 북한 경비정의 기습공격을 받은 해군2함대사령부 참수리 357호정 승조원들은 즉각적인 대응으로 도발을 응징하고 NLL을 지켜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장 고(故) 윤영하 소령을 비롯한 6명이 전사하고, 많은 승조원이 부상을 입었다. 우리의 바다를 수호한 제2연평해전 6용사와 참수리 357호정 승전용사들의 이야기는 2015년 영화로 소개돼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 그때의 전투 경험을 살려 방산기업에서 대한민국 국방력 강화에 일조하는 참전용사가 있다. LIG넥스원 곽진성(43) 과장이 그 주인공. 곽 과장은 후배 장병들에게 국익 향상에 일조하고, 비전도 밝은 방산 분야 취업을 강력히 추천했다. 글·사진=배지열 기자


전장에서 방위산업까지 ‘군과 함께’

“(승전 이후)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받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난 사람은 함께 싸우다 전사한 전우였습니다. 먼저 떠난 이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우리 국방에 어떻게든 일조해야겠다고 다짐했죠. 여러 갈림길이 있었지만 저는 방산기업을 떠올렸습니다.”

1998년 해군 전기부사관으로 임관한 곽 과장의 시작은 남들과 다를 게 없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어려워진 집에 보탬이 되기 위해 부사관을 선택했던 그는 복무하면서 군인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군이 개인의 진로에 새로운 미래를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2002년 제2연평해전은 장기복무를 꿈꾸던 곽 과장의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됐다. 당시 참수리 357호정 전기장이자 M60 기관총 사수였던 그는 쏟아지는 총탄 속에서도 용감하게 응전하다 팔과 하반신에 큰 부상을 입어 전역할 수밖에 없었다.

8개월의 치료를 마치고 사회로 복귀한 그에게 현실은 냉엄했다. 주변에서 추천받은 한 대기업 면접에서 곽 과장은 “다쳤는데 일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았고,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몸의 상처는 아물었지만 마음의 상처는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곽 과장에게 LIG넥스원이 손을 내밀었다.

그는 LIG넥스원 면접시험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대답은 전혀 달랐다. “할 수 있습니다!” 곽 과장의 외침에는 참수리 357호정 전우들의 강한 의지도 함께 담겨 있었다.

“당시는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기 전이라 어떠한 혜택도 없이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입사한 뒤 물어보니 말투에서 어떻게든 회사에 일조하겠다는 절실함이 느껴진 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반복 시험 끝 백발백중 무기 개발 쾌감

2004년 LIG넥스원에 입사한 그는 구미생산본부 생산파트와 판교 R&D센터 개발품질팀을 거쳐 현재 수출품질팀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특히 전장 경험이 업무에 많은 영감을 준다고 강조했다.

“만약 제가 그때 방아쇠를 당겼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방산기업이 품질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무기체계를 이용하는 장병이 위험해지고, 이는 전쟁에서 패배하는 결과로 직결됩니다. 주변에서 ‘깐깐하다’는 말을 들을 때도 있지만 한순간도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는 무기체계 특성상 여러 번 확인하며 불량률을 낮춰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곽 과장은 우리 기술로 개발한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新弓)’의 탐색기 시제품 시험업무를 맡기도 했다. 그는 “사람의 ‘머리’에 해당하는 탐색기 시제품 분석 계산 값이 제대로 실현되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조금씩 값을 바꾸면서 시험하다 보니 매일 10시간 넘게 장비와 씨름해야 했다”며 “개발 초기 단계는 이렇게 많은 업무량으로 고생하는 날의 연속이지만 여러 차례 시험을 거치며 백발백중 명중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그동안의 피곤함을 씻어 내는 쾌감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방산기업은 업무 결과가 국익과 연결된다는 특징이 있다. 곽 과장이 부담과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재 LIG넥스원은 천궁·신궁 등 각종 유도무기 생산은 물론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국산화 개발에 나서는 등 사업 방향을 다방면으로 확장하고 있다. 곽 과장은 “입사 당시 회사 슬로건이 ‘나는 매일 아침 출근합니다. 애국하러’였다”며 “우리가 만드는 품목이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에 더욱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역설했다.


수출 활로 뚫은 ‘K방산’의 밝은 미래


현재 우리 방산기업들이 개발·생산한 무기체계는 세계에서 호평받고 있다. 이른바 ‘K방산’ 시대가 열린 것이다.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세계 정상들을 대상으로 방산 세일즈 외교에 나선 것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곽 과장은 “수출로 활로를 모색하는 국내 방산 분야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평가하면서 “한국이 생산한 무기체계에 관심을 가진 나라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방산기업들이 수출에 필수적인 기술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후배가 방산 분야에 적극 진출하기를 바란다는 당부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방위사업은 사업 기간이 길고, 꾸준하게 유지·보수를 하는 등 긴 호흡으로 일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높습니다. 군과 방산기업은 업무환경이 비슷해 적응하기도 쉽죠. 무기체계 경험이 없더라도 정해진 규칙과 정확한 계산을 바탕으로 업무를 하는 만큼 분명 국가와 회사에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