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영 견장일기] DMZ에서 싹튼 전우사랑

입력 2022. 05. 19   15:29
업데이트 2022. 05. 1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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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장일기


김상영 육군3군단 특공연대 대위
김상영 육군3군단 특공연대 대위



전시에 비무장지대(DMZ)를 극복하고 적진으로 침투해 첩보 보고 임무를 수행하는 우리 부대는 산악군단의 DMZ 주도권 장악을 위해 올해 지난달 11일부터 공세적 DMZ 작전에 투입 중이다. 실제 침투로와 연계된 수색작전을 통해 적지종심지역작전 수행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군단의 핵심 즉응전력으로서 유사시 DMZ 및 GOP 일대 작전수행태세를 완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 6중대는 공세적 DMZ 작전에 투입한 첫 부대로 12사단 수색대대와 동반 수색작전을 수행했는데, 사전에 철저한 준비와 실전과 같은 훈련을 거듭했음에도 마음 한편에 불안과 걱정이 있었지만 오랜 기간 DMZ에서 작전을 수행해온 수색대대 작전팀원들과 함께 훈련하고 호흡을 맞춘 끝에 자신있게 작전에 투입할 수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DMZ 수색작전을 수행 중이던 어느 날, 가파른 오르막길을 마주하게 됐다. 그 순간, 앞에 가던 수색대대 용사들의 지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전입온 지 얼마 되지 않아 DMZ 작전 경험이 부족한 용사들이었다. ‘강도 높은 전투체력단련을 통해 체력만큼은 자부하는 우리도 이렇게 힘든데 저들은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곧장 팀원들과 상의해 용사들의 군장을 나눠들고 남은 작전을 완수하기로 했다. 우리 팀원들이 수색대대 용사들의 군장을 나눠들고 앞으로 나아가자 그들도 다시 힘을 내어 우리를 뒤에서 밀어주기 시작했다. 험준한 지형 속에 호흡은 거칠어지고 입에서는 단내가 났지만 결국 우리는 한마음으로 끝이 보이지 않던 오르막을 극복했고 수색작전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다. 소속도, 신분도 다른 우리가 함께 땀 흘리며 우정을 나누고 산악군단이라는 이름 아래 진정한 전우가 된 순간이었다.

작전을 마치고 주둔지로 복귀해 개인정비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우리가 도와준 수색대대 용사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찾아왔다. 보답이나 인사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지만 고맙다는 인사까지 들으니 가슴이 뭉클했다. 작전을 함께 수행하며 군장의 무게를 나눌 수 있고, 어떤 위협에도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전우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되새길 수 있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군단장님의 지휘의도인 ‘5관 3략’을 떠올렸다. ‘5관 3략’은 ‘5대 자기관리(음주, 성, 돈, 말, 보안)’와 ‘3가지(존중·배려, 칭찬·감사·웃어주기, 전우사랑) 잘하기’, ‘3가지(구타·가혹행위, 폭언·욕설·인격모독, 질책·사생활 침해) 없애기’를 뜻한다. 그동안 중대장으로서 ‘5관 3략’을 고민해왔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새롭고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전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따뜻한 말한 마디, 힘들어하는 전우에게 내미는 손길, 이 사소한 것들이 군 생활을 한층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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