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수출 연 100억 달러 돌파 눈앞
수출액이 투자 금액 넘어서
전 세계 몇 안 되는 수출국 대열에
수입국선 자국 산업과의 협력 요구
수출 통한 윈윈으로 실질적 동맹 구축
내년쯤 KF-21 AESA 달아 성능시험
2026년부터 완성된 레이다 장착될 것
국내 연구진 희생·노력 꼭 기억해야
강은호(오른쪽) 방위사업청장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홍보원 국방FM ‘국방광장’에 출연해 문성묵 진행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용학 기자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이 “방위산업은 부국(富國)과 강병(强兵)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강 청장은 국방홍보원 국방FM ‘국방광장’에 출연해 다가올 방산 수출 100억 달러 시대가 갖는 의미와 무기체계 수출 및 신무기 개발을 위한 방산인(人)들의 노력, KF-21 보라매 개발 현황 등을 소개했다. 강 청장이 출연하는 ‘국방광장’은 22일 오전 8시부터 8시 50분까지 방송된다.
“우리 정부가 방산에 투자하는 금액은 연 100억 달러 수준입니다. 방산 수출액이 이를 넘어서는 것은 어느 나라든 순수 소비 분야인 국방을 생산 분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강 청장은 올해 방산 수출 100억 달러 돌파가 기대되는 가운데 국가가 방위산업에 투자하는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도 이스라엘 등 극소수밖에 없다면서 대한민국 방산이 이 같은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방사청이 출범했던 2006~2007년도경 2억5000만 달러 정도였던 우리 방산 수출은 2021년 7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거의 30배 가까이 커진 거죠. 또 지난해 70억 달러 돌파는 어떤 수치와 비교해도 방산 수출이 방산 수입을 초과한 액수로, 우리나라가 이제는 방산 분야에서 처음으로 수출국이 됐다고 선언할 수 있는 크기입니다.”
방산 수출 넘어 ‘협력’으로 윈윈
수출 ‘효자’로 손꼽히는 K9 자주포는 지난해 연말 호주와 1조 원 규모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 초에는 이집트에 2조 원대 수출이 성사됐다. 또 지난 1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 국내 기술로 개발한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요격무기체계 ‘천궁-Ⅱ’를 수출하는 4조 원대 계약을 체결하는 등 연이은 낭보가 전해졌다.
강 청장은 첨단기술을 담은 복합무기체계들이 선진국 등에 수출된 것은 우리나라 국방과학기술이 최고 수준에 도달한 증거라고 부연했다. 강 청장은 또 호주의 경우 현지에 K9 자주포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면서 세계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방산 수출 경향을 언급했다.
“과거에는 무기체계 완제품을 사고팔았지만 지금은 어느 나라든지 자국 산업과 협력을 강하게 요구합니다. 그래서 저는 ‘방산 수출’을 양국이 서로 ‘윈윈(Win-Win)’하는 구조를 갖게 하는 ‘방산협력’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수리 부속과 기술을 공유하면 위기 때 양국의 협력이 훨씬 더 잘 이뤄집니다. 이게 실질적인 동맹의 구축이라 생각합니다.”
강 청장은 또 우수한 무기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국방과학기술 분야 연구진의 피·땀·눈물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기체계는 시험평가 과정이 가장 위험합니다. 그 이후에는 안전성이 증명되니까요. 그 과정에서 희생된 분들도 계십니다. 폭발 등 각종 사고로 연구원이 돌아가시거나 큰 부상을 입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 분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우리가 이러한 기술력을 축적했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묵묵히 현장에서 희생하는 모든 분이 꼭 기억과 기록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강 청장은 앞으로 예정된 수출에서 세계적 방산 강국과 경쟁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현재 노르웨이 주력 전차 선정을 두고 K2 흑표전차가 독일의 레오파드 전차 최신형과 경쟁하고 있으며, 호주의 레드백 장갑차 사업에서도 독일의 라인메탈과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아마 오는 11월 또는 12월 초 계약이 이뤄질 텐데 (성공한다면) 국내 방산이 거대한 시장에 진입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다음은 미국 시장이 있습니다. 미국 브래들리 장갑차 3300대를 교체하는 사업이 내년에 발표되고, 2026년쯤 계약을 맺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호주 시장을 이기고 나면 독일 장갑차를 이긴 거라 미국 시장도 훨씬 더 긍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방산 시장을 뚫고, 더 거대한 최고 선진국 방산을 뚫어 가는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KF-21 AESA 레이다 개발 순항
강 청장은 우리 기술로 개발 중인 4.5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 소식도 전했다.
“300~500㎞ 사거리의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지난해 가장 초기 시제품을 전투기에 장착·발사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항공기에서 미사일이 안정적으로 이탈하느냐를 증명했고, 거기에 엔진을 장착해 멀리 날아가게 하는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이후 우리가 계획했던 시기에 정확히 KF-21과 통합을 마칠 것입니다.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다는 이스라엘과 다른 우방국에서 실험을 해 봤으며, 올해는 다른 항공기에 달아 국내 시험을 하고 있습니다. 2023년쯤에는 실제 KF-21 시제기에 달아 성능시험을 하고, 성능이 입증되면 2026년부터 완성된 레이다가 장착될 겁니다.”
강 청장은 2006년 방사청 개청부터 지금까지 16년을 함께해 온 원년 멤버다. 방사청 내부에서 진급해 청장까지 오른 것은 그가 처음이다.
“과거 ‘방산’이라고 하면 고유명사처럼 따라오는 말이 ‘비리’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희가 먼저 각성해 방산 비리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했고, 이제는 투명성과 전문성을 상당히 인정받게 되면서 내부 출신 청장이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강 청장은 방위산업 육성이야말로 부국강병의 선순환을 이끄는 방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첨단 무기체계를 만들어 군에 공급함으로써 ‘강병’하게 하고, 방산 육성으로 해외에서 더 많이 벌어 오면 ‘부국’하는 겁니다. 또 방산 수출로 번 돈으로 기술을 개발해 강병으로 이어지고, 또 부국이 일어나게 됩니다. 방위사업청은 국방부, 각 군, 방산업체와 부국강병을 같이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