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올해 대외정책 공세적 추진 예상
미국과 우주·사이버 등 협력·경쟁 병행
우크라이나 침공엔 신중한 접근 가능성
美 쿼드 협력 맞서 中과 협력 확대 전망
한국과는 수교 30주년 맞아 관계 격상
복합적 안보환경 속 역할 유도 필요
대외정책 전망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미·러 간, 러시아-나토(NATO)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의 구조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러 간 긴장이 결합되면서 중·러 대 서방의 신냉전이 공고화될 가능성이 있다.
푸틴 대통령은 경제회복 성과 및 제8대 국가두마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올 대외정책을 공세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협력과 경쟁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은 미·러 정상회담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해외순방길에 오르는 정성을 보였다. 정상회담이 획기적인 성과를 창출하지는 못했지만, 양국이 글로벌 차원의 전략적 안정을 위한 소통 채널을 복원하고 우주 및 사이버 안보 등 민감한 의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러시아는 최근 위성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 자국의 인공위성 ‘첼리나-D’를 요격했다. 이는 향후 ‘우주 경쟁’을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주, 사이버 안보, 그리고 러시아의 인권 및 민주주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러 간 첨예한 경쟁이 예상된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벨라루스를 통해 폴란드 국경으로 유입되는 난민 행렬의 배후로 러시아를 의심하고 있다. 폴란드는 난민 유입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 지역에 군사력을 배치하면서 러시아와 나토의 군사적 위기가 재현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4월 ‘크림 플랫폼(Crimea Platform)’을 창설하면서 크림 반환을 위한 정치적 행동에 나선 가운데 러시아와 유럽연합 간의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유럽연합을 위시한 서방과 러시아의 군사적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여러 차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은 서방에 의한 ‘선동 및 거짓’이라고 강조한 만큼 러시아가 물리력을 동원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된다.
여기에 지난달 말부터 러시아군이 장기간 휴무에 돌입하는 점과 최근 코로나19 상황 악화 및 혹한기 전투력 발휘가 제한되는 점도 러시아가 군사적 옵션을 고려하는 데 제한사항으로 작용한다.
미·러 정상은 지난달 7일 화상회의를 통해 최근의 갈등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실무협상을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군사지원을 보류한 점도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전략적 유화책으로 판단된다.
2022년 시작과 함께 미·러, 러시아와 나토 간 안전보장 등 전략적 안정을 위한 정치적 협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협상력 제고를 위해 제한된 수준에서 서방과 러시아 간의 군사적 긴장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증폭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더라도, 양국이 공유하는 민족적 정체성과 우호적 인식을 고려할 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안에 신중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와 ‘하나의 민족’으로 인식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주류 민족은 각각 러시아계와 우크라이나계로 구분되지만, 이는 ‘슬라브’인을 구성하는 하위 인종 그룹이다.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 4200만 명 중 러시아계는 약 17%로 700만 명의 러시아인이 우크라이나에 거주한다. 러시아 인구 1억4670만 명 중 우크라이나계는 1.5%로 약 20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러시아에 거주한다. ‘하나의 민족 형성’을 위해 ‘하나의 민족’에 대해 ‘침공의 형태’로 러시아가 물리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하나의 민족’ 원칙을 부정하는 비합리적 결정이 될 수 있다.
최근 러시아 레바다센터와 우크라이나 국제사회문제연구소가 공동으로 주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양국 국민의 상호 인식은 우호적으로 평가된다. 여론조사에 참여한 러시아 응답자 중 83%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호적 인식을 갖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국민 중 76%는 러시아 국민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그래프 참조>.
국방정책 전망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및 쿼드 협력에 맞서 중·러 간 전략적 국방협력은 비례적으로 심화·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벨라루스 및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국경지역에서 나토와 미군의 군사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기에 대러 제재 영향 및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러시아와 유럽연합의 국방 당국 간 교류협력이 축소되는 점도 러시아-나토 간 관계개선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러시아는 극초음속 무기체계를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 대응하는 핵심 수단으로 인식한다. 러시아군은 올해 언론을 통해 극초음속 무기의 시험발사를 수차례 공개한 바 있다. MD 시스템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평가 및 최근 러시아 국방비의 감소 추세 등을 감안하면, 러시아는 극초음속 무기에 기반한 핵능력 제고를 대서방 세력균형의 핵심 수단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미·러 간, 러시아·나토 간 갈등이 고조될수록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더욱 밀착할 것으로 보인다. 중·러는 ‘서부연합-2021’을 계기로 연합지휘부를 편성하고 무기체계 및 지휘통신 장비를 연동하며 초보적 수준의 상호운용성을 검증했다.
종료 후 중·러 해군은 쓰가루 및 오스미 해협 등 일본 열도를 관통하며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동맹’에 정치·군사적 메시지로 대응했다. 지난해 11월 19일 중·러 군용기가 아태지역 영공에서 세 번째 연합 비행훈련을 시행했고, 이 과정에서 사전 통보 없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다. 중·러의 연합 군사활동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 협력에 대응하고 주한·주일미군에 대한 정보수집 목적에서 더욱 긴밀하고 고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월 29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박재민(오른쪽) 국방부 차관과 알렉산드르 포민 러 국방차관이 제4차 한·러 국방전략대화에서 국방협력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이처럼 2021년 한국과 러시아는 국방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했다. 국방부 제공
한국 안보에 대한 시사점
한·러 국방 당국 간 교류협력 활성화 및 전략적 소통 강화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지속 견인해 나갈 필요가 있다. 유라시아 평화번영을 지향하는 한·러의 공통된 인식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한국과 러시아는 2008년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하고,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양국이 공동으로 주관한 교류협력 사업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면서 한·러 관계 발전을 위한 우호적 여건이 형성됐다. 한·러 관계의 전략적 발전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 및 중·러 연합태세 차원의 작전공간 확장 등 한반도에 미치는 러시아의 군사적 영향 또한 증대하고 있다.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가기 위해 한·러 간 전략적 국방교류협력 발전이 필요한 배경이다.
2021년 한국과 러시아는 국방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했다. 한·러 국방 당국은 ‘국방협력협정’과 ‘해·공군 간 직통망 양해각서’를 체결해 국방교류협력 발전과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제도적 기반의 최적화 과정을 통한 한·러 공동의 위기관리체계 확립과 전략적 소통을 통한 신뢰 구축은 중요한 후속 과제이다. 차관급 국방전략대화를 정례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외교·국방(2+2)’ 협의체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방부 및 합참, 각 군에서 운용하는 정례협의체 정비를 통해 대러 국방교류협력의 시너지 제고를 위한 인식의 전환도 요구된다.
한반도는 미·중 간 전략경쟁 및 미·러 간 전통적 경쟁이 심화되는 복합적 안보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이러한 안보환경이 한반도에 위협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한·러 간 전략적 교류협력 추진이 필요하다. 신북방정책의 모멘텀을 지속 유지하고 안보분야와의 연계성을 모색해 보다 높은 수준에서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관여를 유도하는 기민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