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11월 '지프'의 전설이 시작되다

입력 2021. 11. 10   11:17
업데이트 2021. 11. 1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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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톤 4륜 구동 소형 군용차량의 레전드로 평가되는 윌리스 쿼드. 1940년 11월 10일 촬영된 사진이다.
1/4톤 4륜 구동 소형 군용차량의 레전드로 평가되는 윌리스 쿼드. 1940년 11월 10일 촬영된 사진이다.

‘지프(Jeep)’라는 애칭으로 명성이 높은 소형 군용차량의 레전드, ‘윌리스 쿼드(Willys Quad)’가 1940년 11월 11일, 제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이자 미국 재향군인의 날에 맞춰 첫 선을 보였다.


이어 이틀 뒤인 11월 13일 미 육군에 테스트용으로 정식 납품되었다. 윌리스 쿼드는 개발·제작사인 윌리스 오버랜드(Willys-Overland)의 윌리스, 4륜 구동(4x4, 4Wheel Drive)를 뜻하는 쿼드(Quad)를 합성한 이름이다. 애칭인 지프는 그 어원이 어디서 시작돼 전파되었지 분명하지 않지만 제작사는 1943년 ‘jeep’ 상표권을 획득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 미 육군은 전장에서 모터사이클이나 사이드카를 대신할 1/4톤 정도의 무게를 가진 소형의 정찰차량(light reconnaissance vehicle)을 필요로 했다. 앞서 미 육군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마자 이런 소형의 차량을 획득하려 했지만 그때까지도 의회는 예산을 허락하지 않았다.


독일은 1937년 G-왜건(G-Wagon 또는 G-Bargain)의 뒤를 잇는 모델로 기동성이 뛰어난 G-5를 개발, 유럽 전장에서 진가를 발휘하며 연합군에게 충격을 주고 있었다.


미 육군은 1940년 7월 미국의 135개 자동차제작회사에 소형정찰차량 개발을 제안했다. 사양을 보면, 필수적인 4륜 구동을 비롯해 1300파운드 이내의 중량, 0.25톤 이하의 적재능력, 3개의 좌석, 휠베이스 2,032mm, 최대 속도 80km/h 등을 요구했다. 제작 기간이 짧은 데다 요구사양이 만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자동차 회사 중 입찰에 나선 곳은 밴탐(Bantam), 포드(Ford), 윌리스-오버랜드 등 세 곳에 불과했고 그나마 제시기간 내에 시제품을 납품한 곳은 밴탐 뿐이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밴텀 역시 입찰에서 최종 승리자가 되지 못하고 계약에 실패했다. 


윌리스 쿼드를 미 육군 요구에 맞게 개량한 윌리스MA. 윌리스 군용 모델 A라는 뜻이다.
윌리스 쿼드를 미 육군 요구에 맞게 개량한 윌리스MA. 윌리스 군용 모델 A라는 뜻이다.


미군은 고심 끝에 입찰 조건을 낮췄고 윌리스-오버랜드는 밴탐과 포드와 함께 다시금 도전한 결과, 1940년 11월 13일 캠프 홀라버드(Camp Holabird)에서 ‘윌리스 쿼드’를 납품할 수 있었다.


쿼드는 미 육군이 청사진을 지원한 탓에 밴텀이 최초 제안한 BRC-60과 외관상 유사점이 많았지만,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델마 바니 루스(Delmar G. "Barney" Roos)가 설계한 윌리스 L134 엔진을 탑재한 점이 특징이다. 고-데빌(Go-Devil)로도 불리는 이 엔진은 60마력의 힘을 자랑하며 경쟁사 제품들을 능가하는 성능을 보였다.


그럼에도 쿼드 역시 아직은 기대보다 무거웠고 재설계가 필요했다. 윌리스 오버랜드는 1941년 쿼드를 개량한 ‘윌리스 MA(Military, model A)’를 내놓았으며 그해 7월 5일부터 1,553대를 생산돼 실전배치와 함께 크게 활약하기 시작했다.


제작사는 이어 MA를 더 실전적으로 완성도 높게 ‘윌리스 MB’로 개량했으며 이는 36만 1339대가 생산됐다. 그리고 경쟁업체인 포드가 윌리스의 디자인과 엔진을 받아 1942년부터 ‘포드GPW’라는 이름으로 27만 7,896대를 생산해 '지프'는 산악과 사막을 포함한 제2차 세계대전 중 전장 곳곳에서 지휘와 정찰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다.


윌리스-오버랜드에서만 36만 대 이상 생산된 윌리스MB.
윌리스-오버랜드에서만 36만 대 이상 생산된 윌리스MB.


윌리스-오버랜드는 전쟁 중이던 1943년 ‘지프’를 상표 등록한 후 1944년 첫 번째 민간 지프(Civilian Jeep)라는 이름의 CJ-1A를 내놓았고 1945년 8월에는 CJ-2A가 완성했다고 발표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지프는 주로 참전용사를 위한 승용차와 화물차로 사용됐고, 민간용 지프는 미국에서 승용차와 레저용으로, 유럽에서는 농·축산용으로 폭넓게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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