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 국가에 우리 군 노하우 전수 등 기여 확대해야

입력 2021. 10. 18   16:47
업데이트 2021. 10. 1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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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기고②-PKO 역사 속 우리 군의 과거·현재로 본 미래 천경진(육군중령) 유엔본부 군사실 파견장교


1993년 소말리아 파병 시작으로 유엔임무단 군 최고사령관까지 배출
평화유지장관회의 주최 계기로 PKO에 대한 국민적 지지 공고히 해야
정책 개발·역량 확충 위해 PKO센터 역할 확대·전문가 양성 검토를

평화유지활동의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유엔은 평화유지군의 임무 능력 향상을 강조한다. 사진은 천경진(왼쪽) 육군중령이 지난 7월 카메룬군 파병부대를 방문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  사진 제공=천경진 육군중령
평화유지활동의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유엔은 평화유지군의 임무 능력 향상을 강조한다. 사진은 천경진(왼쪽) 육군중령이 지난 7월 카메룬군 파병부대를 방문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 사진 제공=천경진 육군중령
유엔본부 군사실 부대평가팀에서 근무 중인 천경진(가운데) 육군중령이 지난 7월 파병을 앞둔 카메룬군의 임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모습.  
 사진 제공=천경진 육군중령
유엔본부 군사실 부대평가팀에서 근무 중인 천경진(가운데) 육군중령이 지난 7월 파병을 앞둔 카메룬군의 임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모습. 사진 제공=천경진 육군중령
지난달 14일 제76차 유엔총회 회기가 시작됐다. 세계 주요 정상들이 참여한 유엔총회 고위급회의에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 이슈는 올해도 어김없이 모두의 주요 관심사였다.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 이슈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화두였고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은 1948년 개시된 이래 국제사회의 분쟁 해결을 위한 제반 활동의 핵심 역할을 해 왔다. 우리나라가 1991년 유엔에 가입한 이후 우리 군은 1993년부터 유엔 PKO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유엔 가입 30년을 맞는 지금, 우리 군의 과거와 현재를 유엔 PKO 역사 속에서 되돌아보고, 미래의 기여 방향을 내다보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할 수 있다.

유엔 PKO의 역사, 우리의 발자취
1948년 유엔 예루살렘정전감시단(UNTSO)이 활동을 개시한 이래 현재까지 71개 유엔 PKO 임무단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지금은 121개 회원국에서 파견된 8만7000여 명(군 6만7000여 명)이 12개 임무단(아프리카 6, 중동 3, 유럽 2, 아시아 1)에서 활동하고 있다.

유엔 PKO는 2차 대전 직후 태동해 비무장이거나 경무장한 PKO 요원들이 분쟁지역에 파견됐다. 중무장한 평화유지군의 시초는 1956년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면서 발생한 위기에 대처하고자 파견된 유엔 긴급군(UNEF-I·UN Emergency Force)이었다.

냉전 이후 분쟁의 성격이 다양화하면서 유엔 PKO는 수적으로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활동영역도 전통적 평화유지 임무에서 점차 진화했다. 현재는 국가경영체제 지원, 치안 분야 개혁, 무장·동원 해제, 전투원들의 재사회화, 민간인 보호, 선거 지원, 인권감시 등의 복합적인 임무로 전환됐다.

지난 70여 년간 유엔의 PKO는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가장 유용한 도구로 인식됐다. 분쟁의 주체가 불분명하고 그 원인 또한 복잡해지는 현대 분쟁의 성격에 비춰볼 때 PKO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물론 유엔의 핵심활동이 될 전망이다.

우리 군은 1993년 소말리아에 상록수부대를 파견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6개 유엔 평화유지임무단에 정전·선거 감시요원 및 참모장교, 보병부대 2개(동티모르·레바논), 공병부대 4개(소말리아·앙골라·아이티·남수단), 의무부대 1개(서부사하라)를 파견하며 의미 있는 기여를 해왔다. 특히 소말리아·앙골라·아이티에 파견됐던 공병부대와 서부사하라에 파견됐던 의무부대는 20~3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유엔 내외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현재 우리 군은 4개 임무단(레바논, 남수단, 서부사하라, 인도·파키스탄)에 500여 명(병력 기여 37위 수준)의 PKO를 파견하고 있다. 동명부대(레바논)와 한빛부대(남수단)는 임무를 훌륭히 수행함은 물론 지역의 숙원사업들을 해결해 유엔본부와 현지 임무단은 물론 지역 주민과 현지 정부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이러한 평가와 기대에 힘입어 지난 28년간 우리 군은 사이프러스임무단 군사령관, 인도·파키스탄정전감시단장 등 유엔임무단의 군 최고사령관들을 배출하는 성과를 이뤘고 더 많은 기여를 요청받고 있다.

PKO 환경의 변화, 대응을 위한 포괄적 노력: A4P(Action for Peacekeeping)
현재 유엔은 정전감시 위주의 전통적 PKO가 필요한 지역보다 폭력의 주체가 불분명하고 지켜야 할 평화가 없는 지역에 인원 대부분을 운용하고 있다. 유엔은 전체 평화유지군의 약 80% 규모를 ‘빅4 미션(남수단·말리·중앙아·콩고)’에 파견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위협요소가 다양하고 이에 대한 예측도 매우 어려워 감시·경고·대응에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8년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평화유지구상(A4P)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150여 회원국 및 지역 기구는 A4P를 지지하면서 동 선언 이행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A4P가 강조하는 8대 핵심 분야는 △정치적 해결 △여성과 평화안보 △민간인 보호 △안전 △임무 수행 능력 및 책임 △평화 구축 및 평화 지속화 △파트너십 △행동강령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2차 임기에 들어서면서 A4P 이니셔티브 추진 동력을 배가하기 위해 사무국이 2021~2031년 집중해야 할 분야(A4P+)로 △정치 전략을 위한 포괄적 응집 △전략 및 작전적 통합 △역량과 마인드 셋△평화유지 요원들에 대한 책임 △평화유지 요원들의 책임 △전략적 대화 △접수국과의 의사소통 등 7대 분야와 여성의 영향력 확대(상기 7대 분야와 병행)를 제시했다.

유엔안보리도 A4P와 연계해 PKO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회원국과 국제사회의 지지·협력을 촉구하는 3대 결의를 채택했다. 평화유지활동 임무 수행 능력(Peacekeeping performance, SCR 2436/ 2018), 안전(Safety and Security, SCR 2518/2020), 여성의 평화유지활동(Women in Peacekeeping, SCR 2538/2020) 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러한 배경 아래 유엔은 PKO 환경이 점차 복잡해지면서 요구 대비 평화유지군의 실제 보유 역량의 간극을 보충하기 위해 △헬기 △부대방호 장비 △기동성 있는 부대(예비대·특수부대·신속대응부대 등) △지원부대(공병·수송·통신·의무·항공 등) △정보 자산을 포함한 첨단기술 △훈련 △여성의 평화활동 참여 확대 △리더십 강화 등에 대한 지원을 회원국들에 요청하고 있다.

2021 평화유지장관회의: 기여와 기회
유엔이 필요로 하는 상기 역량들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회원국의 정치적 지지와 실질적 기여가 긴요하게 필요하다. 유엔 평화유지장관회의는 병력공여국의 PKO 관련 장관급 인사들이 참가하는 유엔 최고의 PKO 관련 회의이기 때문에 유엔이 필요로 하는 소요에 맞춘 공약을 이끌어내는 최적의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2014년 현 바이든 미국 대통령(당시 부통령)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변화하는 PKO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평화유지 정상회의를 주최해 PKO에 대한 회원국 정상급 인사들의 관심을 모으는 기초를 마련했다. 이듬해에는 오바마 미 대통령과 반 전 사무총장이 후속 회의로 이으며 병력공여국들의 맞춤형 기여를 독려하는 동시에 회원국의 대규모 공약을 이끄는 데 성공했다. 2016년부터는 회원국의 기여공약 유치, PKO 중요 이슈 논의, 회원국의 정치적 지지 모멘텀 유지 등을 위해 평화유지국방장관회의로 개최(2016년 영국, 2017년 캐나다)되다가 2019년(유엔 개최)부터는 미국의 제의로 평화유지장관회의로 명칭이 변경됐다.

오는 12월 우리나라가 주최하는 평화유지장관회의는 A4P 선언 이후 회원국이 주도하는 첫 번째 회의다. 코로나19 여파로 직전 회의 이후 장기간(약 27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개최된다는 특성 때문에 유엔과 회원국 및 지역 기구의 기대와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러한 세계적 관심 속에서 평화유지장관회의를 주최하는 것은 우리의 PKO 기여를 확대하고 그 영역을 넓힐 아주 유용한 기회다.

이번 회의에서 우리 군이 유엔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 기여를 선도하고 여타 회원국의 의미 있는 공약을 이끌어 낸다면 PKO 영역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임은 물론, 향후 PKO에 대한 이슈를 선도하면서 명실상부한 리딩그룹(공동의장국)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평화유지장관회의 주최는 우리 군의 PKO에 더욱 공고한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번 행사에 맞춰 우리 군이 지난 28년간의 PKO와 그 의미를 국민에게 종합적으로 보고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한다면 향후 우리 군의 PKO 역량 강화를 위한 동력을 얻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간 우리 군의 PKO 기여는 병력(개인·부대)에 주로 한정됐으나 이에 더해 미래에는 우리가 더 잘할 수 있고 더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기여와 역량 개발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 군은 공병·의무부대, 우수 장비(지뢰방호차량·지뢰제거 장비·장갑차·헬기·함정·수송기), 정보자산, 정보통신(IT) 기술, 훈련·교관, 평화유지활동 후발 국가들에 대한 우리 군의 노하우 전수 등의 기여를 확대해 나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변화하는 환경과 유엔의 방향에 부합하는 우리 군의 PKO 정책 개발과 평화유지 역량 확충을 위해서 PKO센터의 역할·규모 확대, PKO 전문가 양성·확보 등도 이번 회의를 계기로 깊이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 군의 국제 PKO는 지난 28년간 국가정책을 지원하는 핵심 역할을 해 왔으며 군에 대한 이러한 기대는 미래에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대한민국의 유엔 가입 30년, 우리 군의 평화유지 기여 28년과 평화유지장관회의 주최에 즈음해 더욱 긴 미래를 내다보고 우리 군의 PKO 정책과 방향, 역량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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