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효섭 진중문고+] 리더의 말 그릇에 대해

입력 2021. 08. 04   16:57
업데이트 2021. 08. 0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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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말그릇』을 읽고


권효섭 중령 해군1함대사령부 부산함장
권효섭 중령 해군1함대사령부 부산함장


김윤나 지음
카시오페아 펴냄


우리 모두는 규모가 크든 작든 어느 한 부대(조직) 또는 팀의 리더거나 장차 리더가 될 사람들이다. 나는 부산함장으로서 리더십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면서 그 핵심에는 ‘말 그릇’이 있다는 결론을 지었다. 말 그릇이란 말의 근원, 곧 마음을 뜻한다. ‘말 그릇이 크다’는 의미는 ‘싫음’ 앞에서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다름’을 마주할 때는 존중의 마음에 집중하며, ‘모름’ 안에서도 성장의 마음을 발동시킬 수 있다는 의미, 즉 리더십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리더의 말 그릇(리더십)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9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 ‘MZ세대’ 등과 소통하고자 한다면 각자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대의 발전을 위해 리더에게 조직의 발전을 위한 직언을 할 수 있는 부하들이 많아야 하며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차원의 ‘대화(대놓고 화내기)’, ‘소통(소리치면 통한다고 생각하기)’, ‘공감(공개적으로 감정 상하게 하기)’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리더십은 사람을 통해서 성과를 만드는 것이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할 수 있게 하는 ‘마음’이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봐 주는 사람에게 빗장을 열고 기꺼이 협력하게 되며, 그 시작은 바로 말(言)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시구가 있다. 소위, 하사, 이병 때부터 완벽히 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들이 지나온 일생에 대해 완벽히 알기도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당장의 ‘성과’를 바라기 전에 그들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엑스트라로 시작해 조연으로 살다가 마침내 누구나가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 온다. 중요한 것은 ‘주연, 조연, 엑스트라’라는 역할은 하나의 배역일 뿐이며 작은 배역을 맡고 있다고 해서 결코 작은 배우로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함정이라는 커다란 조직 안에서도 이병에서부터 함장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역할이 있을 뿐이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고 가치 없는 역할은 없다. 수병이 하는 설거지, 청소, 각종 작업도 함장이 하는 함 운용을 위한 업무와 그 중요성과 가치는 똑같이 소중하다. 그들에게는 가치와 자부심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동기부여를 위해서 ‘가치’를 심어주는 노력과 함께, 일에서 ‘즐거움’을 찾게 해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벽화를 그릴 때 누군가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에 왜 그렇게 열심히 그리느라 고생하는가?”라는 질문에 “내가 보잖아”라고 답했다고 한다. 일하면서 웃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가. 대원들을 웃게 만들 수 있는 리더라면 최고의 그릇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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