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 외에도 ‘상대적 우위’ 보여야 中 세력 팽창 억제

입력 2021. 07. 30   15:54
업데이트 2021. 07. 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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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3차 세계대전 억제 방안


경제력, 근로자 숙련도와 전문성
정치체제 안정·과학기술 수준 중요
바이든 ‘반도체 동맹’ 구축도 그 일환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연장 선상에


저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반도체 동맹 구축 노력을 미중 양국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무력전쟁을 억제하는 방안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 11일(현지 시간) 코로나19 대유행 선언 1주년을 맞아 대국민 연설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저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반도체 동맹 구축 노력을 미중 양국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무력전쟁을 억제하는 방안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 11일(현지 시간) 코로나19 대유행 선언 1주년을 맞아 대국민 연설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하며 전 세계의 ‘경찰국가’ 역할을 해왔다. 반면 오늘날 중국이 미국을 아시아 지역에서 몰아내고 새로운 지역 패권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행보를 보인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기 1500년 이후의 세계사를 보면 중국처럼 부상하는 강대국이 미국과 같은 패권국에 도전한 경우가 15번 있었다. 그 가운데 11번은 전쟁이 벌어졌다. 1·2차 세계대전은 영국의 패권에 대항한 독일의 도전이 촉발한 전쟁이었다.

미국의 패권에 대항한 중국의 도전으로 3차 세계대전이 벌어질 가능성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30명 이상의 외교·안보 전문가 인터뷰를 토대로 만들어진 책 『웅크린 호랑이: 중국의 군국주의가 세계에 주는 함의』는 기존 패권국 미국과 부상하는 강대국인 중국 간의 분쟁 가능성을 △중국의 의도와 능력 △가능한 분쟁 지역과 전쟁 양상 △대응 방안 등 45개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의 국력이 증대될수록 미·중 전쟁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전쟁이 벌어질 경우 결과는 참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저자는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을 ‘중국에 대한 미국 및 우방국들의 힘의 우위 유지’로 제시한다. 여기서 말하는 힘의 우위란 군사력 외에도 정치, 경제, 과학기술, 교육 등 국가들이 보유한 전반적인 측면을 일컫는다. 저자의 관점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기간 미사일방어체계 구축 노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중 무역전쟁,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동맹 구축 등은 미·중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무력전쟁을 억제하는 방안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필연으로 보이는 미국과 중국의 무력전쟁
저자는 미국과 비교한 중국의 상대적 국력 증대와 비례해 양국 간 무력충돌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같은 판단은 존 미어샤이머 미 시카고대 교수가 책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The 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에서 전개하는 이론과 지난날 중국의 역사를 토대로 한다.

미어샤이머 교수에 따르면 한 개인이 자신의 목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강대국은 자국의 생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강대국은 생존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국이 있는 지역에서 패권국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나머지 지역에서도 다른 나라가 패권국으로 부상하지 못하도록 노력한다.

미국은 자국 생존 극대화 차원에서 먼저 서반구에서 패권을 추구했다. 19세기 말 서반구의 패권국으로 부상한 미국은 또 다른 패권국의 부상을 저지하기 위해 애썼다. 다른 나라가 패권국이 되면 태평양과 대서양을 오가며 미국을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유라시아대륙 주변 주요 국가들과 동맹을 맺고 미군을 전진 배치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은 그 연장 선상에 있다.

저자는 미어샤이머 교수의 논리에 입각해 오늘날 중국이 미국과 마찬가지로 자국의 생존 능력 극대화 차원에서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을 몰아낸 후 적어도 이 지역에서 패권국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서반구에서 미국의 패권적 입지를 와해하고자 노력할 것으로 예상한다.

저자는 중국의 이 같은 패권 추구 노력을 중국 역사에서도 확인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은 수 천 년 동안 패권을 놓고 경합한 역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1949년 10월 이후 계속 세력팽창을 추구했다. 6·25전쟁 기간 중국은 신장과 티베트를 점령했다. 1960년대에는 인도·소련과 각각 영토분쟁을 벌였고, 1979년에는 베트남을 침공했다. 이후에는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 도서(島嶼)들을 놓고 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 등과 영토 분쟁을 벌였다. 이 같은 움직임은 동북아 지역에서의 패권을 장악해 자국의 안보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이들 분쟁 지역으로 미국이 전력을 투사할 수 없도록 미 항공모함은 물론이고 한국·일본 등에 배치된 미군을 무력화하기 위한 탄도미사일도 개발하고 있다. 미군의 지휘 통제 측면에서 필수적인 인공위성체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능력도 키우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중국의 노력이 ‘자국 외에 또 다른 패권국의 부상을 막아야 한다’는 미국의 최우선 안보이익과 정면 배치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타이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파라셀 제도 등 아태지역 곳곳에서 중국의 도발을 좌시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과 비교한 중국의 상대적 국력이 점차 높아지면서 이들 지역에서 양국이 분쟁, 궁극적으로 핵전쟁까지 벌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지적한다.

참혹한 미·중 무력전쟁
저자는 만일 중국이 영토 점령을 위해 주변국을 공격하는 경우 미국은 이를 좌시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한다. 수수방관할 경우 아태지역 국가들이 점차 미국을 멀리하고 중국과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중국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은 전쟁 전략에 공해전투(Air-Sea Battle) 개념, 아태지역 주요 해역 봉쇄를 통한 경제적인 압박을 고려할 수 있다.

공해전투 개념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이 주변국들을 공격하기 위한 주요 수단인 미사일과 항공력을 제거하기 위해 이들 전력의 근원지를 집중 공격하게 된다. 다만 이와 같은 공격으로 중국 본토가 상당한 피해를 보게 되고, 궁극적으로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중국의 세력팽창 노력 저지에 성공한다고 해도 미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앙금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언급한다. 따라서 공해전투 개념은 적용하기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 아태지역 주요 해역 봉쇄를 통한 경제적 압박은 효과가 더딜 뿐만 아니라 중국이 물자 운송을 위해 기존 해로 외에 육로를 개발하고자 노력한다는 점에서 효과가 제한적이다.

이처럼 저자는 중국과의 무력충돌에 대응하기 위한 마땅한 방안이 없으며, 분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국의 세력 팽창 자체를 억제하는 것의 중요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바이든의 반도체동맹 결성: 미·중 무력전쟁 저지 방안
앞서 설명했듯 국력은 군사력 외에도 경제력, 근로자의 숙련도와 전문성, 정치체제의 안정성, 보유 자원의 정도와 규모, 교육체제의 우수성, 과학기술 수준, 혁신 및 과학기술 변화 속도, 동맹의 성격 및 강도와도 연관된다. 저자는 군사력을 국력의 충분조건으로, 다른 측면에서 국가의 능력을 필요조건으로 간주한다. 이들 요소가 중국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누리는 경우 중국이 미국의 의도에 역행하는 방식으로 도발하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군사력 외의 측면에서 중국에 상대적 우위를 누리도록 노력하고, 동맹체제 강화도 추구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이 미 본토나 항공모함을 겨냥해 발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는 것 외에 반도체 등 체계 구축에 필수인 첨단 과학기술에서 우위를 보이는 경우 중국은 아시아에서 세력 팽창을 감히 추구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본다. <권영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

참고 문헌:피터 나바로·고든 창 『웅크린 호랑이: 중국의 군국주의가 세계에 주는 함의』(Peter Navarro and Gordon G. Chang. 2015. Crouching Tiger: What China‘s Militarism Means for the World. Prometh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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