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간 철수와 중국의 우려

입력 2021. 07. 26   14:06
업데이트 2021. 07. 2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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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아프간 철수와 중국의 우려
『KIMA 뉴스레터』 1043호(한국군사문제연구원 발행)


지난 7월 14일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약 350km 떨어진 다수 댐 건설 현장(빨간 색 박스로 표시)에서 근무하는 중국인들을 태운 버스가 폭발 테러 공격을 받아 다수의 중국인 사상자 발생하였다. 다수댐 프로젝트는 중국의 일대일로 대표 프로젝트로서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중 하나이다. 그래픽 = 구글맵
지난 7월 14일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약 350km 떨어진 다수 댐 건설 현장(빨간 색 박스로 표시)에서 근무하는 중국인들을 태운 버스가 폭발 테러 공격을 받아 다수의 중국인 사상자 발생하였다. 다수댐 프로젝트는 중국의 일대일로 대표 프로젝트로서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중 하나이다. 그래픽 = 구글맵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군사정책을 대부분 이어받고 있으며, 특히 미국 우선주의로 손상된 동맹국과의 관계를 복원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3월 3일 공개된 『국가안보전략 잠정안(Interim of National Security Strategy)』에서 선언한 미국 중산층을 위한 외교정책 원칙에 따라 아프간에서 테러와의 군사임무 종료를 예상보다 앞당겨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13일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주둔 미군이 아프간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을 전제로 올해 9월 11일 이전에 철수할 것이라고 발표하였으나, 갑자기 지난 18일 아프간에서 미군이 군사 임무를 달성하였다면서, 철수 기간까지의 추가 인명 손실을 방지하고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반군 정부 간 내전 상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8월 31일까지 철수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7월 2일 미군은 아프간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아프간 정부군 사령관도 모르게 야밤 철수를 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세계와 아프간 주변국들의 비난과 우려가 제기되었다. 하지만 미 국방성은 아프간 철수에 따라 미군이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아프간 조기 철수에 대해 중국은 미군의 대(對) 중국 견제 측면보다, 아프간 탈레반 반군 정부가 정권을 장악하고, 탈레반, 알 카에다, 이슬람 원리주의자(Islamist fundamentalism)들과 중국 신장 위그르 자치구 내 이슬람 분리주의의 연계성에 더욱 우려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18일 『뉴욕타임스(NYT)(국제판)』은 바이든 대통령의 조기 철수 지시에 따라 대책 없이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 반군 정부 간 평화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미 탈레반 반군 세력들이 아프간 수도 카불 지역 주변 지역을 모두 장악하고 있어 균형적인 협상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한편 14일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파키스탄 다수(Dasu) 지역 수력개발 현장에서 근무하는 중국인들을 태운 버스가 불명의 테러조직에 의해 공격을 받아 약 40여 명의 사상자가 생긴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현재 중국과 파키스탄 공동 조사팀이 조사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불만을 느끼는 파키스탄 내 테러조직 또는 아프간 탈레반 반군의 지원을 받은 아프간에서 피신한 테러조직의 소행이라며, 파키스탄 정부에 대해 더욱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바이든 대통령이 8월 31일 이전까지 미군 철수를 추진하자, 중국 정부는 아프간 전역이 탈레반 반군 세력에 의해 장악되는 경우 아프간 내 다양한 군벌 테러조직들이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이슬람 분리주의 테러조직과 연대를 강화할 것이며, 이는 지난 7월 14일 파키스탄에서 중국인이 탑승한 버스에서 발생한 테러와 같은 위협으로 나타날 것이라 우려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철수 결정을 비난하였다.

9일 『Global Times』는 지난 20년 동안 무려 2000명의 미군 사망, 약 2만 명의 부상자, 약 2조 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미국의 아프간 국가재건 작전이 완전히 실패하였다면서 소련에 이어 미국까지도 철수한 ‘제국의 무덤(Graveyard Empire)’에 중국이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하였다.

또한 19일 『Global Times』는 중국은 아프간 탈레반 반군 정부와 적대관계를 유지하길 원치 않는다면서 중국은 20년의 전쟁으로 황폐해진 아프간에 투자할 의향이 있으며, 2007년부터 구리광산 개발 사업에 투자하여 아프간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이처럼 중국은 미국이 지난 20년간 아프간을 통해 아프간을 친미 국가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였으나 실패하자, 대책도 없이 무책임하게 아프간을 방치하고 떠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외교적으로는 아프간 탈레반 반군 정부에게 우호적 제스처를 보내며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17일~18일 『NYT』는 아프간 탈레반 반군 정부가 중국과 국경을 접한 와칸 회랑(Wakhan Corridor) 지대가 있는 바다흐샨(Badakhshan)주(州)를 장악하였다면서 중국군이 이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은 과거 중국 서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활동하던 이슬람 원리주의 테러단체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사실 그동안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는 미국이 패권주의를 지향하며 중국 주변국에 군사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비난하여 왔으나, 이례적으로 이번 아프간 철수에 대해서는 미국이 지난 20년간의 전쟁 후유증을 무시한 채 무책임하게 철수를 하여 중국 주변 지역을 더욱 혼란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하여 아프간의 안정과 평화를 강구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가 아프간 탈레반 반군이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러시아 주변 중앙아시아 국가들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공감하면서 공조하여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규모 군수장비와 물자를 그대로 남겨 두고 철수를 하는 것은 과거 베트남이 미군이 남긴 장비와 무기로 무장하여 중국과의 지역패권 경쟁을 한 사례와 유사하게 탈레반 반군 세력들이 중국에 대해 위협을 가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도 내리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아프간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을 국제 테러단체 명단에 올려 제재하였으나,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테러집단 명단에서 삭제하였다.

궁극적으로 중국은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조기 철수가 중국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하여 향후 아프간에서의 혼란이 중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출처:

Washington Post, April 13, 2021; The Guardian, July 8, 2021; Global Times, July 9/19, 2021; 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July 17-1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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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기자 < 1004103khn.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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