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이제 세계 역사는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만큼 코로나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에서 나온 분석이었다. 지난해 7월 1일 전면시행된 ‘일과 후 병 휴대전화 사용’은 코로나 이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통화하기 위해 공중전화 앞에서 긴 줄을 설 필요가 없어졌고 병사들의 자기계발 여건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사이버지식정보방도 한산해졌다. 코로나 블루 극복에 휴대전화가 든든한 버팀목이 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지난해 7월 1일 이전 전역자와 이후 전역자가 경험하는 군 생활은 전혀 다른 것이 돼버렸다. 병영문화가 그야말로 BC(Before Cell(ular)phone)와 AC(After Cellphone)로 나뉜 것이다. ‘병영문화의 게임체인저’, 휴대전화를 활용해 자기계발에 나선 육·해·공군 장병들을 소개한다.
육군28사단 양명철(왼쪽) 병장이 일과 후 휴대전화를 활용해 전공 공부를 하고 있다.
부대 제공
육군28사단 양명철(앞) 병장이 일과 후 휴대전화를 활용해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 부대 제공
육군은 병영 내 휴대전화 사용이 여러 방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사례를 들었다.
육군28사단 돌풍여단 폭풍대대 양명철 병장이 주인공이다. 한국성서대학교에 재학 중 입대한 양 병장은 유튜브를 포함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전공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또 운동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체력단련에 힘쓴 결과 입대 당시보다 12㎏ 감량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부터는 제과·제빵에 관심을 갖고 일과 후 휴대전화로 인터넷 강의를 꾸준히 수강하고 있다. 양 병장은 올해 12월 제과·제빵 기능사 자격증 시험에 도전할 계획이다.
오는 7월 전역하는 양 병장의 꿈은 창업이다. 그는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덕분에 대학 선배·교수님과 소통하며 학업·진로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지난 어버이날에는 국군복지포털 앱에서 건강식품을 선물로 보내드리는 등 가족·사회와 단절되지 않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해군1함대사령부 군사경찰대대 서대근·김태민 병장, 남영현·손준혁 상병(왼쪽부터)이 군 복무 중 자기계발에 큰 도움이 된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조웅노 중사
해군 장병들도 일과 후 휴대전화를 활용해 자기계발에 매진하고 있다.
입대 전부터 개인 창업에 대한 꿈을 가져왔던 해군1함대사령부 군사경찰대대 서대근 병장은 군 복무 중에도 꿈을 향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서 병장은 병 자기계발지원비로 창업 관련 서적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휴대전화로 창업 관련 아이디어를 수시로 검색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다음 달 10일부터 열리는 ‘제일창업박람회 in 서울’ 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같은 부대 김태민 병장은 기계전공 분야의 직장에서 일한 경험을 전역 후에도 이어 나가기 위해 산업안전산업기사 자격증 취득 공부에 매진 중이다. 일과 후에 휴대전화로 나라사랑포털에 접속, 무료로 인터넷 강의를 듣고 포털 사이트에서 관련 강의와 자료를 검색해 시험에 대비하는 것. 병 자기계발지원비로 자격증 관련 도서도 구매했다. 전역 후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예정인 김 병장은 “곧 사회로 복귀하지만 군에서 꾸준한 자기계발을 이어왔기에 걱정이 없다”며 “동료 및 후임들에게 내가 실천한 방법들을 적극적으로 조언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사경찰대대에 복무 중인 남영현 상병은 일과 후 휴대전화로 자료를 검색하고, 팀원들과 소통한 끝에 값진 결과물을 만들어 해군 창업경진대회에 도전했다. 비록 본선 진출은 좌절됐지만, 남 상병은 이번 과정이 전역 후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함께 복무 중인 손준혁 상병은 일과 후 법학적성시험(LEET)을 준비하며 검사의 꿈을 향해 쉼 없이 정진하고 있다. 손 상병은 “코로나19 거리 두기로 사이버지식정보방 이용이 제한돼 아쉬움이 있지만, 휴대전화를 통해 자기계발을 지속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임무에 충실한 가운데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값진 시간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공군3방공유도탄여단 기지대 류제룡 상병이 휴대전화로 효율적인 헬스기구 이용법 영상을 보며 운동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승호 일병
공군3방공유도탄여단에 파견 근무 중인 8787부대 신준용 상병이 인가받은 태블릿PC를 활용해 대학 입시를 위한 수능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승호 일병
수도권 영공방위 최일선 부대인 공군3방공유도탄여단(3여단)도 코로나 블루 극복과 장병들의 미래 준비를 위해 휴대전화를 활용한 다양한 자기계발 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덕분에 병사들이 일과 후 병사 체력단련실에서 휴대전화로 홈트레이닝 영상을 시청하며 운동하고 인터넷망 전자도서관을 통해 전자책(e-북)을 읽는 풍경이 일상이 됐다.
이는 3여단이 본부 병사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도 잘 드러나 있다. 일과 후 휴대전화를 활용하는 용도 조사에서 ‘가족·지인과의 연락’이 45%로 가장 많았지만 ‘개별운동 및 자격증 온라인 강의 수강’도 38%에 달해 자기계발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병사들이 많음을 보여줬다. 나머지는 ‘OTT플랫폼 시청’(12%), ‘기타’ 순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를 활용한 자기계발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3여단 주임원사 조재범 원사는 “병사들에게 휴대전화는 외부 소통을 위한 수단을 넘어서 이제는 미래 설계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며 “휴대전화를 매개로 사회와의 단절감 없는 선진병영 문화 조성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윤병노·노성수 기자
윤병노 기자
< trylover@dema.mil.kr >
노성수 기자
< nss1234@dema.mil.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