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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서 만나는 베트맨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기사입력 2021. 05. 11   16:02 입력 2021. 05. 11   16: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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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DC코믹스의 웹툰화

출판 만화의 웹툰 재탄생 ‘기대반’
웹툰시장 둔화·정체 현상 ‘우려반’
막대한 자본 규모, 한국과 차이 커
자국시장 진출 발판 활용 가능성도
우리만화, 영상화 없는 생존법 고민

‘배트맨’에 이어 DC유니버스 히어로들의 올스타전이라 할 ‘저스티스 리그’도 공개됐다.
카카오페이지에 DC코믹스 웹툰의 시작을 끊은 ‘배트맨 Vol.1 올빼미 법정’ 편.
웹툰으로 공개된 무협만화 ‘용비불패’ 완전판.

지난 3월 지면을 통해 만화 ‘궁’(박소희 作)의 TV 드라마판 리메이크 소식과 함께 웹툰으로 재연재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궁’의 사례는 만화의 마케팅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일본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아라카와 히로무 作)의 웹툰판이나 한국 무협만화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용비불패’(류기운·문정후 作), 1990년대 순정만화의 중흥기를 이끈 대하 로맨스 ‘프린세스’(한승원 作)의 웹툰화 사례를 보자면 영상화에 앞선 마케팅 차원의 재공개라고만 볼 수는 없다. 이는 일정한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이 가운데 지난달 24일부터는 카카오페이지에 ‘배트맨’을 시작으로 미국 DC코믹스의 히어로 장르 만화들이 웹툰으로 공개되기 시작했다. 이는 한국 웹툰 작가가 그린 웹툰 오리지널이 아니라 고급 판형으로 판매되던 서점용 히어로 만화를 웹툰으로 재편집한 결과물이다. 미국 히어로 만화는 총천연색 채색이 필요하던 한국·일본 출판만화의 웹툰화와 달리 원래가 총천연색인 데다가 그림과 대사들로 가득하다. 그동안 히어로 만화를 다수 펴내며 국내 만화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 온 출판사 시공사가 원본 느낌을 충실히 반영했다.

첫 작품인 ‘배트맨’이 유료로 공개된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저스티스 리그’가 등장했다. 그리고 이달부터 ‘원더우먼’ ‘슈퍼맨’이 차례로 독자를 찾았다.

지난 칼럼에서 나는 출판만화를 웹툰화하는 조류에 대해 ‘웹툰 시장의 둔화나 정체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우려도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웹툰은 IP(지식재산) 산업의 중추로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웹툰의 장점이 부각되기보다는 웹소설과 더불어 영상화의 부품이자 재료라는 위치에서 동반 상승효과를 꾀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웹툰 매체들은 영상을 목표로 한 IP 수급이란 흐름을 타고 작가 단위가 아닌 제작업체 및 기획사와의 계약에 좀 더 무게를 싣는 추세다. 나아가 영상화 등에 지장이 없게끔 권리관계를 작품 제작 단계에서부터 단순하게 정리하고자 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영상이나 IT 계열 업무에 익숙한 이들은 그게 무슨 문제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당수의 만화 창작자들은 이런 변화를 적잖이 당황스러워한다. 이제 더 이상 작품 전체의 소유권이 창작자에게 없는 시대에 접어들 뿐만 아니라 그 전환 속도 또한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 만화는 당분간 브레이크 없이 산업적 성취만을 향해 내달려갈 기세다. 이런 가운데 과거의 걸작 출판만화들이 웹툰의 형태로 들어오는 것은 반가우면서도 내심 걱정스럽기도 하다. 나는 옛 출판만화의 웹툰화는 옛 독자층을 웹툰 독자층으로 끌어들이기보다는 신작에 비해 비교적 수요가 보장된 작품을 찾는 의미로 해석한다. 그런 가운데 미국 히어로 만화를 마블과 양분 중인 DC코믹스가 웹툰 형태로 들이닥쳤다.

이번에 들어온 DC코믹스의 히어로 만화들은 역시나 한국·일본의 출판만화 시기 걸작들과 마찬가지로 인지도와 명성을 지닌 작품들이다. 또한 제작될 때부터 시스템과 비용·규모 면에서도 막대한 자본이 오가는 미국 시장에서 완성된 작품이다. 심지어 타이틀의 주인공들이 지닌 역사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작품 설정 속 역사만이 아니다.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 같은 캐릭터들은 캐릭터 등장 맥락을 따지면 대공황기와 제2차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역사 속에서 오랜 시행착오와 고급 지향화를 거친 DC코믹스판 히어로 만화의 정수들이 소개된 셈이다.

히어로 만화 팬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벌써 독자부터 업계 내·외부에서 “웹툰에서는 그림 품질을 높이기 어렵다면서? 이것을 봐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과거 웹툰화됐던 국내 명작들을 놓고 “이만한 내용과 그림 품질을 보여주는 작가들이 있었는데 지금 웹툰 작가들은 뭐냐”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물 표현의 사실성과 섬세함이 돋보이는 미국 히어로 만화 스타일이 만화 제작의 정답은 아니다. 작품 성향에 따라 작화의 스타일 자체도 당연히 달라지고, 심지어는 사실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반드시 높은 작품성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돈과 인력을 얼마든지 더 투입할 수 있다면 한국 작가도 그와 같은 요구를 못 맞출 이유가 없다. 그런데 웹툰 연재 업체들과 독자들은 이를 감당할 의향이 있을까? 지금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도출된 바로는 ‘없다’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웹툰에서는 효율 극대화를 이유로 웹툰을 영상화하기 좋은 형태로 부문별로 나누어 필요한 업무만을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출판만화의 웹툰 변환을 위한 전문 스튜디오도 설립돼 업무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출판만화 잡지가 전성기였던 시절, ‘일본 만화로 돈 벌어 돈 안 벌리는 한국만화 작가들을 먹여 살렸다’는 말처럼 이제 영상화에 어울리지 않는 작품들은 예전 작품과 해외 작품 완결작들의 웹툰 변환판들이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를 들을지도 모른다. 이는 변환 과정의 어려움이 있을지언정 사실상 창작자들의 원고료보다는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DC코믹스가 웹툰의 위상을 높게 평가했을까? 어쩌면 그들은 웹툰 형식을 자국 시장에 이용하기 위해 한국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들어온 작품들은 굉장히 반갑고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영상화’ 없이 현재의 우리 만화 시장 안에서 나올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도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사진=필자 제공
<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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