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의무학교에서 진행하는 전투부상자처치 교육을 받게 됐다. 평소 관심 분야였던 구급법 교육을 더 전문화해 초급리더과정 교육생들에게 적용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입교했다. 그리고 교육을 받으며 다양한 전장 상황에서 마주치게 될 전우의 죽음과 부상에 대해 생각했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투영화에서 보면 팔·다리에 총을 맞는다고 그 자리에서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많은 출혈과 심리적인 문제로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과연 전장에서 부상을 당하면 어떻게 치료하고 주어진 임무를 완수해야 할까? 다른 동료의 부상은 치료할 수 있을까? 나는 이런 상황을 극복할 준비가 됐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전투부상자처치 교육 중 손에 묻은 가짜 피와 붉게 물든 마스크를 보면서 이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전장 상황을 가정하고 단계별로 배우는 교육은 나를 더욱 열정적으로 만들었고, 후배 부사관들이 서로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흐뭇하게 느껴졌다.
실제 전투현장은 전장 공황과 전투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2차 대전 때 카랑탕전투에서는 선두에서 전투에 임하던 인원이 부상 부위를 처치하기 위해 뒤로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전 부대원이 철수 명령이 내려진 줄 줄 알고 ‘철수’를 외치며 후퇴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처럼 천차만별인 전장에서 교전 중 발생하는 부상자는 현장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후송됐을 때의 모습이 다를 것이다.
물론 전투에서는 임무 완수가 선행돼야 한다. 동료가 쓰러진 것을 보고 그냥 지나쳐야 하는 일도 생길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는 전장공황, 동화의식 확산까지 많은 전투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이고 상황이 나아지면 교전 중 처치, 전술적 처치로 나와 동료의 생존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모두 화생방 상황이 발생하면 방독면을 착용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그럼 교전 중 부상자가 생겼다면, 내가 부상을 당했다면 어떤 것부터 해야 할까? 앞으로 전투부상자처치 전문교관 양성 과정에 더 많은 인원이 참가해 배운 것을 전파한다면 전장 상황에서 나와 동료를 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주어진 임무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군에서 교육받은 심폐소생술로 쓰러진 환자를 구할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전투부상자처치법을 알아야 전투현장에서 살 수 있고 주변 동료도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