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기 국방광장] 북극항로를 모색하다

입력 2021. 04. 02   17:01
업데이트 2021. 04. 0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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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 해군본부 정책실·소령
홍인기 해군본부 정책실·소령

지난 3월 24일, 컨테이너를 싣고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던 길이 400m, 배수량 22만t의 에버기븐호가 좌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에서 8척의 예인선과 굴착기를 투입해 선체 방향을 돌리려고 했지만 이미 선수가 모래톱에 박혀 난항을 겪었다. 다행히 통행 중단 7일 만에 다시 길이 열렸지만, 운하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이로 인해 한때 수에즈 운하 근처에서 대기했던 선박은 우리나라 소속 컨테이너선을 포함해 총 300여 척에 달했으며, 해상물류업계에서는 하루당 약 1400만~150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체 항로로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경유하는 방법도 있으나, 기존 노선보다 일주일 정도 더 운항 기간이 소요돼 선주는 운항 지연으로 하루 6만여 달러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우리에게 해상교통로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아울러 수에즈 운하의 대안으로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북극항로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과거 북극의 해수면 대부분은 두꺼운 빙하로 덮여 있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지난 50년 동안 빙하 면적은 10년에 4%씩 감소하고 있다. 2045년이 되면 선박의 연중 일반 항해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북극해 개방을 전제로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북극해의 잠재적인 가치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짧은 운항 거리다.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것보다 약 8000㎞가 짧아 운항 기간은 10일 이상 줄어들고, 물류비는 25~30%가량 절약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풍부한 지하자원이다. 북극해에는 약 900억 배럴의 석유, 1670Tcf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 이는 전 세계 석유의 13%, 천연가스의 30%를 차지하는 양이다. 수산물 생산량은 2011년 약 3391만t 수준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북극해의 잠재적인 가치를 알고 있는 북극권 국가 러시아·캐나다·노르웨이뿐만 아니라 중국·일본 등에서도 정부 차원의 북극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3년부터 비북극권 정식 옵저버국 지위를 획득해 연구활동 등 다양한 북극정책을 추진 중이다.

우리 해군도 북극해 개방에 대비한 전문가 양성을 위해 2017년부터 매년 장교 1명을 선발해 북극항로 탐사선 아라온호에 편승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총 3명이 아라온호에 편승해 북극항로를 탐사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북극권 국가들과 지속적인 교류협력과 내실 있는 북극 정책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 모두 잊고 지냈던 북극해와 북극항로의 중요성을 상기하고 관심을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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