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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천년지대군 교수실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동도서기론(東道西器論)

기사입력 2021. 03. 29   15:58 입력 2021. 03. 29   16: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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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육군사관학교 교수부 정치 사회학과·중령

“역사는 영원히 되풀이된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말했다. 그에게는 19세기 말 조선 지식인들의 동도서기론(東道西器論)이 100여 년이 지난 대한민국에서 되풀이된다 해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동도서기’란 유교 윤리와 질서를 유지하면서 서양 과학기술을 수용해 부국강병을 이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당시 세계를 휩쓸던 산업혁명의 물결에 떠밀려가려는 시도에 불과했다. 결국 동도서기의 개혁정책은 일제의 국권 침탈이라는 비극으로 끝났다.

18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것은 증기기관의 발명이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시작된 원인으로 청교도혁명과 명예혁명을 빼놓을 수 없다. 잇따른 시민혁명으로 국왕의 자의적 지배에서 벗어나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받게 된 시민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혁신에 뛰어들었다.

영국에 한발 뒤처졌던 유럽 국가 중에서 유독 독일이 영국을 능가하는 산업국가로 빠르게 성장한 것은 증기기관을 많이 도입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은 신분에 따른 차별을 철폐하고, 경제적 기회균등을 달성하기 위한 정치 개혁을 통해 산업화를 추진했다.

만약 개화기의 개혁정책이 서구의 기술문명은 물론 서구의 사상과 제도 역시 받아들이는 변법(變法)을 추구했다면 우리의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다시 세상을 휩쓸고 있다. 이러한 물결을 타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국가는 생존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19세기 말 개화기와 사뭇 다르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공학, 양자암호, 사물인터넷, 드론 등 혁신적인 기술의 등장으로 시작됐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혁신적 기술이 연결, 공유, 개방, 융합, 분권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정치·사회 구조를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2020년 세계경제포럼은 미래직업 보고서에서 향후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분석적 사고를 통해 혁신을 이끌 창의적 인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국방부는 2019년 ‘4차 산업혁명 스마트 국방혁신 추진단’을 출범시켜 국방기술의 과학화·첨단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육군 장병가치문화 연구센터에서 육군 장병 9만136명을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국방개혁의 성과를 낙관할 수 없다.

육군 장병들에게 평소 창의를 발휘하며 근무하는지를 5점 척도로 물었을 때, 응답자의 평균은 ‘그저 그렇다’에 해당하는 3.01에 불과했다, 육군이 창의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을 우대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 역시 평균 3.06으로 낮았다. 육군이 2002년부터 ‘창의’를 육군 5대 가치관 중 하나로 선정하여 20여 년간 병영문화 혁신을 추구했던 노력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선진국의 과학화·첨단화된 국방기술이 혁신저항적 조직문화와 결합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냉정하고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혁신적 군사과학기술을 태동시키고 그 기술의 군사적 잠재력을 극대화한 선진국 군대의 조직문화 수용은 등한시한 채, 첨단무기체계와 군사과학기술만 수용하려는 개혁정책은 19세기 말 국권 침탈의 비극을 잉태한 동도서기의 개혁정책과 진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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