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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도 강한 해병

기사입력 2021. 03. 17   16:40 입력 2021. 03. 17   16: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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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고


우 정 민 상병 해병1사단 포병여단 관측중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샌델 지음/와이즈베리 펴냄


해병대 군가 ‘브라보 해병’에는 ‘사랑에는 약한 해병’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 사랑을 흔히 남녀 간의 연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전우 간의 끈끈한 전우애 또한 사랑의 일종이며 아주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모두가 처음 겪는 군 생활 속에서 전우를 사랑하는데 미숙하고 그 방법을 잘 모르기에 우리는 사랑에 약할 수밖에 없다.

‘해병은 선임을 존경하고 후임을 사랑한다’는 문장 또한 대한민국 해병대원이라면 모두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해병 생활신조에 나와 있는 이 문장처럼 모든 해병은 전우를 사랑으로 아껴주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크고 작은 일반명령 위반 사례들은 전우를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전우를 사랑하긴커녕 부조리를 행하는 해병들이 자꾸 생겨나는 원인을 고민하다 보니 연등 시간에 읽었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이 책의 ‘사랑의 경제학’ 부분에선, 사랑이라는 가치를 돈처럼 사용할수록 고갈되는 자원으로 여기는 경제학자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책의 저자인 마이클 센델 교수는 사랑은 베풀수록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깊어진다고 강조하며 경제학자들을 비판하는데, 이 부분을 해병대 전우애의 결속에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상심리’는 군대 부조리의 흔한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보상심리 또한 사랑을 하나의 자원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즉 후임이었을 때 강요됐던 선임을 향한 맹종이 선임이 돼서 상급자의 특권으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모두를 지치게 하기 마련인데, ‘사랑=자원’이라는 전제를 세워 자신이 베푼 사랑에 대한 대가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부조리와 가혹 행위가 왜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지, 군 기강 확립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마이클 샌델은 ‘정당함, 절제, 용기와 같은 덕성들은 실천함으로써 더욱 성장하는 것’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해 사랑 또한 사용할수록 고갈되는 자원이 아닌, 운동할수록 더욱 강해지는 근육이라고 표현했다.

우리 부대 2층 복도 끝에 ‘전우를 사랑하면 전우는 나를 더욱더 사랑한다’는 표어가 적혀 있다. 전입해 온 직후 처음 그 글귀를 읽었을 땐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선임들과 함께 생활하고 실무에 녹아들며 선임들의 깊은 애정을 느꼈을 때 선임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또한, 어느덧 후임들이 생기면서 선임의 관점에서 후임들을 사랑으로 챙겨주고 후임들의 고마움을 체감할 때 비로소 그 글귀를 심장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 전우를 향해 사랑이라는 근육을 맘껏 뽐내자고 해병들에게 전하고 싶다. 해병대 전 장병들이 전우 사랑에 앞장서서 사랑에도 강한 해병대가 되는 밝은 미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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