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화약에 밀렸지만 대표적 개인 병기
장수 권위 상징…제식·의장 활용 높아
롤플레잉게임 속 마법 깃든 무기 인기
‘다크소울’ 다양한 도검류 운용의 재미
‘리니지’ 집행검 억대 가격 아이템 명성
무력을 은유하는 말에는 ‘총칼’이라는 표현이 있다. ‘적들의 총칼 앞에 굴하지 말고’ 같은 표현으로 사용되는 이 말을 곰곰이 뜯어보면 흥미로운데, 당대의 가장 보편적인 무기인 총 외에도 이미 제식 병기로는 한 시대를 지나 버린 칼이라는 이름이 함께 나타나기 때문이다.
화약 병기의 압도적인 사거리와 살상력에 밀려난 근대 이전 냉병기(Cold Weapon·무기 중 화약의 힘을 이용하지 않는 것들을 총칭) 중에서도 사람들은 칼, 도검류를 가장 가깝게 떠올린다. 실제 전장에서의 활용이 창보다 비효율적이었다는 이야기도 많지만, 여전히 우리는 냉병기의 대표 무기로 도검류를 상상하곤 한다. 많은 게임에서 공격 버튼을 칼 모양으로 만드는 배경은 이런 상상에서 나온다.
제식·활용성 겸비한 고전 무기의 대명사
원시 시대에서 나름의 문명을 갖춘 고전 시대로의 진입을 가르는 가장 큰 기준으로 농경을 꼽지만, 병기의 체계에서는 도검도 한 축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자루의 칼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것이 청동이건 철이건 상관없이 일단 금속을 녹여 제련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춰야 했기 때문이다. 광석을 녹여 금속을 추출하려면 그만큼의 높은 온도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했고, 청동검의 출현은 그 자체만으로도 특정한 문명이 도달한 기술적 특이점이었다.
초창기에는 워낙 만드는 데 공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검은 무기로서의 의미뿐 아니라 의식용으로서의 의미도 컸다. 실전에서의 활용도 높긴 했지만, 막상 대규모 군세가 맞부딪치는 전장에서는 좀 더 제작 단가가 저렴하고 초심자도 쉽게 쓸 수 있으며 밀집 대형에서 강력한 힘을 내는 장창류를 능가하는 효율이 나오긴 어려웠다.
이런 점 때문에 많은 고전 시대의 전장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에서 검은 주로 장군들의 권위를 상징하는 형태로 자주 등장한다. 소설 『삼국지연의』에서는 출정하는 장수의 권위를 실어주기 위해 군주의 보검을 하사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도검의 이러한 권위로서의 의미는 검의 실전적 의미가 사라진 오늘날에도 남아 장군 임명 때 주어지는 삼정검과 같은 의장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식용으로의 용도가 컸다지만 그렇다고 도검류가 무의미한 무기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도검은 수많은 전장에서 무수한 적을 쓰러뜨린 분명 강력한 무기였다. 휴대가 간편했고 무겁고 긴 장창에 비해 근접전이나 소규모 전투에서는 매우 강력한 성능을 발휘했다. 날붙이의 발명 이전에 무기로 쓰였던 둔기류에 비해 도검류는 적을 베어 상처를 입힌다는 점에서 둔기보다 높은 살상력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단검부터 시작해 양손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로 파생되며 전장 상황에 맞는 적절함을 드러낼 수 있었다.
야금(冶金)과 제련(製鍊)이라는 기술적 토대 위에 편의성과 강력함으로 만들어진 공격력, 그리고 다채로운 양상으로의 발전을 통한 전장 적응성으로 도검은 냉병기 시대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무기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비록 현실의 전장에서는 화약 무기의 등장 이후 사실상 그 실효성이 멈춰버렸지만, 가상의 공간인 디지털게임 안에서 도검은 여전히, 아니 어떤 면에서는 실존했던 모습 이상으로 강력한 무기로 다뤄지곤 한다. 때로는 마법으로, 때로는 물리력으로, 혹은 현금성으로….
도검류는 집단으로 운용하기보다는 개인 병기에 가깝게 활용되다 보니 게임에서도 주로 개인 무장에서 세세한 정교함이 잘 드러나는 편이다. 독자들 대부분이 아마도 게임에 나오는 도검이라고 하면 상상할 수 있는, 롤플레잉 계통 게임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무기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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