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역하는 용사들에게 건네는 한마디다. 꽃다운 20대 초반, 아침 기상 후부터 저녁 취침 전까지 수많은 규율과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청춘을 바친 용사들에게 마지막으로 감사함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전입 후 16~17개월을 하루하루 함께 이겨낸 우리 용사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으로 중대장과 중대원의 인연에 마침표를 찍는다. 그렇게 나의 중대원들을 사회로 돌려보내며 두 번째 중대장을 하고 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면, 대다수 용사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꼭 연락 드리겠습니다”라고 답한다. 그런데 1차 중대장 임기를 2개월 남긴 어느 날, 군 생활 내내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힘들어하면서도 매사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에 항상 마음이 쓰였던 한 용사의 대답은 용사들에게 건네던 한마디와 그날 이후 군 생활에 큰 영향을 주었다.
“제 인생에서 유일한 중대장으로 근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훈련소(신교대)를 수료한 후 우리 용사들은 자대에서 평균적으로 16~17개월을 근무한다. 중대장의 보직 기간은 최소 18개월이기에 취임 후 1~2개월 이내에 전입해 오는 용사들은 복무하는 내내 1명의 중대장만을 만나게 된다. 즉, 어떤 용사들에게는 1명의 중대장이 그의 인생에서 유일한 중대장이 되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전역 전 휴가를 포함한다면, 취임 후 4~5개월 이내 전입하는 용사들이 해당할 것이기에 결코 적은 인원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유일한 중대장이라는 그 용사의 한마디에 ‘나는 과연 어떠한 중대장으로 기억될 것인가?’, ‘그 용사의 인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중대장이었을까?’, ‘그 용사가 중대장이라는 단어를 보고 무엇을 떠올리고 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라는 질문들을 나 자신에게 던졌다.
수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거창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라 소소하고 작은 행동이 중요하다’라는 것이었다. 하루하루 함께 군 생활을 하는 부하이자 전우인 우리 중대원들에게 무심히 던지는 따뜻한 말 한마디, 현재 그의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같이 해결책을 생각하면서 ‘중대장님이 나에게 관심이 있구나’라고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쉽고도 가장 어려운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입대한 용사들은 복무 기간에는 지휘관의 명을 받지만, 전역 이후에는 다시 우리가 지켜야 할 국민이 된다. 따라서 우리 지휘관들은 용사들이 군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도록 했는지, 또 용사들에게 참군인의 모습을 보였는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행동으로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두 번째 중대장에 취임한 지 13개월이 지나고 있다. 취임 이후 전입한 용사들이 곧 전역 전 휴가를 나갈 것이다. 그들에게 나는 과연 어떠한 중대장으로 기억될까? 오늘도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며, 이제 군을 떠나 다시 사회로 돌아가는 우리 중대원들에게 기대와 바람을 가지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내 중대원으로 복무해줘서 고마워. 중대장과 함께한 군 생활이 조금이나마 너의 인생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