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영 견장일기] 새해에도 백마고지 전사(戰史)를 읽는 이유

입력 2021. 01. 28   15:56
업데이트 2021. 01. 2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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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낙 영 
육군9사단 수색대대장·중령
김 낙 영 육군9사단 수색대대장·중령
새해에는 통상 과거와 다른 새로운 것들을 찾는다. 그러나 때로는 과거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70여 년 전 당시 미8군 사령관이었던 밴 플리트 장군의 지시로 작성된 ‘백마고지(395고지)전투 특별 사후 검토 보고서’가 그 경우다.

사단장 지휘의도 교육을 통해 이 문건의 존재를 알게 됐고, 여러 경로를 통해 미 지휘참모대학교에 있는 자료를 확보해 정독했다. 읽으면서 당시 이 보고서가 왜 미 국방부와 전투사령부, 한미 지휘관들에게 널리 배포됐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그리고 오늘을 지키는 우리 장병들에게도 살아있는 교훈이 된다는 점에서 능력은 부족하지만 전체 내용을 번역하는 용기도 내보았다.

보고서는 전투의 교훈을 전장 6대 기능에 맞춰 제시했다. 대표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정보에서는 적 포로 심문을 통해 획득한 첩보로 적의 작전계획과 기도를 파악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화력은 근접항공지원·포병·전차·대공화기 등 지상과 공중 화력을 효과적으로 통합 운용한 것이 작전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지휘통제의 경우 사단장인 김종오 장군이 적의 작전한계점을 예측하고 적시에 강력한 예비대로 역습하는 등 빛나는 전투지휘를 했다고 극찬했다. 기동에서는 전차와 보병으로 적 포병과 예비대를 고착시켜 적의 전투력 전환을 차단한 점을, 대기동에서는 적이 포위작전을 펼치지 못하도록 고지 주요 접근로에 전차를 배치해 조준사격을 가한 점 등을 교훈으로 제시했다.

작전지속지원 측면에서는 9사단이 우측 연대를 역습부대로 전환해 작전을 전개할 수 있도록 군단에서 적시 지원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이외에도 적의 역곡천 범람 작전에 대비한 수륙양용차 확보, 철로를 이용한 부상자 후송 등 9사단 장병들이 중공군 3개 사단을 상대로 어떻게 싸워 이겼는지 상세하게 분석해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고지의 주인이 24번이나 바뀌는 치열한 전투를 우리 백마부대 장병들이 대승으로 종결지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중공군이 사후검토에서 “9사단 장병들은 죽을지언정 결코 후퇴하지 않는다”라고 감탄했던 사전불퇴(死戰不退)의 군인정신과 용맹성에 기인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더하여 보고서를 통해 확인한 새로운 사실은 김종오 장군을 중심으로 백마부대 전 장병이 지피지기(知彼知己)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중요성을 공감한 가운데 적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함으로써 ‘선승구전(先勝求戰)’, 즉 먼저 이겨놓고 싸우는 승전의 원칙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한 해 코로나19와 기나긴 싸움을 해왔다. 올해도 우리를 둘러싼 상황은 엄중하다. 그러나 적과 싸워 이기는 것은 우리 군의 존재 목적이다. 이에 육군은 코로나19를 비롯한 그 어떤 적과도 싸워 이길 수 있는 ‘내일이 더 강한 육군’을 만들기 위해 올해를 ‘교육훈련 혁신의 해’로 정하고 실전적 교육훈련을 추진하고 있다. 그 시작점에서 우리가 ‘백마고지 전사(戰史)’를 다시 한 번 읽는 이유는 ‘온고지신(溫故知新)’, 즉 과거에 승리한 교훈을 되짚어 봄으로써 오늘날에도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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