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용 진 기고] 견제(牽制)

입력 2021. 01. 13   15:40
업데이트 2021. 01. 1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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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용 진 
해군인천해역방어사령부 감찰실·중령
전 용 진 해군인천해역방어사령부 감찰실·중령
군 생활 중 처음으로 감찰실 근무를 하게 됐다. 이제 1년이 지났다. 근무 기간에 있었던 일을 정리해 보면 갈등관리, 조사, 예방감찰을 통한 견제의 시간이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감찰관은 주변에 모범이 돼야 할 뿐만 아니라 법령과 상황을 평가하고 훈수를 둬야 할 정도의 전문성이 필요하기에 개인적으로 부담이 많았다.군 기강을 확립하고 조직 내 질서의 엔트로피를 유지해 임무와 기능이 순방향으로 순환되도록 사후가 아닌 사전에 견제했다. 야구에서는 1루에 주자가 있으면 투수가 견제구를 던진다. 투수의 견제구는 1루 주자의 아웃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도루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자를 아웃시키려 견제구를 던질 경우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서 악송구가 돼 상황이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부대 관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수백 개의 나사로 조여 관리·감독하지만 여러 요인으로 인해 나사가 풀리면서 기강이 해이해진다. 어떤 상관은 부하에게 “내가 분명히 저번에 지시했잖아”라면서 한번 지시했기 때문에 잘 유지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견제의 드라이버로 나사를 순차적으로 쉬지 않고 조여야 한다. 또한 조일 때는 나사의 산이 넘지 않게 95%만 조여야 한다. 5%의 여유는 관용이다. 관용의 힘도 막강하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그런 인간이 운영하는 조직의 정책이나 제도 또한 모두를 만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그 완전성을 높여가는 것이 군인으로서 우리의 삶이자 부대관리다. 나이 예순을 이순(耳順)이라고 한다. 귀가 순해져서 누구의 말도 잘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통한다. 나는 다르게 해석하고 싶다. 예순의 나이가 되면 귀가 자동으로 부드러워지는 게 아니라 부드러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직급이 높을수록 주변의 견제와 충고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기분 좋은 견제는 잘 없다. 하지만 자신의 경험과 고집 그리고 편협된 상식에서 벗어나 다른 이의 충고와 견제를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성숙한 리더가 된다.

며칠 굶은 고양이가 있다. 만약, 주인이 이 고양이에게 “식탁 위의 생선은 절대 먹지 말라”고 경고한 후 외출하면 과연 고양이는 그 생선을 먹지 않을까? 아닐 것이다. 주인의 교육은 있었으나 욕구를 참지 못하고 먹을 것이다. 무작정 양심에만 맡겨 고양이를 시험에 들게 하기보다는 철망으로 생선을 덮고 가야 한다. 이게 견제이고 고양이를 살리는 방법이다. 매일 유혹의 시험에 흔들리기 마련인 인간 역시도 양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제도(철망)와 시스템(감찰)으로 견제돼야 한다. 빠르고 무거운 자동차일수록 브레이크의 성능이 더 좋아야 하듯.

감찰관으로서 많이 부족하지만, 부대 장병들에게 고충의 그늘이 생기지 않도록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감찰 휘장이 부담스럽지만 신축년 새해에도 진솔하게 역할을 다해나갈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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