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 병영칼럼] ‘군사경찰법’ 제정에 거는 기대

입력 2020. 12. 17   15:25
업데이트 2020. 12. 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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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관 용 
이데일리 정치부 외교안보팀장
김 관 용 이데일리 정치부 외교안보팀장


우리 군의 군사경찰 역사는 1947년 3월 군감대가 설치된 이후 이듬해 3월 조선경비대 군기사령부가 만들어지며 시작됐다. 1948년 12월 군기병을 헌병으로 개칭하면서 헌병 병과가 창설됐다.

현 정부 들어 일제 강점기에서 유래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하고 업무 성격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로 헌병 명칭을 군사경찰로 바꿨다.

이 같은 군사경찰은 작전과 경호경비뿐만 아니라 군 질서 유지와 수사, 범죄 예방 활동 등 군 경찰 역할을 하는 병과다. 이런 임무는 군 장병들의 기본권 및 인권 문제와 연계된다. 반드시 적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국민과 장병의 기본권 제한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게 헌법 정신이다.

하지만 그간 군사경찰 직무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법령이 사문화됐거나 상위 법률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무기나 분사기 등을 휴대하는 경우가 있는데도 이를 규율하는 법적 근거가 미흡했다. 이에 따라 ‘내규’나 지휘권에 의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번 21대 첫 정기국회에서 ‘군사경찰의 직무수행에 관한 법률’이 처리됐다. 군 인권과 기본권 보장을 충실히 하기 위해 군사경찰의 직무와 통제 범위를 명확히 규정한 것이다. 이번 법률 제정은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군 사법제도 개혁안 중 군사경찰 분야의 매우 중요한 성과다. 그간 국방부는 영창제도 폐지와 고등군사법원 기능 민간 이양, 재판에서의 지휘권 배제를 위한 관할관·심판관 제도 폐지 등 사법제도 개혁을 추진해 왔다.

이번 군사경찰법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군사경찰 직무수행의 기본 원칙을 제시한 부분이다. 법 제2조는 ‘군사경찰의 직권은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군사경찰은 이 법에서 정하는 정당한 직무범위를 벗어나 정보를 수집하거나 활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적시했다. 불법적인 정보 수집이나 개인 사찰 행위를 제한한다는 얘기다.

이는 그간 군사경찰 권한 남용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 부분이다. 상위법에 근거하지 않을뿐더러 수집 범위 역시 불명확한 군사경찰의 이른바 ‘정보 활동’은 불법적인 정보수집이나 개인 사찰 행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분별한 정보 수집은 지휘권을 흔드는 도구로 악용될 소지도 다분하다. 현재 규정상 각 부대 군사경찰의 수집 정보는 사단장이나 군단장 등 지휘관을 건너뛰고 본부 병과장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지휘관의 ‘영(令)’이 설 수 없는 구조다.

또 각 부대 군사경찰이 자기 부대 지휘관의 비위 관련 정보를 파악할 경우 해당 지휘관은 ‘상관모욕’이나 ‘군기문란’ 등을 적용해 군사경찰에 불이익을 가하기도 한다. 군사경찰의 정보 활동이 법률에 근거해 투명화·명확화돼야 하는 이유다.

늦게나마 군사경찰의 직무수행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다행이다. 범죄 및 사고예방 활동은 법률에 근거하고 있어야 정의롭다. 그래야 건강한 국방 건설이 가능하다.

이번 제정법은 군사경찰의 직무 범위와 지휘·감독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방부가 현재 시행령을 만들고 있다. 하위 법령이 차질 없이 마련돼 법 제정 취지를 살릴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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