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했던 말, 그들은 알고 있을까

입력 2020. 12. 01   16:51
업데이트 2020. 12. 0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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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소통과 재정의

단어를 재정의하라, 언어를 통일하라


소통만큼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회자되는 말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입만 열면 소통에 대해 얘기한다. 무슨 문제만 생기면 소통이 문제라는 식으로 얘기한다. 난 그럴 때 당신이 생각하는 소통이 도대체 무언지 묻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이 하려고 하는 말의 정확한 재정의를 생각하고 그것을 통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싶으면 좋은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나름의 재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초일류 인재를 뽑고 싶으면 내가 생각하는 초일류 인재에 대해 정확한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일을 잘한다고? 그럼 일을 잘한다는 것의 정확한 재정의가 무엇인가? 좋은 군인이 되고 싶다고, 그렇다면 좋은 군인에 대해 재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일에 대한 정확한 나름의 재정의를 내리는 일이다.

어떤 문제가 있다. 도대체 앞이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내가 만약 리더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주업이 기업 강연이다 보니 수많은 기업을 다니고 경영자들의 고민, 직원들의 고민을 접하게 된다. 참 다양하고 복잡하고 해결하기 쉽지 않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세상에 정답은 없다지만 내가 생각하는 문제 해결 프로세스는 있다. 바로 ‘문제가 무언지를 정확하게 파헤치는 것’이다. 원인이 무엇인지 알면 문제의 반은 해결된 것과 같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조직에서 자주 쓰는 단어에 대한 재정의를 내리는 일이다. 그 말이 정확하게 어떤 말인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이를 직원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조직에서 자주 쓰는 말들이 있다. 목표, 부하 육성, 변화, 성과, 독하게 일한다, 성실, 투명성, 몰입 등등…. 근데 그 단어에 대한 재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두루뭉술하다. 백인백색이다. 대강 뜻은 알지만, 거기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니 힘이 모이지 않는다. 서로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된다.

요즘 포용이란 말을 자주 쓴다. 난 그 말을 쓰는 사람에게 포용이란 말의 정확한 재정의를 묻고 싶다. 도대체 그가 생각하는 포용이란 무엇일까? 그가 재정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남들이 쓰니까 한 번 써본 것일 가능성이 크다. 내가 생각하는 포용의 재정의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같은 편 사람을 포용하는 건 포용이 아니다. 서로의 생각과 철학은 다르지만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명확하게 재정의를 내린 후 일을 하면 에러가 줄어든다. 애매모호함으로 인한 혼란을 줄일 수 있다.

몰입이란 단어도 그렇다. 모 회사는 몰입을 중시한다. 근데 경영진과 직원들이 생각하는 몰입의 재정의가 다르다. 경영진이 생각하는 몰입은 일 년 365일, 하루 24시간 조직 일만 생각하는 것이다. 늦게까지 근무하고, 주말에도 일하는 것이 경영진이 생각하는 몰입의 재정의이다. 당연히 주말에 임원회의를 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그때 한다. 직원들 생각은 다르다. 이들이 생각하는 몰입은 주어진 시간 안에서의 몰입이다. 조직은 조직이고, 일은 일이다. 조직을 위해 주말을 희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젊은 친구들일수록 그런 생각은 강하다. 같은 단어에 대한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러니 힘이 모이지 않는다. 자꾸 흩어진다.

몇 가지를 살펴본다. 흔히 요즘을 VUCA의 시대라고 한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약자다. 한 마디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예측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근데 예측이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예측은 무엇이 일어날지 알아내거나 맞히는 과정이 아니다.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 내가 생각하는 예측은 로또 숫자를 맞히는 대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재빨리 알아내고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를 알아내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유가 예측보다는 상승과 하락에 따라 무엇을 어떻게 대비할지 미리 고민하는 것이다. 요즘 모든 조직의 화두가 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도 그렇다.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봤지만 속 시원하게 얘기해주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내가 생각하는 재정의는 ‘몸이 출근하는 대신 머리가 출근해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고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힘들게 회사에 오지 않아도 어디에서나 접속해 일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환경을 바꾸어 주는 것이다.

마지막은 차별이다. 내가 생각하는 차별은 개인을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보는 것이다. 그 사람을 그 사람 자체로 보는 대신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의 일원으로 보는 것이다. 차별하지 않는 것은 싸잡아 도매금으로 넘기는 대신 그 사람을 하나의 소중한 인격체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다.

소통을 제대로 하고 싶은가? 가장 먼저 자주 쓰는 말에 대한 정확한 재정의를 내리고, 언어를 통일하라.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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