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기<직구·슬라이더> 돋보이게 변화구 장착 ‘빅리그 강심장’

입력 2020. 12. 01   16:21
업데이트 2020. 12. 01   16:26
0 댓글

13 다 계획이 있었던 김광현의 MLB 진출과 생존기


2017년 팔꿈치 뼛조각 수술 받고
커브·체인지업 등 구종 추가 노력 

 
올 MLB 시범경기서 슬라이더 감춰
그만큼 다른 구종 연마에 ‘심혈’
실전서도 결정구로 변화구 사용 효과 

 
올 시즌 8경기 3승 평균자책 1.62 호투
와일드카드 1차전선 선발 중책 맡기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이 지난 10월 2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른 소감 등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이 지난 10월 2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른 소감 등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광현이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미 프로야구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 샌디에이고전에서 선발로 나와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광현이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미 프로야구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 샌디에이고전에서 선발로 나와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시즌 우여곡절 속에서도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한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귀국 후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는 형님’ ‘라디오 스타’ ‘런닝맨’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잇달아 출연하며 야구팬들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메이저리거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김광현의 미국행은 매우 불투명했다. 소속팀 SK에서 팀의 중요한 에이스를 놓아주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렵게 구단의 허락을 받아내고,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메이저리그로 향한 김광현의 올 시즌은 예기치 못했던 환경들과의 싸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즌 개막이 미뤄지고, 마무리 투수에서 선발 투수로 보직이 변경된 데다 신장 경색으로 IL(부상자명단)에 오르는 등 다양한 경험을 공유했다.

그런데도 그는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호투를 펼쳤고, 단축 시즌이었음에도 8경기에 등판 3승 평균자책점 1.62로 시즌을 마쳤다. 마무리 투수로 시작한 올 시즌을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 선발로 마무리 지은 그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미국 진출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바 있다.

“2017년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고 재활 후 2018, 2019시즌을 치르는 동안 2020시즌 이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목표로 세워놓고 철저히 준비했다. 메이저리그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부족함을 채우려고 노력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하려면 162경기 200이닝을 소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볼넷 수, 투구 수를 줄여야 하는데 투구 수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해야만 했다.”

김광현은 당시 SK 투수코치를 맡았던 손혁 전 키움 히어로즈 감독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한 번은 손혁 코치님이 등판을 앞둔 내게 “오늘은 투구 수 80개 미만으로 던지고 80개가 되면 마운드에서 내리겠다”고 말씀하시더라. 이전의 나는 5회만 돼도 투구 수 100개가 넘었다. 코치님 말씀 때문에 7회까지 80개의 공으로 타자를 상대한 적도 있었다. 속으로 ‘제발 쳐 주세요’ 하면서 스트라이크 존으로만 넣었다.”

SK 시절의 김광현은 직구, 슬라이더만 던지는 ‘투피치’ 투수로 분류됐다. 그는 미국 진출을 앞두고 2년 동안 커브, 체인지업 등 구종 추가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직구, 슬라이더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과 함께 내가 어떻게 해야 안 맞을지, 어떻게 하면 점수를 덜 주고 이길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가장 자신 있는 빠른 슬라이더와 직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변화구를 연구했다. 느린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과 같은 변화구들을 던지자 상대 타자들이 혼란스러워했다. 그때부터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

이후 김광현은 올 시즌 세인트루이스 스프링캠프에서 놀라운 실험에 나섰다. 시범경기 동안 자신의 주 무기인 슬라이더를 철저히 감춘 것이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스프링캠프 동안 진행된 시범경기에서 슬라이더를 아예 안 던졌다. 타자를 상대할 때 직구, 커브, 체인지업, 딱 3가지 구종만 던졌다. 이유는 슬라이더를 던지면 다른 구종 연습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리 포수한테 이야기했다. 직구 던졌는데 맞았다면 다음 공은 커브, 그다음은 체인지업이라고. 직구, 커브, 체인지업으로 경기를 마치고 내려온 적도 있었다.”

김광현은 SK 시절 자신을 향한 비난이 없었다면 메이저리그까지 오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에 있을 때 ‘김광현은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파워 투수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틀을 깨고 싶어 더 노력했던 부분들이 발전의 계기가 됐다고 본다. 때론 아픔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 지적이 없었다면 이렇게 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소리 듣기 싫어서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려 했으니까 말이다.”

흔히 투수들은 중요한 결정구를 사용해야 할 때 자신의 주 무기를 꺼낸다. 그런데 올 시즌 김광현은 그런 상황에서 종종 슬라이더 대신 커브를 던졌다. 김광현은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에서 커브를 던진다는 건 그만큼 내 공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라면서 “그 상황에서 자신의 주 무기가 아닌 제3의 공을 던진다는 건 강심장 아니면 바보”라고 설명했다.

김광현은 바보가 아닌 강심장이었다. 그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강심장 김광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치밀하게 연구하고 노력해서 결과를 만들어낸 김광현의 야구는 계속 진화하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김광현의 2021시즌이 기다려진다.

이영미 인터뷰 전문 칼럼니스트
이영미 인터뷰 전문 칼럼니스트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