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군사상식] 요즘 군대 급식에 빅데이터를 쓴다?

입력 2020. 11. 26   16:39
업데이트 2020. 11. 2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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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먼저 챙기고 덜 짜게…장병 선호 메뉴 과학적 도입

병영식단 안전·안정·영양성에 중점
1990년대부터 급식 질 높이기 노력
1식4찬 생선·채소·육류 비중 확대
갈비·한우·삼계탕 등 선호 메뉴 편성 

군용 프레스햄 돈육 함량 90% 이상
시중제품보다 전분·지방 적어 단단
식감 떨어질 수 있지만 단백질 많아 

메뉴별 배식량 잔반량 자동측정 
데이터 수집 분석해 정책 반영도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0 황금삽 셰프 어워드’에 참가한 해군교육사령부 장병들이 요리에 열중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0 황금삽 셰프 어워드’에 참가한 해군교육사령부 장병들이 요리에 열중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0 황금삽 셰프 어워드’에서 국방부 장관상을 받은 육군2기갑여단 ‘용호드림’팀의 팔보채덮밥.  

 국방부 제공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0 황금삽 셰프 어워드’에서 국방부 장관상을 받은 육군2기갑여단 ‘용호드림’팀의 팔보채덮밥. 국방부 제공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0 황금삽 셰프 어워드’에서 국방부 장관상을 받은 육군2기갑여단 ‘용호드림’팀의 쇼 미 덕(Duck) 팬케이크.  

 국방부 제공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0 황금삽 셰프 어워드’에서 국방부 장관상을 받은 육군2기갑여단 ‘용호드림’팀의 쇼 미 덕(Duck) 팬케이크. 국방부 제공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0 황금삽 셰프 어워드’에서 국방부 장관상을 받은 육군2기갑여단 ‘용호드림’팀의 버섯크림리조토.  
 국방부 제공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0 황금삽 셰프 어워드’에서 국방부 장관상을 받은 육군2기갑여단 ‘용호드림’팀의 버섯크림리조토. 국방부 제공

군 요리계의 지존은 누구인가? 26일 그 주인공이 공개됐다. 바로 2020 황금삽 셰프 어워드의 최우수팀 육군2기갑여단 ‘용호드림’ 팀이다. 이번 대회는 전군 최고의 조리병을 선발하고 우수한 신규 군 급식 메뉴를 발굴·보급해 군 급식의 질을 높이고자 국방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가 힘을 합쳐 추진했다. 사실 급식의 질을 향상하려는 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세간에서는 아직도 군대 급식이 맛이 없다는 오해가 떠돌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알쏭달쏭 군사상식, 오늘은 병영식단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파헤쳐본다.


군용식품, 시중제품 비해 영양성에 초점

과거 197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병영식단은 장병들의 주된 불만 사항 중 하나였다. 맛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속사정을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식품의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5가지 요소는 안전성, 안정성, 영양성, 건전성, 기호성이다. 이 중 병영식단에 공급되는 식품은 안전성, 안정성, 영양성 등에 중점을 둔다. 이는 군용 식품이 전쟁 상황에서 전투원에게 에너지를 제공하고, 비상상황에 대비해 식품을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것에 가장 큰 목적을 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품의 맛보다는 영양소와 저장 안전성 적용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설계 및 제조된다. 반면 일반식품은 생산기업의 이윤창출이 가장 큰 목적이기에 기호성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개발된다.

한 가지 예로 프레스햄과 같은 경우 군용제품은 돈육이 90% 이상 배합돼 제조돼야 하며, 순수한 정육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일반시중 제품의 경우 햄의 식감 등을 위해 돈육 함량을 상대적으로 적게 하고 전분이나 돈지방을 따로 투입해 부드러운 식감을 구현한다. 두 제품을 비교했을 때 군용 프레스햄이 거친 식감과 더 단단한 경도로 인해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져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단백질 함량이 높아 영양성과 에너지 공급 면에서는 더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카레 소스도 좋은 예다. 군용제품의 경우 카레분과 카레 양이 6% 이상 들어가지만 시중의 레토르트 파우치 형태의 카레 소스는 평균 1~2% 정도의 카레분 혹은 카레가 들어간다. 이로 인해 군용 카레가 더 쓰거나 한약 냄새가 난다고 느껴져 맛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맛 향상을 위한 다양한 노력 이어져

그럼에도 맛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맛이 있어야 잘 먹고, 잘 먹어야 전투력도 발휘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군은 맛을 향상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쳤고, 그 결실로 현재는 음식점이나 집밥 못지않은 맛과 질을 뽐내고 있다. 그야말로 병영식단의 대반란이라고 할 수 있다.

군대 급식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분 건 1990년대부터다. 이때부터 군은 급식의 양을 늘리는 데서 질을 높이는 데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1식 4찬’ 도입과 더불어 생선·채소·육류의 비중을 높였고, 라면이 부식으로 제공됐다. 이어 2000년대엔 삼계탕과 돼지갈비, 2010년대부터는 순살새우, 한우, 삼계탕 등 장병들이 선호하는 메뉴가 지속적으로 편성·확대됐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기술 중 하나인 빅데이터를 활용해 군 급식을 개선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육군 1개 대대 병영식당에 급식 자동측정 시스템을 설치한 뒤 장병들의 메뉴별 배식량과 잔반량을 측정하고,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이를 급식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다. 실제 국방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급식정책에 반영했다. 시범사업 결과 장병들이 쌀을 적게 먹음에 따라 한 끼당 110g이었던 기준량을 100g으로 조정하는 대신 오리·낙지 등 선호 품목을 증량하고 소양념갈비찜 등의 신규품목을 도입한 것이 그 사례다.


질·맛 향상이 오해의 주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병영식단이 맛있긴 한데 맛이 들쑥날쑥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어찌 된 영문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하는 주범은 ‘급식의 질과 맛 향상을 위한 노력’이다.

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과거 일률적인 제조 방법을 제시해 동일한 맛과 품질을 요구하던 정부의 계약형태가 군 장병의 기호를 증대하기 위한 형태로 바뀌게 됐다. 이에 따라 현재 구매요구서는 주재료 등 제품의 영양성분 등을 결정하는 중요한 원료들을 제외하고는 업체의 자율적인 노하우와 기술개발을 적용해 관능적 품질을 향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쉽게 설명하면 군 급식에 들어가는 동일 제품이더라도 영양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으나 제조사가 적용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맛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급식방침도 급식 맛에 영향을 준다. 국방부는 매년 급식방침에 따라 장병이 섭취해야 할 급식품목의 양을 정하고 있고, 방위사업청은 이런 결정에 따라 수급해야 하는 제품의 양과 품질을 고려해 계약을 시행하게 된다. 이때 제품의 1회 섭취량과 포장방법 및 용량이 바뀔 수 있고, 그 변화에 따라 저장성, 안정성을 고려한 조리, 살균 및 멸균 방식이 정해지게 된다. 그 결과로 제품의 재료비율이 변하거나 제조방식이 변경돼 맛이 변화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장병들의 건강을 고려한 저염식 등 웰빙식단 도입도 맛이 들쑥날쑥하다는 오해를 일으키는 공범이다. 최근 장병의 나트륨 섭취량이 공론화되면서 사골곰탕, 꼬리곰탕 등 많은 제품에서 나트륨 저감화 방안이 적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다른 제품에서도 나트륨을 줄이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나트륨 양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제품의 배합비와 제조공정 등의 변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어 맛 또한 달라지게 된다.


임채무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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