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식 기고] 안전문화 정착과 강한 부대

입력 2020. 10. 23   16:32
업데이트 2020. 10. 2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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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명 식
육군25사단 왕포포병대대·중령
정 명 식 육군25사단 왕포포병대대·중령

오늘도 우리는 ‘생명을 제일로! 예방을 제대로! 사고를 제로로!’ 라고 안전구호를 외치며 하루를 시작했다. 이는 ‘왕포지킴이’인 전 간부의 일일 다짐이다. ‘왕포지킴이’란 개인과 부대의 전투력 유지와 발휘를 위해 대대 자체적으로 각종 사고예방 책임자로 임명한 제도인데 전 간부가 임명장을 받았다.

이렇게 안전을 강조하게 된 이유는 많은 부대가 전투준비, 교육훈련, 부대관리 등 여러 방면에서 잘하고 있다가도 한 번의 안전사고로 인해 부대 사기 및 단결력 저하 등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상적인 부대운영으로 돌아가는데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을 보면서 안전문화가 단순히 사고 예방 차원이 아니라 모든 부대 활동 영역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따라서 군의 안전문화 정착은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장병이 안전문화 개념조차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안전에 대해 둔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 역시도 야전 안전관리관 교육과 안전문화 개념서를 읽어보고 나서야 지금까지 안전문화에 대해서 얼마나 쉽게 생각했는지 알게 됐다. 특히, 그동안의 무사고가 운이라는 생각이 들자 지휘관으로서 심히 부끄러움과 무서움을 느꼈다.

지금까지 군 발생 사고의 93%는 사람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즉, 안전불감증 등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고 발생 후, 일시적인 관심과 조치는 근본적인 사고 예방이 될 수 없다. 단지 조금 늦추는 것일 뿐 사고 잠재요인이 남아있어 언제든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안전불감증이 생기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위험예지훈련, 사례 교육 등을 해야 하고, 각종 부대 활동 간 전 장병이 위험을 식별하는 습관을 갖도록 지휘관을 포함한 경험 있는 간부들이 현장에서 지도해야 한다. 또한, 군 생활이 서투른 초급간부와 용사들에게 안전기초지식을 교육해야 한다. 즉,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전 장병의 안전문화에 대한 의식개선, 부대 특성에 맞는 안전 시스템 구축, 현장에서 위험요소 분석 및 제거를 통해 불안전한 상태를 최소화하는 환경조성 등 위 세가지 요소가 삼위일체가 돼야 하는 것이다.

나는 항상 사고 예방 교육 간 서두에 “조국을 지키기 위해 육군에 보내주신 아들들! 왕포대대가 ‘안전’하게 지켜드리겠습니다. 왕포대대장의 약속입니다”라고 다짐을 한다. 부대의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부대장이 가장 먼저 솔선수범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두가 ‘안전은 곧 전투력이다!’라는 개념을 깊이 인식해 강하고 행복한 부대가 되도록 안전문화 정착에 힘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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