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지도

입력 2020. 10. 22   16:45
업데이트 2020. 10. 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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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용 혁 중위 육군66사단 포병연대
이 용 혁 중위 육군66사단 포병연대

육군3사관학교 생도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3월 임관해 66사단 포병대대 통신소대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넘치는 의욕으로 모든 일에 무조건 달려들기 바빴다. 그렇게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린 지 1년, 지난 6월 터닝 포인트가 생겼다. 그것은 대대에서 시행하고 있는 ‘행복지도’라는 제도를 만나면서부터였다. ‘행복지도’는 일일·주간·월간 단위의 목표를 세워 단계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주고 자기계발을 도와주는 참고서와 같았다.

나는 ‘과연 20년 넘도록 바뀌지 않았던 나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참여했다. 첫 시작으로 내 주변에서 일일 목표를 찾기로 했다. 나는 1년간 함께 생활했던 소대원들과 마음의 벽을 허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대화할 때는 다소 어색했지만 내가 먼저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니 소대원들도 한 명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소대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서로 마주 보며 진심으로 함께 고민하기를 한 달. 우리 소대는 웃음이 많아지고 눈에 띄게 밝아졌다.

하나 된 우리는 주간 목표를 체력 우수 소대 만들기로 정했다. 예전에는 매번 특급 기준으로 체력단련을 진행하다 보니 뒤처지는 인원이 발생했고, 내가 요구하는 수준까지 소대원들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도 생겼다. 그래서 개인별 목표를 설정하고 정해진 체력단련 이후 자체 체력단련 시간을 주어 수준에 맞게 체력단련을 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다른 소대보다 더딘 것 같았지만, 조바심 느끼지 않고 소대원들과 함께 노력한 결과 지금은 다른 소대보다 체력적으로 더 우수한 소대가 됐다.

이어서 바로 월간 목표를 설정했다. 월간 목표는 나 자신에 초점을 두고 설정했다. 퇴근 후 항상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었던 나는 월 1회 토익,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등 다양한 과목의 시험을 준비하고 응시하기로 정했다. 그리하여 흐지부지 보냈던 시간을 나를 위한 자격증을 준비하는 가치 있는 시간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장병들에게도 큰 변화가 생겼다. 대부분 일과 후 핸드폰만 보며 시간을 보냈는데, ‘행복지도’를 병영생활에 적용하면서 전역 후를 위한 자격증 취득 공부와 체중 관리 등 틈틈이 자기계발을 하게 됐다.

지금까지는 뚜렷한 목표 없이 그저 쳇바퀴 같은 일상의 반복이었다면, ‘행복지도’를 만난 현재의 나와 우리 소대원들은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는 자동차처럼 작은 목표부터 큰 목표까지 나아가면서 무언가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이런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준 66사단이 나의 첫 부대라 다행이고, 지금 대대에서 근무하게 돼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무엇이든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긍정적 에너지를 부대원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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