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빈 종교와삶] 방공부대 군종장교의 단상

입력 2020. 10. 20   16:50
업데이트 2020. 10. 2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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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빈 공군1방공유도탄여단·대위·신부
박성빈 공군1방공유도탄여단·대위·신부


‘공군’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요?

저는 ‘높고 푸른 하늘!’, ‘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투기!’, ‘ 전투기가 이착륙하는 활주로!’ 등이 가장 먼저 연상됩니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으로 공군 부대는 넓은 평지에, 비교적 낮은 곳에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공군1방공유도탄여단에 있습니다.

부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방공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전투기와는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지요. 적의 항공기나 미사일의 공격을 막는 곳이다 보니 부대 위치도 일반적인 비행단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여단 본부는 그러하지 않지만, 예하 포대들을 위문할 때 이를 체감하게 됩니다.

코로나가 잠시 주춤한 틈을 타 예하 포대들을 모두 위문하기로 계획하고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출장을 다녀온 뒤에는 그다음 날 가야 할 곳을 정해서 그곳은 어디에 있으며, 근처에 무엇이 있고, 이동 거리는 어떤지 등을 확인하고 시간 계획을 세워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부대를 방문하며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이곳에도 부대가 있다고?’였습니다. 분명 생소한 지명은 아니었는데 위치한 부대를 찾기 위해선 차로 한참을 올라가야 하는 곳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방공 임무 때문에 비교적 높은 곳에 있는 것입니다. 그곳에서는 누구보다 씩씩한 친구들이 저를 환영해 주었습니다.

제가 만난 그곳의 장병들은 참 밝고 씩씩했습니다. 그중 인상 깊은 몇 친구들이 기억납니다.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장난스레 “○○ 상병은 세례도 받지 않았다면서 천주교 미사에 참석한 이유가 궁금하네”라고 하자, 해맑게 웃으며 그는 “간식 먹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했습니다. 한참 웃으며, ‘맞아! 그것이면 충분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육군에서 병 생활 할 때 먹었던 초코 과자 하나를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던 간식으로 기억합니다. 이것을 먹기 위해 교회도 다니고, 법당도 다녔던 일을 고백합니다. 이를 떠올리게 해주는 병사들의 솔직함과 씩씩함에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고 돌아온 날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여러분이 다양한 종교를 접해 볼 기회는 삶에 있어서 이곳이 유일할지도 몰라. 그것이 간식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떠한 위로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항상 그렇게 밝고 건강한 마음으로 찾을 수만 있다면 좋겠구나!” 그리고 이 마음은 언젠가 신앙의 든든한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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