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그늘 아래 예술품 ‘수난사’ “도둑맞거나 사라지거나”

입력 2020. 09. 22   16:23
업데이트 2020. 09. 2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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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모나리자가 사라지다


지금까지 도난 명화 피카소 500여 점
르누아르 200여 점·렘브란트 170여 점
희소성 높은 작품 가치 도난의 표적
미술품 되찾을 확률 25% 내외 불과
인터폴 ·FBI 수사에도 매년 증가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마네의 ‘카페 토르토니에서’.
마네의 ‘카페 토르토니에서’.

모나리자가 하룻밤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1911년 8월 22일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가 도난당한 것이다. 충격을 받은 루브르는 일주일간 문을 닫기에 이른다. 이렇게 온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이 사건의 범인은 놀랍게도 루브르에서 유리공으로 일했던 빈센초 페루자였다.

그는 왜 모나리자를 훔쳤을까? 진품 모나리자를 고가에 팔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다. 사실 이 사건의 배후에는 명화 전문 사기꾼 에두아르도 드 발피에르노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 공모해 모나리자를 훔치기 전 미리 정교한 모나리자 복제품 여섯 점을 제작해 놓았다. 그리고는 모나리자를 훔친 것이다. 당연히 모나리자 도난사건은 대서특필됐고 그들은 계획했던 대로 여러 암시장 고객들에게 가짜 모나리자를 진짜로 속여 팔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2년 뒤 범인들은 잡혔고 모나리자는 다시 미술관으로 돌아왔지만 하마터면 진짜 모나리자를 영영 못 볼 수도 있었던 사건이었다. 아무튼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루브르는 그 후 모나리자 수송에 장갑차를 이용하기도 한다. 미술은 음악, 문학 등 다른 예술 분야와는 달리 시각적인 결과물이 존재하고 단 하나라는 희소성, 그리고 작품가치가 높다는 특징 때문에 자주 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도난당한 미술품이 다시 돌아올 확률은 아쉽게도 약 25% 내외다.

돈이 목적이었던 또 하나의 사건을 보자. 2004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뭉크 미술관. 대낮에 갑자기 들이닥친 3명의 무장 강도들은 관람객 30여 명이 있는 와중에 경비원을 총으로 위협하며, 너무나 쉽게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와 ‘마돈나’ 두 점을 벽에서 떼어내 유유히 차로 도주하는 대담한 행동을 벌였다. 이는 시가 약 19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30억 원에 해당하는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금액이 너무 컸나? 범인들은 이 작품들을 팔 수가 없었다. 너무도 유명한 도난사건의 작품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작품들은 2년 뒤 범인의 자수로 다시 미술관으로 돌아오게 된다.

한편 정치적인 목적으로 발생하는 도난사건도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요하네스 얀 베르메르 작품의 도난 사건들이다. 네덜란드의 국보급 화가 요하네스 얀 베르메르는 평생에 걸쳐 약 30점 정도의 회화를 남겼다. 그러다 보니 희소성이 대단했다. 그런 만큼 베르메르는 도난사건 수난 화가 상위 랭킹에 오르게 된다.

1971년 9월 브뤼셀에서 전시 중이던 베르메르의 ‘연애편지’가 도난당했다. 범인들은 그림 반환의 대가로 동파키스탄 난민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원조할 것을 요청했다. 그림이 인질이 된 것이다. 후에 이 그림은 다시 돌아오지만 이미 작품은 칼로 찢겨 있었고 표면에도 큰 손상을 입었다. 또 1974년 베르메르의 ‘기타를 치는 여인’이 도난당한다. 범인들은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테러리스트 프라이스 자매의 석방을 요구한다. 역시나 또 그림이 인질이 된 경우다.

그렇다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미술품 도난사건은 어떤 것이었을까? 1990년 3월 18일 미국 보스턴의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에서 무려 십여 점의 명화가 경관으로 위장한 강도들에게 도난당했다. 작품은 1658년 베르메르의 ‘세 사람의 연주회’, 1633년 렘브란트 반 레인의 ‘갈릴리 바다의 폭풍’, 1634년 렘브란트 반 레인의 ‘자화상’, 1878년 에두아르 마네의 ‘카페 토르토니에서’ 등이었다. 굳이 금액으로 따져보면 현재 우리 돈 5000억 원도 넘을 것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현상금 50억 달러를 내걸고 다각도로 수사했지만, 사건 발생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사건은 미궁 속에 빠져 있다.

지금까지 피카소는 500여 점, 르누아르 200여 점, 렘브란트 약 170여 점이 도난당했다. 어떤가? 생각보다 많은 작품이 도난당하고 있지 않은가?

인터폴에서는 도난당한 미술품들 목록을 공개하며 대중의 관심에 호소하고 FBI 또한 미술품 도난사건을 ‘아트 테러’로 규정하고 수사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품 도난사건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한다. 도난 미술품들이 다시 세상에 나올 확률은 매우 낮다. 가끔 뉴스를 보면 명화들이 도난사건이나 위작 시비로 이슈화돼서 등장하는 경우를 본다. 그 모두 작품을 돈으로 보는 시각 때문이겠지. 작품을 예술적 가치로 보고 물려주어야 할 유산으로 보아야 할 텐데 말이다.

<서정욱 아트앤콘텐츠 대표>



서정욱 미술토크 유튜브 채널. QR코드를 휴대전화로 찍으면 관련 내용을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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