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선교 견장일기] 변치 않는 리더십 원칙

입력 2020. 09. 03   16:00
업데이트 2020. 09. 0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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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선 교 
육군73사단 사자연대·대위
인 선 교 육군73사단 사자연대·대위
“중대장님!”

군에 수많은 ‘중대장님’이 있지만 오직 나를 위해 나의 얼굴을 보고 불러주는 이 말은 언제 들어도 참 가슴 설레고, 뭔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지며,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1차 중대장에 처음 취임하던 순간부터 현재 수행하고 있는 2차 중대장까지, 어깨에 녹색 견장, 가슴에는 지휘관 휘장을 착용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중대장이라는 직책은 여전히 새롭고 매력적이다.

동일한 직책에 같은 견장이지만 확연하게 다른 점이 있다. 전방 사단에서 1차 중대장을 할 때는 휘하에 90명의 중대원이 있었고, 현재의 동원사단에는 정확히 30분의 1 수준인 3명의 중대원이 있다. 이렇게 다른 규모의 조직에서 지휘관으로서 내가 적용해야 하는 리더십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임무형 지휘’, 즉 ‘과감한 권한위임’의 정도다. 수많은 장병을 지휘해야 하는 지휘관은 가장 큰 줄기, 즉 명확한 ‘지휘관 의도’에 따른 목표와 임무를 하달하되 이를 실행하고 구현하는 구체적인 수단과 방법에 대해서는 예하 지휘자들에게 과감하게 위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더 신속하고 유연하며 창의적인 임무 수행이 가능하고 동시에 예하 지휘자들의 리더십 역량을 키워줄 수 있다. 그렇게 점차 리더로 발전해 나가는 예하 지휘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지휘관의 가장 큰 보람이자 사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소수의 병력을 지휘할 때는 ‘위임’보다는 명확하고 세심한 지시와 임무 분장, 절대적인 솔선수범과 ‘함께’의 원칙이 매우 중요하다. 90명의 중대원과 1년 반을 함께하다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적응에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하지만 훈련부터 작업까지 개인 PT를 하듯 함께하며 옆에서 세심히 지도하고, 그만큼 즉각적인 반응과 결과를 보여주는 중대원을 보며 ‘함께하는 지휘, PT 리더십’의 힘과 매력을 느끼고 있다.

90명과 3명, 그런데도 절대 변치 않는 리더십 원칙이 있다. 바로 ‘사랑’의 원칙이다. 중대원의 숫자는 30분의 1로 줄었다 하더라도, 내가 중대원들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임무형 지휘’든 ‘함께하는 리더십’이든 리더의 진심 어린 관심과 사랑이 전해지지 않는다면 절대 빛을 발하지 못할 것이고, 부대원의 전투력과 행복 또한 보장하지 못할 것이다. 그 외에 부하들을 성장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는 지휘 원칙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휘관의 사랑이 없다면 그 어떠한 원칙도 유명무실할 것이다.

‘더 잘 사는 법’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많은 이 시대, 무겁고도 명예로운 견장을 달고 있는 우리는 ‘더 잘 지휘하는 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더 잘 지휘하는 법’은 곧 ‘더 사랑하는 법’임을 깨닫고, 나 또한 견장을 내려놓는 그 순간까지 부대원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지휘관이 되길 매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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