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서울 수복… ‘그의 사진은 곧 역사’

입력 2020. 07. 02   16:29
업데이트 2020. 07. 0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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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인식 사진대장의 6·25전쟁 종군일기


임인식 대장의 두 아들 정의·성환, 손자 준영 

국방뉴스 제작·촬영병 복무… 최일선서 활약 


임정의 청암아카이브 사진연구소장
“대한민국 역사 기록한 아버지, 시대 앞서간 사진가
수만 장의 필름 오랜 시간 지나며 변색되고 없어져 아쉬워”


경기 파주시 문산에 설치된 정전회담 천막에서 걸어 나오며 인사하는 유엔군 측 회담 대표 백선엽 육군소장. 1953년 4월 21일.
경기 파주시 문산에 설치된 정전회담 천막에서 걸어 나오며 인사하는 유엔군 측 회담 대표 백선엽 육군소장. 1953년 4월 21일.
불에 탄 서울 중앙청으로 진입하는 국군 해병대. 1950년 9월 27일.
불에 탄 서울 중앙청으로 진입하는 국군 해병대. 1950년 9월 27일.
인천상륙작전을 앞두고 함상에서 작전 지시 중인 백인엽 대령.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을 앞두고 함상에서 작전 지시 중인 백인엽 대령. 1950년 9월.
대구역에서 환송받으며 전선으로 출정하는 학도의용군. 1950년 7월.
대구역에서 환송받으며 전선으로 출정하는 학도의용군. 1950년 7월.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인천에 상륙 중인 국군17연대.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인천에 상륙 중인 국군17연대. 1950년 9월.
인천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서울로 진군하는 국군. 1950년 9월.
인천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서울로 진군하는 국군. 1950년 9월.
6·25전쟁 발발 시 폭파됐던 한강철교를 복원해 시승식이 이뤄진 가운데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이승만 대통령과 밴플리트 장군. 1953년.
6·25전쟁 발발 시 폭파됐던 한강철교를 복원해 시승식이 이뤄진 가운데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이승만 대통령과 밴플리트 장군. 1953년.
논을 갈고 있는 농부 옆을 지나고 있는 유엔군 전차. 1950년 10월.
논을 갈고 있는 농부 옆을 지나고 있는 유엔군 전차. 1950년 10월.

임인식은 기록의 달인이었다. 그가 남긴 종군일기에는 전쟁 발발 당시의 상황이 세세하게 그려져 있다. 6월 24일의 평화로운 휴식 모습부터 긴박했던 25일 아침의 비상소집 상황과 출입기자들을 인솔해 개성 방면으로 이동하던 모습, 급작스러운 전황 전개로 카메라만 든 채 가족을 두고 서울을 떠나는 장면 등이 고스란히 일기로 남겨져 있다. 그는 기록의 중요성을 잘 알았기에 인화된 사진 뒷면에 이름과 장소, 상황, 인물에 대한 정보를 꼼꼼하게 기록해뒀다.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의 생생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선구자적 혜안 때문이기도 하다.

글=조용학 기자/사진=ⓒ임인식(청암아카이브) 

 


● 인터뷰 - 국방역사 기록의 산증인 3代
“귀한 자료들 잘 남겨 다음 세대에게 제대로 물려줘야”


임인식 대장의 장남인 임정의(76·왼쪽 사진) 청암아카이브 사진연구소장은 시간이 흐르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우리나라는 낡고 오래된 과거의 흔적을 많이 지우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며 “다큐멘터리 사진이 당장은 어렵더라도 잘 기록해 다음 세대에게 제대로 알려주는 것은 꼭 필요한 작업”이라는 말로 임 소장은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 역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기록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건축 사진을 하면서도 도시 건축물의 변화되는 모습을 꾸준히 기록해 왔다.

임 소장은 “아버지는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주요 역사를 선구자처럼 기록한, 시대를 앞서간 사진가”라며 “수만 장의 귀한 필름과 사진들을 남기셨는데 개인사무실에서 오랜 시간 보관해오며 변색도 많이 되고 상이 없어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아쉬워했다.

KBS와 코리아헤럴드 기자를 거쳐 공간사 사진부장과 경기대 건축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하는 등 국내 건축사진 1세대 대표주자로 꼽히는 임 소장 역시 국방홍보원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는 1966년 9월부터 홍보원의 전신인 국군영화제작소에서 촬영병으로 3년 반을 복무하며 국방뉴스 120여 편을 찍었다. 1967년 북한의 해안포 공격으로 침몰한 해군 56함 피격침몰사건 때는 원산항 앞바다까지 올라가 일촉즉발의 위기 순간을 영상으로 담기도 했다.

임 소장의 남동생 성환(70) 씨도 베트남전에 참전해 주월한국군사령부에서 촬영병으로 전장의 소식을 고국에 전하는 임무를 맡았다. 아버지에 이어 본인과 동생도 국방홍보에 큰 역할을 해왔지만 임 소장은 그동안 군과 관련된 기억을 잊고 살려고 노력해왔다. “5·16 이후 이런저런 이유로 아버지가 어려움을 많이 겪어 사진도 내려 놓으시고 이민을 준비했다. 당시 생계도 어려워 가족 모두 많이 힘들었기에 군에 대한 기억이 마냥 좋을 수는 없었다”며 임 소장은 아픈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나 피는 속일 수 없었던 것 같다. 임 소장의 아들 준영(44·오른쪽 사진) 씨도 육군32사단에 입대해 훈련받다가 우연히 차출돼 촬영병으로 복무했다. 운명적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 작은아버지를 이어 국방역사를 기록하는 가풍을 이어간 것이다. 건축과 순수예술사진을 전공한 준영 씨는 요즘 틈나는 대로 할아버지의 소중한 기록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작업을 돕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잊힐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은데 국방홍보원을 통해 이런 모습들이 많이 남겨져 국방의 역사로 잘 기록됐으면 한다”는 그의 짧은 말 속에서 깊은 울림이 느껴졌다. 조용학 기자


조용학 기자 < catch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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