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광 독자마당] 입대 후 첫 휴가 나온 아들을 맞이하며

입력 2020. 02. 17   15:27
업데이트 2020. 02. 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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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 광 
대전고등법원 비상계획관·예비역 육군중령
김 기 광 대전고등법원 비상계획관·예비역 육군중령

지난해 10월 입대한 아들이 자대배치 후 첫 휴가를 나왔다. 신병교육대에서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만 해도 이등병이었는데 일병 계급장을 가슴에 달고 늠름한 모습으로 ‘아버지, 충성!’을 외친다.

필자는 얼마 전까지 24년 군 생활을 하고 전역한 예비역 육군중령이다. 현역 시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다녀온 경력이 있다. 부친도 50여 년 전에 백마부대 소속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로 지금은 국립호국원에 안장되어 계신다.

그래서일까? 아들 녀석도 군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아들은 현역 입영 대상자가 아니었다. 시력이 좋지 않아 상근예비역으로 분류됐었는데, 라식수술까지 해 가며 현역으로 자원입대했다. 그러한 아들이 신병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자대배치 후 첫 휴가를 나온 것이다.

아들의 자랑스럽고 멋진 모습에 감사함과 고마움을 느낌과 동시에 아들 녀석이 참으로 대견해 보였다.

아들 녀석이 군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 청주에 있는 집으로 바로 오지 않고, 대전에 계신 할머니를 먼저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왔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아들 녀석이 휴가 나오는 날, 내 모친께서 무릎 수술을 하시는 날이었다.

요즘 신세대 장병들은 휴가 나오면 애인, 친구, 선후배와의 약속이 먼저이지 부모나 친척들은 휴가 기간에 얼굴조차 보기 힘들 정도라고 들었다. 나 역시 아들 녀석이 휴가 나오면 똑같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들 녀석이 짧은 휴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할머니 건강이 걱정되어 먼저 찾아뵈었던 것이다. ‘군에 가더니 철이 많이 들었구나!’라고 혼자 생각해 보았다.

흔히 군대는 ‘사회 교육의 장’이라고 부른다. 입대 전까지는 가정교육이나 학교교육밖에 받지 못하고 입대하는 인원이 대부분이다. 사회경험이 없는 젊은이들이 군 생활을 통해 사회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말씀하신다. “군대에 가더니 철이 많이 들어 왔네” “군대에 가서 철 좀 들어서 나와야 하는데”라고 말이다.

대한민국의 대부분 부모는 아들을 군대에 보내놓고 많은 걱정과 염려를 하게 된다. 그러나 나는 변화되고 달라진 아들의 늠름한 모습에서 ‘역시 현역으로 자원입대한 것이 참으로 다행이구나’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해 보며, 지금 이 순간에도 혹한과 어려운 훈련 속에서 조국과 민족을 위해 헌신하고 계신 모든 장병께 박수와 격려,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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