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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에서 테헤란로를 생각하며

기사입력 2020. 01. 17   17:03 입력 2020. 01. 19   10: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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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종 섭
홍익대학교 초빙교수


비행기가 이란 테헤란 공항에 착륙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기내에 있던 모든 여성이 일제히 히잡을 꺼내 머리에 썼다. 2년여 전 이란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기조연설자로 초청받아 가던 참이었다. 시내에는 가는 곳마다 루홀라 호메이니와 알리 하메네이 두 사람 사진이 걸려 있었다. 호메이니는 1979년 이란 최고지도자인 라흐바르가 됐고 1989년에 사망하자 하메네이가 뒤를 이었다. 40년 넘게 종교지도자가 이란을 이끈다.

이란은 8000만 명이 넘는 인구에 남한보다 16배 큰 국토를 가진 나라다. 석유매장량이 세계 3위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383달러로 세계 97위다. 석유를 둘러싸고 서방 강대국과 대립한 세월이 오래되어 국외 교류는 제한되고, 특히 미국 제재가 심하다. 학술대회에서 만난 교수에게 물으니 미국에서 나온 최신 학술정보를 정상적 방법으로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제제재로 서민경제가 어렵게 느껴졌다. 먹고 사는 문제가 수월하지 않으니 반정부 시위가 늘어난다.

지난 1월 3일 미국이 이란 서열 2인자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총사령관을 드론으로 살해했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던 중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격추됐다. 서방 언론에 따르면 이란 정부가 여객기 오인 격추를 인정하면서 하메네이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진다고 한다. 침체한 경제와 제한된 자유로 억눌린 민심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1000만 명이 넘게 사는 테헤란 시내는 어디를 가도 교통체증과 대기오염이 심각하다. 산유국이라 유가가 저렴하고 대중교통 수단이 부족하니 너도나도 차를 끌고 나온다. 400만 대를 돌파했다고 한다. 평생 1000만 도시 서울에서 교통 불편을 경험했지만, 테헤란에 비할 바는 못 된다. 꽉 막히는 시내 도로 위에서 테헤란 교통정책과 국가 의사결정 체제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

강남에 테헤란로가 있듯 테헤란 북부에는 서울로가 있다. 1977년 양국 시장이 합의해 이름을 정했다. 테헤란로는 왕복 10차로에 4.1㎞로 넓고 화려한데, 서울로는 왕복 4~6차로에 3㎞로 상대적으로 소박하다. 이 두 도로가 양국 우호관계를 상징하는데 실제 양국 시민 반응은 반대다. 한국인은 이란을 먼 나라로 느낀다. 이란인은 한국에 대한 호감이 상당히 높다. 한국 드라마 ‘주몽’과 ‘대장금’의 인기가 높다. 가상체험하는 오락장에 ‘주몽’ 영상을 사용하는 걸 보았다. K팝과 자동차와 전자제품도 큰 사랑을 받는다. 유명한 제과점에 들어갔더니 한국인이냐고 묻고는 주인 딸을 전화로 연결해 주었다.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예의를 갖춰 반가운 인사를 했던 여성이 잊히지 않는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한국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파병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란과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선다. 전통 우방인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에 대한 호감이 매우 높아 미래를 함께 열어갈 이란에 배신감을 느끼게 할 수도 없다. 우리 정부가 지혜를 발휘해서 창의적 대안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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