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명 국방광장] 다양성=가능성

입력 2019. 12. 09   15:10
업데이트 2019. 12. 0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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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현 명
육군학생군사학교 연세대학군단·소령
임 현 명 육군학생군사학교 연세대학군단·소령

군은 사회의 다양한 조직 중에서 통일성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조직이다. 그런데 최근 군에서 다양성에 관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군내 다양성에 관한 논의는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된다. 먼저, 장병들의 다양성 증가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에 대응하고자 하는 다양성 대응 차원의 논의가 있다. 존중과 배려의 병영문화 강조, 다문화 이해 증진 교육 확대 등이 그 예다. 다음은 다양성을 전투력 창출 및 혁신의 동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다양성 활용 차원의 논의다. 구성원 의견 수렴을 통해 조직 문제 해결 및 복무만족도 증진을 도모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 전장을 주도하기 위해 구성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집단지성으로 활용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일찍이 국내외 민간 기업들은 구성원의 다양성이 갖는 잠재적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다양성 증가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왔다. 이러한 노력은 다양성 활용을 통한 성과 극대화, 다양성 관리를 통한 조직 내외의 신뢰획득, 다양성을 활용한 위협관리, 다양성 관리를 위한 제도·문화 개선 등이 있다. 예컨대 IBM은 아시아계·아프리카계·히스패닉계 등 다양한 범주별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시장 개척 및 서비스 개발에 활용함으로써 관련 수익을 수십 배 향상했고, 구글은 시각장애인 연구자를 채용해 시청각장애 고객들을 위한 웹 검색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매출 증대뿐 아니라 기업이미지도 제고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유수의 기업들이 외국인, 여성, 고졸 인력 등을 적극 중용해 조직 유연성 증대와 국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처럼 민간 기업들이 적극적인 다양성 관리를 통해 조직 성과 극대화를 추구하는 반면, 군에서는 조직 내 다양성 활용에 대해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다양성의 증가가 조직 구성원들 간 이질성을 증가시켜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구성원들 간의 편견·불신·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신속·정확한 의사소통, 일사불란한 지휘통제, 화합과 단결을 통한 전투력 발휘를 강조하는 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다양성의 증가는 현대 조직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불가역적인 현상이다. 군이 다양성의 역기능을 우려해 이를 통제할 경우, 내부로부터의 반발은 물론 외부로부터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또 다양성을 통한 창의와 혁신을 스스로 제한함으로써 급변하는 미래 전장을 선도할 수 있는 큰 동력 중 하나를 상실할 수 있다.

현재 우리 군은 창군 이래 가장 커다란 변화와 혁신의 기로에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이 보유한 우수한 인적 자원과 이들이 가진 다양성은 군의 변혁에 커다란 자양분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다양성에 관한 논의가 확대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는 다양성 관리의 관점에서 다양성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다양성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더 폭넓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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