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귀환’은 설렘이었다

입력 2019. 11. 11   17:08
업데이트 2019. 11. 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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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 창작 뮤지컬 ‘귀환’ 관람 후기


김해수 고(故) 김영인 대원 아들 전몰군경유족회 경기도지부 부천시지회장
김해수 고(故) 김영인 대원 아들 전몰군경유족회 경기도지부 부천시지회장

뮤지컬 ‘귀환: 그날의 약속’은 필자에게 실제 상황이었고, 전장에서 아버지의 마지막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해 주는 순간이기도 했다. 꿈 많았던 학생들이 조국이 위험에 처하자 자진 입대하는 모습에서는 숙연해졌고, 극 중 승호가 도시락통의 금속 부분을 떼어 어린 병사들의 이름을 새겨주는 장면이 계속 잊히지 않는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자신이 새겨준 어린 병사들의 이름표가 발견되고, “훗날 꼭 찾으러 올 테니 기다리라”는 김승호 어르신의 약속 장면과 “기다려 주어서 고맙다”며 통곡하시던 장면에서는 내 아버지의 유해를 발견한 순간과 겹치면서 다시금 가슴이 벅차올랐다. 작은 상자 안에 담긴 유해가 태극기로 덮이는 순간, 병사들이 유해를 가슴에 안고 걸어오는 모습을 볼 때는 그야말로 기쁨과 슬픔이 뒤섞여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귀환’이라는 단어는, 내 상처를 치유하며 설렘을 선사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이름을 찾지 못한 유해가 많이 있고, 국방부와 육군에서는 6·25 참전용사에 대한 무공훈장 찾아주기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뮤지컬 ‘귀환’ 속에 6·25 참전용사에게 무공훈장을 수여하는 모습이 있다면 조국을 위해 산화한 참전용사들의 명예와 유가족들의 자긍심이 더 높아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솔직히 아버지 없이 자란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와 국가를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69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신 아버지를 본 순간 그동안의 원망과 아픔이 녹아내렸다. 자진해서 결사유격대원이 돼 장렬히 산화하신 나의 아버지, 고(故) 김영인 대원이 너무 자랑스럽고 유품으로 남기신 태극문양의 군복 단추는 평생 가보로 간직할 것이다.

평생 아버지를 크게 불러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소원을 이뤄주신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뮤지컬 ‘귀환’을 제작해 아버지를 ‘귀환’하게 해주신 육군본부와 출연 병사, 5사단 유해발굴작전 병사들에게도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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