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과 영공 침입

입력 2019. 07. 25   08:43
업데이트 2019. 07. 2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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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A Newsletter 제562호(한국군사문제연구원 발행)


지난 7월 23일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 및 정찰기가 동시에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입하였으며, 그중 러시아 정찰기는 이례적으로 한국 독도 영공을 침입하였다. 타국 정찰기가 한국 영공을 침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중국과 러시아의 폭격기와 정찰기가 한반도에서 정치·군사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한국방공식별구역에 침입하여 각종 군사정보 수집 활동을 하였으나, 이번과 같이 양국 군용기가 동시에 침입한 것 역시 처음이었다.

현재 한반도 주변 군사·정치 상황은 매우 혼란스럽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미래의 전략적 경쟁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지목하고 첨단 군사력 개발과 동맹을 통해 견제하고 있다. 일본 신조 아베 정부는 지난 7월 초부터 한국에 대한 무역 제한을 단행 중이며, 이에 대응하여 한국이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의 한일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미·북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북한 간에는 비핵화를 위한 실무협의가 천천히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있으며, 미국은 유조선 호송을 위한 『다국적 유조선 호송함대』 구성을 한국과 일본에 제안하였다. 이를 협의하기 위해 미 백악관 존 볼턴(John Bolton) 보좌관이 일본을 거쳐 한국을 방문하여 한일 간 갈등을 넘어 한미일 안보협력을 지향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이에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와 정찰기의 한반도 정찰 활동과 한국방공식별구역 침입을 최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 발표, 한미동맹의 포괄적 개념으로의 발전, 미·북 간 비핵화 협상 등의 동북아 지각이 변동되는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중국과 러시아가 자신들의 존재감과 군사적 레버리지(leverage)를 시현하려는 상징적 군사도발 행위라고 보고 있다.

앞에서 본 정치·외교적 상황 이외에 작전적이며 전술적인 측면에서 이번 사태를 평가하자면, 실제 중국과 러시아가 투입한 군용기가 모두 구형이며, 중국 H-6 제트 폭격기와 러시아 Tu-95 프로펠러 폭격기 간 연합초계훈련 개념도 현대전에 적합하지 않고 탑재 무장도 최첨단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태평양 진출을 시도한 중·러 연합훈련이라고 평가하나, 이 역시 과도한 평가이다. 태평양에 해외공군기지가 없는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는 태평양에 진출할 수 없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이번 중국과 러시아가 공조하여 한국방공식별구역과 영해를 침입한 행위는 다음 달 초부터 3주간 예정된 『한미연합 19-2 동맹/전작권 전환 검증』 훈련에 즈음하여 한·미 군사 당국 간 사전준비 현황을 살피고, 관련 신호정보(SIGINT)를 수집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러시아 A-50 정찰기의 독도 영해 침입은 독도를 두고 갈등이 있는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보고, 러시아가 이를 일본과 영유권 분쟁이 있는 북방 4개 도서에 대한 일본의 주장에 대응하려는 조치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 7월 24일 『뉴욕타임스(NYT)』지는 “이번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와 정찰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 침입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국과 러시아 겨냥, 포괄적 한미 동맹 발전, 그리고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해양안보 계획(MSI) 제안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긍정적 반응 등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를 우려한 중국과 러시아가 자신들의 상징적 존재감을 나타내려는 상징적 군사적 도발 행위”라고 보도하였다.

통상 주변국의 방공식별구역 침입은 경고, 차단 및 밀어내기 등으로 대응하나, 영공 침입은 국가 주권에 대한 군사적 도발로 받아들여 보다 강력한 수단으로 대응한다.

특히 국가 주권을 저해하는 영해/영공에 대한 침입에 대한 대응 수단은 잠수함의 경우, 부상 조치하여 국기를 올리도록 하여 해당 국가를 국제사회에 보이도록 하나, 항공기의 영공 침입은 시간이 매우 짧아 경고사격 등 직접적 방법으로 영공 침입을 조종사가 인지하도록 한다.

한국 합참은 “7월 23일에 중국 H-6 폭격기 2대와 러시아 Tu-95 정찰기 2대가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과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을 침입했다가 이탈하기를 반복하였고, 이 과정에서 별도의 러시아 A-50 정찰기 1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 내에 위치한 독도 영공을 두 차례 7분간 무단 침입하였으며, 이에 대응하여 한국 공군 F-15K와 KF-16 등 전투기가 출격해 차단 기동, 플래어(섬광탄) 투하 및 2차례의 경고사격을 하였다”라고 발표하였다.

또한, 자국 주재 대사에 대한 초치행위가 이루어진다. 실제 7월 23일 오후에 한국 국방부와 외교부는 주한국 중국과 러시아 대사와 국방 업무 관계자를 국방부와 외교부로 불러 해당 국가가 사전 통보 없이 한국방공식별구역과 영공을 침입한 것에 대해 엄중하게 항의하였다.

궁극적으로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증가시키고 있는 한, 이에 반발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대응 행위가 한반도 주변 공역과 공해에서 더욱 엄중하고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였다.

※ 약어 해설
- KADIZ: Korea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
- WTO: World Trade Organization
- SIGINT: Signal Intelligence
- NYT: New York Times
- 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 MSI: Maritime Security Initiative
- JADIZ: Japan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

* 출처 : Reuters, July 23, 2019; The Korea Times, July 23, 2019; Yonhap, July 23, 2019; The Japan Times, July 23, 2019; KBS World News, July 23, 2019; The New York Times, July 24, 2019; 국방일보, 2019년 7월 24일,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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