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군함이야기] 49. 고준봉급·천왕봉급 상륙함
국내 최초 상륙함 고준봉함
1992년 9월 진수
초수평선작전 가능한 천왕봉함
2013년 진수
국지분쟁 발생 시 신속대응전력 수송
유엔평화유지 등 해외파병 임무 맹활약
우리 해군은 창설 이후 미국에서 상륙함(LST·Landing Ship Tank) 14척과 중형상륙함(LSM·Landing Ship Medium) 12척을 도입했다. 운봉급과 대초급 상륙함이다. 일부는 6·25전쟁 이후 퇴역했지만 대부분 함정은 1990년대 후반까지 임무를 수행했다. 해군은 1980년대 들어서면서 기존 함정의 노후화에 대비하고, 상륙작전 능력 강화를 위해 후속 함정의 건조 필요성을 제기했다.
첫 번째 결실은 1993년 6월 고준봉함(LST-Ⅰ)의 취역이었다. 이어 21세기형 상륙작전인 초수평선(OTH·Over The Horizon) 상륙작전 개념에 부응해 신형 상륙함인 천왕봉함(LST-Ⅱ)을 2014년 12월 전력화했다. 초수평선 상륙작전은 해안의 적 진지에서 보이지 않는 수평선 너머에 상륙함이 위치하다가 일시에 전력을 해안으로 이동시키는 작전이다. 해군은 현재 고준봉급과 천왕봉급 상륙함을 각각 4척씩 보유하고 상륙작전은 물론 해외파병, 비군사적·인도주의적 임무 등을 폭넓게 수행하고 있다.
소요 제기 11년 만에 ‘고준봉’ 첫 결실
해군은 미국산 상륙함의 노후화와 국내 조선산업의 발전에 따라 차기 상륙함을 국내에서 건조하기로 하고 1981년 11월 한국형 상륙함 소요를 제기했다. 1985년 7월 해군은 사업 추진 결정과 함께 건조 가능성을 검토하고, 개념설계에 돌입했다. 1986년 12월 코리아타코마 조선소와 선도함 기본설계 계약을 맺었으며, 1989년 11월 상세설계 및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 최초로 건조한 상륙함은 1992년 9월 4일 진수됐다. 해군은 적의 고지를 점령한다는 의미에서 ‘고준봉’을 함명으로 부여했다.
고준봉급 상륙함은 만재 4360톤, 전장 112.7m, 전폭 15.4m 규모다. 무장으로는 20·40㎜ 함포 각 1문, 대유도탄기만체계(MASS· Multi Ammunition Soft kill System)를 장착했다. 최대 속력은 16노트(시속 29.632㎞)다.
특히 이전에 운용하던 운봉급 상륙함과 달리 상륙 헬기가 이·착함할 수 있는 비행갑판을 갖춰 입체적 상륙작전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함미에는 램프를 설치해 상륙돌격장갑차가 신속히 해상으로 돌진할 수 있다. 고준봉급 상륙함은 1999년까지 비로봉·향로봉·성인봉함이 차례로 취역했다.
이동수단 탑재한 상륙수송함으로 발전
상륙작전 수행 개념은 지속적으로 변화했다. 최근에는 무기체계의 발달로 상륙함이 목표지역에 직접 접안하는 게 어려워졌다. 해안감시 레이더 탐지권이 확대되고, 지대함 유도탄과 해안포의 사거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목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입체적 상륙작전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지휘통제체계도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상륙함은 초수평선 외곽에서 발진할 수 있는 이동수단을 탑재한 상륙수송함으로 발전했다.
우리 해군은 2000년대 초반 차기 상륙함 소요를 제기했으며, 2007년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건조사업(4척)이 확정됐다. 이어 2008년 한진중공업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선도함 건조에 착수했다. 그 결과 2013년 9월 11일 차기 상륙함의 첫 번째 함정이 진수됐다. 해군은 국내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의 최고봉 ‘천왕봉’을 함명으로 부여했다.
천왕봉급 상륙함은 만재 6940톤, 전장 126.9m, 전폭 19.4m 규모다. 40㎜ 함포 1문과 대함유도탄방어유도무기(SAAM·Surface Air Anti Missile), 대유도탄기만체계 등을 장착했다. 최대 속력은 23노트(시속 42.596㎞)다.
완전 무장한 상륙군 320여 명과 상륙정, 전차, 상륙돌격장갑차를 동시에 탑재할 수 있다. 헬기 패드(PAD)도 2개소로 늘어 기동력이 배가됐다. 특히 국내개발 전투체계와 상륙작전지휘소가 신설됐고, 방탄설계 적용 구역과 방화 격벽이 강화돼 함정 생존 능력이 수직 상승했다. 주요 장비의 국산화율은 96%에 이른다. 2018년까지 천왕봉급 상륙함 천자봉·일출봉·노적봉함이 취역했다.
상륙작전 주력함…세계 평화에도 일조
상륙함은 전시 목표 해안에 직접 접안하거나 해상에서 상륙세력을 전개시킨다. 평시에는 작전·훈련과 더불어 기지·도서에 병력·장비·물자 등을 수송한다. 국지분쟁이 발생하면 신속대응전력을 수송하며, 유엔 평화유지 활동을 포함한 국제협력 활동을 지원한다. 재해·재난 구호 등 비군사적·인도주의적 작전도 수행한다.
고준봉급과 천왕봉급 상륙함은 단독·연합·합동 상륙훈련을 통해 작전 수행 능력을 향상시켜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브라 골드(Cobra Gold) 연합훈련이다. 이 훈련은 다국적 평화유지 활동을 위해 시행하는 인도적·평화적 연합훈련이다. 우리 해군은 2002년부터 참관국으로 동참하다 2010년부터 정식 참가하고 있다.
국군의 해외파병 임무에서도 맹활약했다. 고준봉급은 베트남전쟁 이후 처음으로 해외(동티모르)에 파병된 상록수부대의 군수지원작전을 맡았다. 고준봉급으로 구성된 해군 수송분대는 2000년 3월 10일부터 2003년 7월 16일까지 5159톤의 물자를 수송했다.
해성(海星)부대도 있다. 해군은 항구적 평화작전(Operation Enduring Freedom)으로 명명된 아프가니스탄 대테러전쟁에 해성부대를 파병했다. 별을 보고 대양을 건너 세계평화에 기여하라는 의미인 해성부대는 2001년 12월 18일부터 2003년 6월 24일까지 6진에 걸쳐 고준봉급 상륙함과 연인원 823명을 파병했다.
인도적 구호 작전도 있다. 제중(濟衆)부대다. 우리나라는 2004년 12월 26일 인도양에서 발생한 지진·해일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제중부대를 창설했다. 제중부대 1진 향로봉함은 2005년 1월 14일 인도네시아로, 2진 비로봉함은 2005년 1월 27일 스리랑카로 출항해 임무를 완수했다.
국방부는 2013년 태풍 피해를 본 필리핀을 지원하기 위해 육·해·공군과 해병대 합동부대인 아라우부대를 창설했으며, 고준봉급 상륙함 2척이 임무를 수행했다.
고준봉급과 천왕봉급 상륙함은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 바다에서 국제적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재해·재난이 발생하면 비군사적·인도주의적 작전으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글=윤병노 기자/사진=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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