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가스 누출·열차 탈선·방사능 유출·테러 진압… 대형복합재난 신속·완벽 대응

입력 2019. 06. 19   17:45
업데이트 2019. 06. 1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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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태극연습’ 현장 훈련 어떻게 진행됐나


지난달 28일 강원도 강릉차량기지에서 실시된 을지태극연습에 참가한 육군23사단 장병들이 고속열차 탈선사고 상황을 가정한 현장에서 구조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강릉=조용학 기자
지난달 28일 강원도 강릉차량기지에서 실시된 을지태극연습에 참가한 육군23사단 장병들이 고속열차 탈선사고 상황을 가정한 현장에서 구조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강릉=조용학 기자

지난달 29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청에서 열린 을지태극연습에서 육군55사단 소속 화생방지원대 장병들이 화생방 오염 여부를 정찰 중이다.    용인=조종원 기자
지난달 29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청에서 열린 을지태극연습에서 육군55사단 소속 화생방지원대 장병들이 화생방 오염 여부를 정찰 중이다. 용인=조종원 기자

지난달 29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청에서 열린 을지태극연습에서 육군특수전사령부 비호부대 장병들이 테러진압 및 인질구출을 위해 진입하고 있다.    용인=조종원 기자
지난달 29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청에서 열린 을지태극연습에서 육군특수전사령부 비호부대 장병들이 테러진압 및 인질구출을 위해 진입하고 있다. 용인=조종원 기자

재난영화 ‘샌 안드레아스’는 지진으로 발생 가능한 모든 재난을 보여준다. ‘진도 9.6의 대지진이 도심에 발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상상하며 담아낸 화면은 관객을 압도한다. 지진을 시작으로 해일, 화재, 건물 붕괴 등 대규모의 재난이 발생하며 모든 것이 무너졌다. 영화 속 샌 안드레아스 단층은 실제 존재하는 단층이며 이 지역은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영화 속 상황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고 제작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지진에서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경주·포항 지진을 겪으면서 더는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며, 지진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재난이 됐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재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불러왔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올해 을지태극연습에 기존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과 달리 대규모 복합 재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위기대응연습을 포함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번 연습에 적용된 ‘포괄적 안보’ 개념이다. 포괄적 안보는 전쟁, 무력도발, 국경 분쟁 등과 같은 전통적인 안보 영역은 물론 재난 위기 영역, 국가 핵심 기반 위기 영역, 국민 생활 안전 위기 영역을 포함한 새로운 개념이다. 포괄적 안보에는 정치·경제·사회적 혼란과 환경오염 등 다양한 분야의 비전통적 안보위협은 물론 테러,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해적, 재해·재난, 대량난민, 사이버테러 등 초국가적 위협도 모두 포함한다. 정부는 이번 연습을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위협은 물론 비군사적 위협까지 모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했다.

을지태극 1부 연습의 일환으로 지난달 27~28일 진행된 ‘2019년 국가위기대응연습’은 ‘샌 안드레아스’처럼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추가 재난을 막는 훈련으로 구성됐다.

27일 9시 30분 경북 영천 일대에서 발생한 규모 6.9 지진으로 댐 붕괴, 방사능 누출, 유해화학물질 유출, 고속열차 탈선, 정보통신 사고가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났다. 국방부는 이 대규모 복합 재난 상황에 대해 중앙·지방 행정기관과 협조하는 한편 합참, 각 군 본부를 통제해 통합된 대응에 나섰다. 또 지역 책임부대와 재난대응 전담 부대를 투입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대응조직 운용과 재난 대비 임무수행 절차를 숙달했다.

경기도 파주에서는 엘지디스플레이 사업장 내부의 실란가스 누출·폭발로 인근에 있던 불산 탱크로리가 전도돼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유출된 불산 가스가 인근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먼저 실란과 불산으로 오염된 현장에서 부상자를 구조하고 화재 진압에 나섰다. 이어 불산의 확산 범위를 확인해 인근 주민을 안전지역으로 대피시켰다. 이후 화학물질을 제거하는 제독활동과 붕괴 공장 건물 내에 매몰된 피해자 구조 활동, 현장 치료 및 긴급 후송을 실시했다. 이 훈련에서는 첨단 장비의 창의적인 활용이 눈에 띄었다. 병력이 직접 진입하기 어려운 지역은 육상 무인이동로봇인 ‘탈론’이 투입됐다. 또 헬기에 원거리 측정장비를 설치, 공중에서도 화학물질 이동상황을 감시했다.

강원도 강릉에서는 KTX 열차가 탈선하는 상황을 가정해 훈련이 진행됐다. 터널을 통과하던 열차는 지진으로 철로가 굴절되고 교량 상판이 부분 파손되면서 8량이 탈선되고 1량이 터널에 갇히는 위기에 처했다. 현장에 투입된 한국철도공사 초기대응팀이 긴급구조와 현장 통제를 실시하는 사이 소방·경찰 요원으로 구성된 긴급구조통제단은 화재진압, 인명구조, 교통통제, 환자이송을 실시했다. 열차 안에 갇힌 승객들은 육군3공수여단 특전요원에 의해 안전하게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공병단은 탈선된 철로를 복구하고 터널 출구에 쌓인 토사를 정리했다.

경북 울진군에 위치한 한울원자력발전소에서는 지진으로 원자력 시설이 일부 붕괴하면서 방사능이 누출되는 상황에 맞춰 훈련이 이뤄졌다. 방사능 누출이 확인되자 즉시 ‘적색비상’이 발령됐다. 하지만 방사능 유효선량이 긴급 주민대피 결정기준인 10m㏜/h를 넘는 1510m㏜/h까지 감지되는 등 방사선 물질 확산으로 인한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참가자들은 한울원전 인근 안전취약계층을 원전에서 3~5㎞ 떨어진 예방적 보호조치구역으로 대피시켰다. 이어 현장에서 방사선 피폭선량을 평가해 350여 명을 구호소로 옮겼다. 이후 한울원전 사무동과 사택 붕괴로 고립된 사람들을 구조하고 비상진료기관과 방사선 비상진료소를 구성해 방사선 피해자 진료 및 방사선 영향 상담을 실시하는 순서로 훈련이 진행됐다. 훈련에 투입된 방사능탐사용 헬기는 육상·해상뿐만 아니라 공중방사능 오염 여부를 확인했고 제독차량은 광범위한 지역 제독을 실시했다.

국방부는 이번 연습을 통해 범국가적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군의 역량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위기대응조직과 재난지원부대를 운용해 대규모 민·관·군 합동 훈련을 실시하고 재난안전통신망과 위성방송차량, 스카이십, 드론 첨단장비를 이용해 재난현장을 가시화하는 한편 정확한 정보 공유와 의사소통을 한 결과 국가위기대응 역량이 한 단계 상승했다”고 말했다.

맹수열 기자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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