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이야기] 원산함, 다국적 기뢰대항전·기뢰제거 훈련서 맹활약

입력 2019. 06. 16   13:50
업데이트 2019. 06. 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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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원산급·남포급 기뢰부설함


1990년대 초 기뢰부설함 건조 추진
1998년 원산함·2017년 남포함 취역
기뢰전 지휘함으로 소해함 엄호 임무
남포함,주요장비 국산화율 90% 도달

 

우리 해군의 첫 번째 국내 건조 기뢰부설함인 원산함이 항해하고 있다. 사진 = 해군
우리 해군의 첫 번째 국내 건조 기뢰부설함인 원산함이 항해하고 있다. 사진 = 해군

6·25전쟁에서 기뢰전의 중요성을 실감한 우리 해군은 1990년대 초반 중·소형 함정의 기함(旗艦)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뢰부설함(MLS: Mine Layer Ship) 건조를 추진했다. 그 결과 1998년 2월 2600톤급 ‘원산함’이, 2017년 6월 3300톤급 ‘남포함’이 취역하는 열매를 수확했다.


두 함정의 핵심 임무는 우리 항만에 방어용 기뢰(수중에 설치하는 지뢰)를, 적의 해역에 공격용 기뢰를 부설하는 것이다. 더불어 기뢰탐색함(MHC: Mine Hunting Coastal)과 기뢰탐색소해함(MSH: Mine Sweeping & Hunting)의 군수지원 임무도 수행한다.

6·25전쟁 교훈 소해 전력 확충 심혈

6·25전쟁 때 유엔군은 기뢰에 의한 피해를 많이 보았다. 북한은 열세인 해군 전력을 만회하기 위해 기뢰를 적극 활용했다. 주요 항만에 계류기뢰를 부설하고, 부류기뢰를 깔아 조류를 타고 자유롭게 떠다닐 수 있게 했다.

유엔군의 원산상륙작전에서는 주력군을 일주일 가까이 바다에 묶어놓기도 했다. 당시 북한은 원산 근해에 3000여 발의 기뢰를 부설했다. 유엔군은 대대적으로 기뢰대항작전을 펼쳤지만, 우리 해군을 포함한 수많은 함정이 기뢰 접촉으로 침몰했다.

우리 해군은 1950년대 후반부터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掃海) 전력 확충에 심혈을 기울였다. 금산급과 남양급 연안소해함(MSC: Minesweeper Coastal)을 미국에서 도입했으며, 1980~1990년대에는 국산 기뢰탐색함과 기뢰탐색소해함을 전력화했다.

해군은 기뢰를 부설하는 전력 확보에도 박차를 가했다. 그 일환으로 미국에서 인수한 중형상륙함의 일부를 기뢰부설함으로 개조·운용했다. 그러나 전문 기뢰작전을 수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해군은 1991년 10월 기뢰부설함 기본설계에 돌입했다. 1994년 10월 현대중공업과 상세설계 및 함 건조 계약을 체결한 뒤 1997년 1번함을 진수했다. 해군은 원산상륙작전의 교훈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국내에서 첫 번째로 건조한 기뢰부설함을 원산함으로 명명했다.


원산함, 기뢰 수백 발 신속·정확 설치

원산함은 전장 103.75m, 전폭 15.20m 규모다. 76㎜ 함포 1문과 40㎜ 함포 2문, 어뢰발사기 2기, 대유도탄기만체계를 장착했다. 4대의 디젤엔진은 최대 22노트(시속 40.7㎞)까지 속력을 낼 수 있다.

함정 크기는 울산급 호위함(FF: Frigate)보다 크고, 무장은 동해급·포항급 초계함(PCC: Patrol Combat Corvette)에 버금간다. 유사시 적 해안포 사거리 내에서 기뢰를 제거하고, 기뢰전 지휘함으로 소해함을 엄호해야 하는 이유에서다.

원산함은 함미에 기뢰부설 장치를 갖춰 수백 발의 기뢰를 신속히 설치할 수 있다. 함미에는 대형 헬기가 이·착함할 수 있는 헬기갑판을 갖췄다. 미국 해군의 기뢰제거용 대형 헬기(MH-53)가 뜨고 내릴 수 있다. 기뢰탐색용 소나(SONAR)와 각종 기뢰제거 장비도 탑재했다. 원산급 기뢰부설함은 계획상 3척이 건조될 예정이었지만, 예산상의 이유로 1척만 건조됐다.


남포함, ‘덩치·펀치력’ 대폭 업그레이드 


해군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차기 기뢰부설함(MLS-Ⅱ)의 소요를 제기했다. ‘유일무이’의 기뢰부설함인 원산함의 노후화를 대비하고, 더 우수한 성능의 기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본·상세설계를 거쳐 2014년 4월 건조에 착수한 차기 기뢰부설함은 2015년 5월 진수됐다. 남포함이 주인공이다.

남포함의 함명은 평안남도 남포(예전 진남포)에서 따왔다. 우리 해군은 1950년 10월부터 11월까지 전개한 진남포 소해작전에서 유엔군과 함께 기뢰를 성공적으로 제거했다. 이 작전의 성과를 기리고, 기뢰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두 번째 기뢰부설함을 남포함으로 명명했다.

남포함은 원산함과 비교해 ‘덩치’와 ‘펀치력’이 향상됐다. 전장 114m, 전폭 17m 규모에 스텔스 건조공법을 적용해 적의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장비에 의한 피탐(被探) 확률을 대폭 낮췄다. 손상통제와 화생방 보호체계를 갖춰 생존 능력을 높였다.

무장으로는 76㎜ 함포 1문과 어뢰발사기 2기, 대함유도탄방어유도무기(SAAM), 대유도탄기만체계, 어뢰음향대항체계(TACM)를 장착했다. 함미에는 대형 헬기 갑판과 격납고를 구비했으며, 최고 속력은 23노트(시속 42.6㎞)다.

자동기뢰부설체계도 업그레이드됐다. 전자해도항해체계(ECDIS)와 거리제어 시스템을 장착해 짧은 시간에 많은 기뢰를 정확한 위치에 부설할 수 있다. 특히 주요 장비의 국산화율이 90%에 달해 함정 유지와 성능개량을 손쉽게 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울산 근해에서 최종 시운전 항해 중인 남포함 승조원들이 함미 갑판에서 선체번호 ‘570’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 해군
울산 근해에서 최종 시운전 항해 중인 남포함 승조원들이 함미 갑판에서 선체번호 ‘570’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 해군


최단 소해항로·해상교통로 확보 중심축 


원산급·남포급 기뢰부설함은 소해함과 함께 ‘최단 소해 항로(Q-Route)’를 관리하고, ‘해상교통로’를 확보하는 중심축이다. 최단 소해 항로는 유사시 이른 시간 내에 우리 항구를 개항하기 위한 항로며, 해상교통로는 주요 교역품의 해상 이동 통로다.

원산함은 서태평양 기뢰대항전 훈련(MCMEX)에 여러 차례 참가해 우수성을 뽐냈다. 2004년에는 무인기뢰처리기(MDV)를 이용한 기뢰제거 훈련에서 참가국 중 가장 먼저 기뢰를 제거했다. 2014년에는 다국적 무인잠수정(UUV)팀을, 2015년에는 미국 해군의 자율무인잠수정(AUV)팀을 지휘하는 소해단대장 임무를 수행하며 기뢰를 완벽히 탐색하는 성과를 거뒀다.


윤병노 기자 < trylover@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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