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국산 함정 대량 건조의 시작 ‘동해급 초계함’
울산급 호위함 비해 크기·무장 줄인
4척의 ‘동해급 초계함’ 1983년 취역
함수에 76㎜ 함포 등 전투체계 동일
동·서·남해 전역서 적 고속함 차단
중기·후기 초계함 모두 28척 건조
남해 침투 반잠수정 격침 등
초기 4척, 30년 활약 후 모두 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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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급 호위함(FF·Frigate)은 당시 우리나라 방위산업 기술이 집약된 전투함이었다. 최신의 사격통제장치와 자동화 함포, 함대함 미사일, 어뢰 등을 장착한 울산급 호위함은 고성능을 자랑했다. 그러나 건조비가 높은 단점이 있었다. 이에 해군은 1980년대 초반 ‘로엔드(Low end) 전략’을 수립했다. 울산급 호위함보다 소형인 함정을 대량 건조한다는 한국형 초계 전투함(Korean Corvette Experimental) 사업이 그것. ‘동해급 초계함(PCC·Patrol Combat Corvette)’은 이렇게 탄생했다.
연안침투 적 고속함 차단
국산 초계함은 울산급 호위함과 비교해 크기·무장을 줄였지만, 전체적인 성능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초계함은 형태와 무장에 따라 초기·중기·후기형으로 나뉜다. 초기형은 동해급 초계함이다.
해군은 1979년 동해급 초계함의 개념설계에 착수한 뒤 이듬해 기본설계를 마무리했다. 이어 1981년 8월 대한조선공사와 선도함 건조계약을 했다. 동시에 타코마 조선소와 2번함을, 현대중공업과 3번함을, 대우중공업(현재 대우조선해양)과 4번함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4척의 초계함은 각 조선소에서 2년여의 건조 기간을 거쳐 1983년 말부터 순차적으로 취역했다. 해군은 이 함정에 동해·수원·강릉·안양을 함명으로 부여했다.
동해급 초계함은 체구는 작지만 울산급 호위함과 동일한 전투체계를 적용해 ‘펀치력’은 강했다. 함수에 76㎜ 함포 1문, 함미에 40㎜ 함포 1문, 상부 갑판에 30㎜ 함포를 2문 설치했다.
가스터빈 1대와 디젤엔진 2대를 탑재했으며, 최신예 장비를 장착해 대함·대공·대잠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었다. 최대 속력도 31노트(시속 57.4㎞)에 달했다. 고속정(PKM·Patrol Boat Killer Medium) 지휘함으로 충분했다. 이에 따라 동해급 초계함은 동·서·남해 전 해역에서 고속정을 지휘해 연안으로 침투하는 적 고속함을 차단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4척 모두 퇴역…일부 함정은 외국 대여
동해급 초계함은 형태가 ‘항아리형’이다. 함정 안정기(Stabilizer)가 없는 상황에서 안정성과 요구 속력을 만족시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후 중기·후기형 초계함은 울산급 호위함과 선형을 유사하게 제작했다. 전장이 길어지고 톤수도 증가했다. 함대함 유도탄을 탑재하고, 더 큰 구경의 함포를 배치하는 등 무장을 대폭 강화했다.
동해급 초계함은 건조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로펠러 명음(Singing)이다. 명음은 물 속에서 회전하는 프로펠러 날개의 떨림으로 발생하는 소리다. 1번함인 동해함 건조 과정에서 명음이 발생했다. 이에 해군은 동해함을 수리 도크(Dock)에 올린 뒤 프로펠러 뒷날의 형상을 바꾸는 것으로 명음을 해결했다. 후속함으로 건조 중이던 수원·강릉·안양함도 모두 변경했다.
해군은 동해급 초계함을 바탕으로 이후 건조되는 초계함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켰다. 그 결과 초계함 건조 사업은 1993년까지 이어졌으며, 초기·중기·후기형을 합해 모두 28척을 건조했다.
동해급 초계함은 호위함과 더불어 해군 해역함대의 주요 전력으로 운용됐다. 연안 경비와 더불어 유사시 연안 접근을 시도하는 적 고속정과 상륙세력을 차단하고, 우리 고속정의 지휘 통제함 역할을 맡았다.
동해급 초계함은 퇴역 전까지 함정별로 250여 회가 넘는 출동 임무를 완수했다. 접적해역 경비, 해상 대간첩작전, 함정 수송, 탐색·구조작전 등 다양한 활약을 펼쳤다.
동해함은 1998년 남해로 침투하는 반잠수정 격침 작전에 참가했으며, 1991년 거제도와 2008년 마라도에서 조난선박을 구조하기도 했다. 수원함은 2007년 가거도 인근에서 전복된 어선을 구조했다.
30년 가까이 조국의 바다를 지킨 동해급 초계함은 2010년을 전후로 퇴역했으며, 일부 함정은 외국에 양도됐다.
글=윤병노 기자/사진=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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