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리며

입력 2019. 04. 10   15:34
업데이트 2019. 04. 1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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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병철 육군상사 유엔군사령부·독립운동가 승영호 대령 장손
승병철 육군상사 유엔군사령부·독립운동가 승영호 대령 장손

제 조부님은 광복군으로 활동하신 독립운동가 승영호 대령(1920~1988)입니다.

광복군이 창설되자 제3지대로 입대, 중국에서 신익희 선생님과 함께 광복군 총사령부에서 항일운동을 하셨습니다. 광복 이후에는 육군 장교로 임관해 제주병무청장을 지낸 후 대령으로 예편하셨습니다. 지난 2018년 10월 24일에는 ‘오늘의 독립운동가’로 지정되기도 하셨습니다. 할아버지의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집안의 장손인 저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할아버지의 활약상을 듣고 자랐습니다. 덕분에 제게 할아버지는 가문의 영광 그 이상의 자부심이었습니다.

그래서 4월 11일, 제100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맞아 느끼는 감회가 더욱 남다릅니다. 조부님을 비롯해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했던 우리 선조들 덕분에 오늘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있기에 더욱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저는 현재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군정위는 남·북한의 정전협정 이행을 감시하고 위반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관리기구입니다. 군정위에서 근무하는 동안 6·25전쟁에 참여했던 미국, 캐나다 등 16개 유엔사 회원국과 많은 업무 교류의 기회가 있었고,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그 나라들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선조들을 잊지 않고 기리며 그들의 문화적 특성에 맞는 다양한 추모 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세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에 살면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조들의 희생과 노력을 그만큼 고귀하게 여기고 감사하는지 스스로 자문하게 됩니다.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선조들의 큰 희생으로 만들어진 나라입니다. 이런 희생을 잊지 않고, 현재 우리 대한민국 국격에 맞는 추모 행사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더불어 6·25 전쟁에 참전한 16개 유엔사 회원국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명분만으로 이역만리 먼 나라에 자국의 젊은이들을 보내 우리를 도와주었습니다. 낯선 땅에서 희생한 그들을 잊지 않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 역시 우리가 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년이 됐습니다. 다른 나라 땅에서 수립된 임정은 독립 의지의 상징이었고 오늘날 대한민국을 있게 한 기틀이 돼주었습니다. 임정 수립 100주년 기념일이 단순히 기념식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도록 피땀 흘려 조국을 지켜준 저의 자랑스러운 할아버지와 우리의 선조들, 그리고 우리에게 도움을 준 유엔군 장병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문화가 조성될 때, 우리 국민도 우리가 가진 자유와 평화를 소중하게 여기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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