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궁 3회] ‘그럼 장기간 기술 개발은 누구와 하나’

입력 2018. 11. 06   13:00
업데이트 2023. 03. 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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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000m가 넘는 고지에 위치한 공군 방공관제 부대에 배치된 신궁.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에 위치한 공군 방공관제 부대에 배치된 신궁.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PSAM)에 대한 태스크포스의 개념 연구 결과와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국방과학연구소(ADD)는 1994년 8월에 연구개발 사업을 정부가 주도하는, 즉 ADD가 주도하는 형태로 탐색개발 계획서를 작성, 국방부에 제출하게 했다. 

"업체 주도 개발형태로 전환 검토하라"


그런데 국방부는 사업 주체를 정부가 아닌 소요군이 관리하고 업체가 주도하는(정부관리 업체주도) 개발 형태로 전환할 것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이같이 업체 주도 개발 형태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라는 예는 비단 한국형 PSAM이 처음은 아니다.


1993년 하반기에도 155mm 신형 자주포 K9에 대해 내려진 바가 있다. 신형 자주포는 당시 체계종합업체인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검토되었다. 그러나 자주포 가운데 장갑차량과 군수종합요소(ILS)에 대한 개발은 업체 자체로 가능하지만 핵심인 무장과 탄약, 사격통제 등 전반에 걸쳐 업체가 주도하기는 어렵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1990년대 중반 업체 주도 개발이 검토된 바 있는 155mm 자주포 K9. 국방일보DB
 1990년대 중반 업체 주도 개발이 검토된 바 있는 155mm 자주포 K9. 국방일보DB

 

시스템 복합체(System of Systems)로서의 무기체계를 해외에서 시스템 전체에 대한 상당한 기술적 협력 없이 국내 독자 모델을 업체 주관으로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 


한국형 PSAM에 대한 개발 지침(지시)에 따라 업체 주도형 개발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한 검토는 근 1년간 계속됐다. 당시 체계종합 업체이자 유도탄 전문업체는 금성정밀(현 LIG넥스원)은 ‘독자적 업체 주도 불가능’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기술도입 업체주도’ 가능성을 검토하게 됐다. 이때 삼성전자가 이 제안 손을 내밀었다.  삼성전자는 미국 유도탄 업체인 포드에어로스페이스(현 레이시온)에서 근무한 적 있는 인사를 상무로 영입하고 연구팀을 편성하여 유도탄 개념설계 결과를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개진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기술도입 업체주도’ 개발에 의지를 보이는 삼성전자에 사업 주도권을 주는 방향으로 검토하게 되었다. 그리고 ADD가 시험 개발 등으로 보유한 PSAM 개발의 핵심이 되는 적외선 탐색기의 기술을 ‘업체주도 개발업체’가 될 삼성전자로 이전할 수 있는지를 이원상 책연에게 검토하라며 협조를 요구했다. 


여기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적외선 탐색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ADD는 시제업체인 금성정밀과 10여 년간 연구를 계속해왔는데 이 연구 결과를 정책에 의해 타 업체에게 이전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이었다. 이원상 책연은 이때 이렇게 의견을 제시했다. 

"금성정밀이 삼성전자보다 탐색기 기술은 조금 더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기술은 국가가 ADD를 통해 확보한 것인 만큼 국가 정책에 따라 금성정밀은 삼성전자에 그 기술을 제공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단기적인 사업성을 위해 기술 개발의 결과만을 얻고자 하는 업체에 그렇게 기술을 제공하는 격이 된다. 그렇다면, 향후 국가(국방부)가 먼 미래를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주요 핵심 기술을 개발할 때 어떻게 업체와 손을 잡고 연구개발을 할 수 있겠는가? 그 방안은 무엇인가?" 


곧이어 관련 의견들을 종합한 국방부는 한국형 PSAM 개발사업을 정부 주도 형태로 결정했다. 


경제 위기의 러시아와 협력의 손을 잡다 
2색 탐색기 기술도입으로 최초 계획 보완 

그런데 1990년대 초 러시아(구 소련)가 공산주의 체제 붕괴와 함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자 정부는 러시아에 14억 7000만 달러의 경제협력 차관을 제공한다. 이후 이 원리금과 이자 상환액 일부를 현물로 상환받는 협정을 체결되고 그 일환으로 현물 중 러시아제 무기를 들여오는 ‘불곰사업’도 함께 추진됐다. 

 

불곰사업의 일환으로 도입된 러시아제 T-80U전차. 국방일보DB 
불곰사업의 일환으로 도입된 러시아제 T-80U전차. 국방일보DB 


우리 군은 1998년까지 T-80U 전차, BMP-3 장갑차, PSAM 이글라, 대전차유도무기 메티스-M 등 4개 품목을 들여왔다(1차 사업 내용이다). 이 가운데에는 군사기술 획득도 포함되었는데, 바로 이글라의 탐색기와 체계종합 관련 기술이었다. 

1980년대 중반에 개발된 이글라의 탐색기는 수동 IR호밍 방식이지만 3세대형으로 이중 채널의 2색 (Two Color) 적외선 탐색기라고 한다. 표적인 항공기가 플레어 등으로 적외선의 교란 능력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IRCCM)이 뛰어난 점이 특징이다. 

 

러시아군의 이글라 사격훈련 모습. 유튜브 동영상 캡처. 
러시아군의 이글라 사격훈련 모습. 유튜브 동영상 캡처. 


 이글라에 적용된 이같은 탐색기를 비롯한 기술들을 국내에 도입키로 함에 따라 ADD의 한국형 PSAM의 탐색개발 내용도 일부 수정 보완이 불가피해졌다.  기존 단소자 적외선 탐색기를 적용한 PSAM을 개발하면서 독자적인 2색 적외선 탐색기를 병행 개발한다는 당초 계획안이 러시아의 기술 협력을 받아 2색 적외선 탐색기를 적용한 PSAM을 개발하는 계획으로 수정 보완된 것이다. 


이원상 책연 등을 주축으로 국내 시험개발로 확보된 단소자 초냉각형 적외선탐색기(AIM-9L급) 기술에 IRCCM 능력이 강화된 2색 적외선 탐색기 기술을 적용하는 데에는 기술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뿐만 아니라 탐색기에 따라 공력설계와 유도조종 등 다른 분야의 설계도 달라지므로 PSAM 전반에 미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일부에서는 2차에 걸친 미스트랄 도입에 따른 절충교역으로 한국형 PSAM신궁에 미스트랄 기술이 적용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었으나, 1차 도입 시 절충교역은 당시 개발 중이던 천마 관련 기술을 획득하는데, 2차 도입(1996) 시 절충교역으로는 신궁에 필요한 풍동시험 등의 기술협력을 받았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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