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석 독자마당] 꼭 무언가를 이루어내지 않아도 괜찮아

입력 2018. 10. 15   16:04
업데이트 2018. 10. 1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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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장병이나 바람직한 군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글을 보게 되면 대부분 많은 자격증을 따내고, 중요한 보직을 맡아서 무언가를 이뤄내는 등 일을 해낸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위의 이야기나 글처럼 군 생활을 멋지게 해내는 사람들,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노력해 결과물을 이뤄낸 사람들을 보면 존경하게 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왜 나는 저 사람들처럼 할 수 없을까?’라고 그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게 제일 힘이 됐던 것은, 다름 아닌 N사의 웹툰 ‘Ho!’에 나왔던 주인공의 대사였습니다.

이 웹툰은 한 평범한 남자와 청각장애인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것입니다. 남자 주인공이 취업 준비 과정에서 뜻대로 되지 않아 낙담하자, 소녀가 이런 말을 하며 위로해 줍니다. “노타치쌤쌤고고, 각자의 인생은 각자의 것이니, 그저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

우리는 꼭 누군가와 비교하고, 누군가가 되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언가를 이뤄낸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열심히 삶을 살아갔던 것의 결과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면 됩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이루지 말란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본인에게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그들처럼 되지 못했다고 스스로 비참해지면서 힘들어질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꽃은 매일매일 물을 마시지만, 우리가 주는 모든 물을 마시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많은 물을 다시 뱉어내고 본인이 흡수할 수 있을 만큼만 흡수하곤 합니다. 꽃이 하루 동안 흡수하는 물의 양을 보면 아주 보잘것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빼먹지 않고 꾸준하게 적절한 물과 따스한 햇볕을 받은 꽃은 어느새 활짝 피어있을 것입니다. 우리도 꽃처럼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흡수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꽃이고, 모두 다른 방법으로 다른 아름다움을 펼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막에 선인장이 없이 장미만 있다면, 사막의 동물에게 부족한 물을 제공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누군가는 오랜 시간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서 결국 큰 나무가 돼 다른 사람에게 신선한 공기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누군가는 매년 돌아오는 꽃이 돼 세상을 더 아름답고 향기롭게 만들고 달콤한 꿀을 제공할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하고, 각자 본인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의 삶에서 어느 순간 꽃도 만개해 있을 것입니다. 우리 각자의 군 생활, 나아가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남과 비교하기보다는, 각자의 상황에 맞는 페이스로, 하루하루 한 걸음씩 꾸준하게, 본인이 최선을 할 수 있는 만큼 매일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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