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성이지만 순직 조종사 유자녀에게 보탬 되길”

입력 2018. 08. 08   13:12
업데이트 2018. 08. 0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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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11전비 손유승 병장, 병사 최초로 하늘사랑 장학재단에 320만 원 쾌척




2년 군 생활 무사히 마치게 해준 부대에 감사 마음
같은 대대 조종사 두 분 순직… 유가족에게 위안 됐으면


전역 앞두고 2년 봉급 모아 기부… 모군(母軍) 사랑 실천

“저의 작은 정성이 영공 수호에 헌신한 순직 조종사의 희생을 추모하고, 남겨진 유가족을 위로하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전역을 앞둔 병사가 한 푼 두 푼 모은 봉급을 공군 순직 조종사 유자녀의 학업을 돕는 데 써달라며 ‘하늘사랑 장학재단’에 기부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아름다운 사연의 주인공은 공군11전투비행단 102전투비행대대 작전지원병 손유승 병장. 그는 7일 충남 계룡시 공군본부를 방문해 이성용(중장) 참모차장에게 320만 원을 전달했고, 이 참모차장은 모군(母軍) 사랑을 실천한 손 병장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이 참모차장은 “본인이 쓰기에도 넉넉지 않은 봉급을 모아 하늘사랑 장학재단에 기부해준 손 병장의 모군 사랑을 고맙게 생각한다”며 “손 병장의 소중한 정성은 순직 조종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추모하고, 그들의 유자녀를 돕는 데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병사가 하늘사랑 장학재단에 기부금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21일 전역 예정인 손 병장은 2년의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치게 해준 부대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지난 4월 경북 칠곡에서 발생한 F-15K 전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같은 대대 조종사들의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기부를 결심했다.

“대대장님을 비롯한 부대원들 덕분에 건강하게 군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전투비행대대에 근무하며 영공 방위의 중요성과 조종사의 희생·헌신을 체감했습니다. 그러던 중 안타깝게도 같은 대대에서 근무하던 조종사 두 분이 순직했습니다. 언제나 임무완수에 심혈을 기울였고, 저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던 분들이었습니다. 남겨진 유가족에게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작은 정성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에도 한몫


손 병장의 첫 기부활동은 중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몸이 불편한 같은 반 친구가 생활고에도 항상 밝은 모습으로 지내는 걸 보고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생활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이를 계기로 대구 경신고등학교에 다니던 형과 함께 모은 400만 원을 난치병 학생 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구고등학교 입학 당시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우를 돕기 위해 성적 우수 및 동기회 장학금에 본인의 용돈을 더해 기부금을 쾌척함으로써 화제가 됐다. 2014년에는 대구고 총동창회로부터 받은 성적 우수 장학금 전액을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지원 성금으로 내놨다.

손 병장은 군 복무 중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지구촌 축제’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것.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대변인실에서 기자회견 내용 정리, 번역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군인 신분으로 올림픽 성공 개최에 일조했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부대원들의 이해와 배려가 없었다면 자원봉사활동을 꿈도 꾸지 못했을 겁니다. 전역 후에도 부대와 전우를 잊지 않을 것이며, 기부활동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늘사랑 장학재단은 1982년 사고로 순직한 고(故) 박광수 중위의 부모님이 28년 동안 모아온 1억 원의 유족연금과 조종사 2700여 명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2억여 원의 성금을 기반으로 2010년 9월 창립됐다. 이후 2012년부터 매년 비행 임무 중 순직한 공군 조종사 유자녀들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윤병노 기자 < trylover@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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