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 달에 한 번씩… ‘맛나는 행복’을 만나봅니다

입력 2018. 04. 11   17:57
업데이트 2018. 04. 1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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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28사단 공병대대, 매달 푸드트럭 행사


‘야시장처럼 맛있고 색다른 맛 주자’ 착안

음식물 책임보험 가입 업체들과 업무협약

떡볶이·닭꼬치에 화덕피자·원두커피 등

기다란 대기줄에도 인기만점인 ‘소확행’

“맛도 최고… 피로 잊는 병영생활 활력소”

 

 

육군28사단 공병대대 장병들이 대대 체육대회가 열린 11일, 경기도 양주시 부대 연병장의 푸드트럭에서 닭꼬치와 떡볶이 등을 사면서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양동욱 기자
육군28사단 공병대대 장병들이 대대 체육대회가 열린 11일, 경기도 양주시 부대 연병장의 푸드트럭에서 닭꼬치와 떡볶이 등을 사면서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양동욱 기자


“왜 예쁜 날 두고 가시나~ 날 두고 가시나~ 왜 예쁜 날 두고 가시나~ 날 두고 떠나가시나~.”

11일 오전 10시 경기도 양주시 육군28사단 공병대대. 경쾌한 음악 소리가 넘실대는 연병장 옆 도로를 따라 활동복 차림의 장병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다.

긴 줄의 맨 앞에는 도심 번화가나 축제가 열리는 행사장 등에서 볼 수 있는 푸드트럭 4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

부대는 이날 장병 체육대회를 맞아 업무협약을 맺은 업체의 푸드트럭 4대를 부대로 불렀다.

이날 하루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고 재충전을 하는 장병들에게 병영 생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4대의 푸드트럭은 각각 떡볶이와 닭꼬치 등을 파는 분식트럭, 수제 화덕피자를 파는 피자트럭, 갓 내린 원두커피와 각종 음료를 파는 카페트럭, 닭강정트럭 등이었다.

오전 9시 부대에 들어온 이들 푸드트럭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지 30분쯤 지나면서 공병대대 장병들뿐만 아니라 한 울타리 안에 있는 정비·보수대대 장병들까지 가세해 줄은 계속 늘어났다.

 

5분대기조 장병들이 푸드트럭에서 산 음식을 먹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양동욱 기자
5분대기조 장병들이 푸드트럭에서 산 음식을 먹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양동욱 기자

 


특히 영내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닭꼬치와 수제 화덕피자를 파는 푸드트럭 앞으로 가장 긴 줄이 만들어졌다.

20여 분을 기다린 끝에 닭강정을 받아 든 박성재 이병은 “전입 온 지 3주밖에 안 됐는데 이런 음식을 군대에서 먹어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너무 맛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조준호 이병도 “입대 전 푸드트럭 음식을 많이 먹어 봤지만 부대 안에서 먹는 푸드트럭 음식이 훨씬 맛있다”며 “부대에서 만나는 푸드트럭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확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10시30분. 시간이 지날수록 푸드트럭 앞의 줄은 계속 늘어났고 장병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메뉴인 닭꼬치는 30분 가까이 기다려야 맛을 볼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로 영내 푸드트럭을 경험한 김찬 일병은 “지난달 처음 푸드트럭이 왔을 때는 무작정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이번엔 요령이 생겨서 줄이 줄어드는 것을 보고 나와서 닭꼬치를 샀다”며 “한 달에 한 번씩 부대를 찾아오는 푸드트럭이 병영생활에 큰 활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연병장 주변 벤치에 앉아 전우들과 떡볶이와 피자 등을 나눠 먹던 이정훈 병장은 “설레는 마음으로 전우들과 함께 따끈따끈한 떡볶이와 피자 등을 만드는 푸드트럭 주변을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며 돌아다니는 시간은 병영생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작고 사소한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병장은 “영내 매점에서 파는 냉동 피자를 많이 먹긴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맛볼 수 있는, 화덕에서 방금 꺼낸 피자 맛은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장병들이 푸드트럭 음식을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양동욱 기자
장병들이 푸드트럭 음식을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양동욱 기자


부대는 장병들에게 이처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선사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푸드트럭을 부르고 있다.

이 같은 아이디어는 김대섭(대위) 군수과장이 휴가 중 아내와 함께 서울 동대문의 ‘밤도깨비 야시장’을 방문해 푸드트럭 음식을 맛본 데서 착안한 것이다. ‘맛있고 색다른 먹거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병사들에게도 주면 어떨까?’라는 김 과장의 아이디어를 부대가 곧바로 실천에 옮긴 것이다.

이를 위해 대대는 지난달 식품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음식물 책임보험에 가입한 푸드트럭 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지난달 21일 야전부대로는 최초로 푸드트럭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는 준비한 400인분의 재료를 모두 소진하면서 대성공을 거뒀다. 이에 부대는 매달 한 차례씩 이 같은 행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이날 체육대회를 맞아 두 번째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김 과장은 “푸드트럭에 열광하는 장병들의 모습을 보면서 행복은 소소한 것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푸드트럭을 통해 병영생활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줄 수 있어 보람차고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김 과장은 “병사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작지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며 시작한 일인데 그 마음이 다행히 잘 전달된 것 같다”며 “병사들이 행복하면 병영이 밝아지고, 밝은 병영은 전투력의 근간이 되는 만큼 앞으로 푸드트럭이 더욱 많은 부대로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석종 기자 < seokjo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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