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사람들의 기록 인생은 내 삶의 역사

입력 2018. 04. 04   17:44
업데이트 2018. 04. 0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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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작 육군28사단장 『로마인 이야기』


강건작 육군28사단장이 국방일보 장군의 서재 추천도서인 『로마인 이야기』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한재호 기자



책 나올 때마다 서점으로 달려가

인간 중심으로 역사 바라보게 돼
역사, 지혜이자 오늘 비추는 거울
치열한 로마인 삶 통해 인생 배워



“인류역사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친 로마의 역사를 ‘사람’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역사가 사건들의 연속이 아닌 사람들의 기록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강건작(소장) 육군28사단장이 『로마인 이야기(전 15권)』를 추천하면서 한 말이다.


『로마인 이야기』는 로마와 이탈리아 역사에 수십 년간 천착해 온 일본 여류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1992년부터 2007년까지 15년간에 걸쳐 쓴 책이다.

15권에 이르는 이 책을 대위 때부터 시작해 대대장 때까지 모두 읽은 강 사단장은 “매년 한 권씩 새 책이 나올 때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서점에 달려가 사 봤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로마인 이야기』는 강 사단장에게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했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역사책은 ‘사건’ 중심으로 기술돼 있고 학창시절의 역사 공부도 모두 ‘사건’ 중심이었습니다. ‘사건’ 중심의 역사는 그저 ‘무슨 일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지식’ 수준에서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한 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삶의 기록’입니다. 역사가 과거 사람들의 ‘삶의 기록’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 그 역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혜’가 되고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강 사단장은 “우리는 자칫 ‘현재의 나’를 준거 기준으로 역사적 사실을 바라보고 그 사실이 ‘옳았다’ 또는 ‘그르다’라고 손쉽게 평가한다”며 “그러나 그 시대 사람들의 처절한 고민과 노력을 조금만 이해한다면 그런 평가가 얼마나 섣부르고 성급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대 로마의 정치체제 변화를 예로 들었다.

강 사단장은 “로마의 정치체제는 왕정에서 출발해 공화정과 제정으로 이어지는데 우리가 아는 역사발전 상식으로는 왕정과 귀족정이라 할 수 있는 공화정을 거쳤다면 민주정으로 가는 것이 맞는데 그들은 제정을 선택했고 수백 년간의 안정기를 맞아 ‘팍스로마나’를 구가했다”며 “이것은 옳고 그름으로 평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치열한 고민과 삶으로 뛰어들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로마 1000년의 역사 동안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익이 아닌 공익과 헌신으로 사회변화를 이끄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이 속에서 우리가 추앙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체가 결코 위대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고민과 선택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마인 이야기』는 강 사단장에게 전사(戰史)와 군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영감도 줬다.

강 사단장은 『로마인 이야기』에서 단초를 얻어 우리 민족의 군사사(軍事史)와 현대 우리 군의 지향 방향을 정리해 책으로 엮어내기도 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5세기 무렵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고구려 무용총 벽화 중 수렵도에 등장하는 등자, 최무선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함포, 세계 최초의 로켓 신기전 등 우리 조상들의 군사적 업적과 역량이 결코 고대 로마에 뒤지지 않음도 알 수 있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강 사단장은 “『로마인 이야기』에 담긴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장병들은 물론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조금의 여유와 위안을 주는 것은 물론 일부에게는 인생을 살아가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과거와 현재의 사실들에 대해서도 ‘그들은 왜 그랬을까?’ ‘무슨 고민을 했기에 그런 결정과 행동을 했을까?’라는 조금은 신중하고 여유 있는 시선을 갖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서는 목적 의식 갖고 독하게…
틈날 때마다 몰입…인생 보는 시각 달라지고 삶도 변화


강 사단장은 장병들에게 목적 의식을 가지고 치열하게 독서할 것을 권했다.

“보통 군에 입대하는 20대 초반의 장병들은 군 생활이 바쁘고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군대생활은 의식주 해결, 의미 없는 사람들과의 맹목적 만남, 스마트폰, 게임 등 우리 인생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많은 요소들로부터 자유롭게 합니다. 생각을 바꾸면 오롯이 자기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넘쳐난다는 의미입니다. 이 시간을 독서에 몰입해 보기를 권합니다.”

강 사단장은 “인생을 설계하는 데 독서만 한 것이 없다”며 “독서는 생각을 풍부하게 하고 많은 지식과 지혜를 선사한다”고 말했다.

특히 강 사단장은 “양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인생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고 실제 삶이 변화할 것”이라며 “자기가 진정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고 스스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안목과 힘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독서를 통해 얻어지는 유연한 사고와 문제의식은 장병들이 맹목적으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수동적 복무태도에서 벗어나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자세로 효율적으로 임무를 완수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이런 장병들의 태도 변화는 작게는 부대의 전투력을 높이고, 크게는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젊은이들을 사회로 배출해 국가의 활력을 이끄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석종 기자 < seokjo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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