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버전보기

국방일보

2021.06.23(수)

속보
기획  < 군과 사람  < 전쟁 영화 속 영웅

용기는 일단 부딪쳐야 생기는 거야

기사입력 2017. 12. 26   17:37 입력 수정

페이스북 바로가기 트위터 바로가기 카카오톡 바로가기

<49·끝> 쓰리 킹즈(Three Kings), 1999 감독: 데이빗 O. 러셀 /출연: 조지 클루니, 마크 월버그, 아이스 큐브





걸프전쟁(Gulf War)은 1990년 8월 2일 사담 후세인이 통치하던 이라크가 ‘쿠웨이트는 이라크의 영토였다’며 침공하자 미국·영국·프랑스 등 34개 다국적군이 미국 주도하에 쿠웨이트를 지원하면서 벌어진 전쟁이다. 이 전쟁은 세계 전쟁사에 유례가 드물게 한쪽이 일방적 승리를 거두었다.





대중매체 이용한 미디어 전쟁, 걸프전

걸프전쟁은 그간 개발해 실전에 사용하지 못한 하이테크 무기의 실험장이었고, 텔레비전 등 대중매체를 이용한 미디어 전쟁이었다. CNN 등 방송을 통해 지구촌으로 생중계된 전투 장면은 전쟁을 영화나 게임의 한 장면처럼 인식하게 만들었다.


걸프전 배경의 재치 넘치는 블랙 코미디

영화 ‘쓰리 킹즈’는 걸프전을 배경으로 후세인이 숨겨둔 금괴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선 4명의 미군이 우연히 위기에 처한 이라크 난민을 돕게 되면서 영웅이 된다는 블랙 코미디다. 영화의 설정이나 표현 방식은 재치 넘치고 유쾌하고 혹은 황당하나 내용은 자못 진지하고 시사적이다. 영화 종국에는 난민을 구출해 인류애적인 감동도 선사한다. 시작은 미미하나 그 끝은 제법 장대하다.

걸프전이 끝나던 날, 퇴역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아치 게이츠 소령(조지 클루니), 병장 트로이 발로우(마크 윌버그), 독실한 크리스천인 선임하사 엘진, 그리고 어리숙한 시골 출신 일병 콘라드 비그 등 4명은 이라크 포로의 항문에 숨겨져 있는 지도를 손에 넣게 된다. 지도에는 후세인이 전쟁 중 강탈한 금괴를 숨겨놓은 벙커가 표시돼 있다.

이들 게이츠 소령 일행은 아침에 출발해 점심때 돌아온다는 심산으로 소풍 같은 금괴 찾기에 나선다. 이들은 후세인 군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쉽게 금괴를 찾는 데 성공하지만, 뜻밖에도 후세인 군에 잡혀있던 난민 리더의 부인이 후세인 군에게 사살되고, 이어 벌어진 우발적인 총격전으로 난민들과 함께 이라크군으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된다.





금을 운반할까 vs 난민을 도울까

게이츠 일행의 정체를 눈치챈 리더가 금괴를 운반할 테니 대신 자신들을 이란으로 망명시켜 달라는 조건을 제시한다. 이들은 한때 미국의 지원을 믿고 사담 후세인을 공격했지만, 막상 전쟁이 끝나자 등을 돌린 미국 때문에 오갈 데 없는 난민들이다. 금괴를 운반하려면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망명을 도와주자니 이미 정전협정이 끝난 후라 불법 행위가 되고, 게다가 발로우 병장은 이라크군에 체포된 상태다.

그러나 별수가 없었던 게이츠 소령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발로우 병장 구하기’로 계획을 바꾼다. 이처럼 상황이 꼬여가자 불안한 비그 일병은 게이츠에게 “이제 계획이 뭐냐?”고 묻는다. 이에 게이츠 소령은 “하다 보면 용기는 생겨. 원래 용기란 그런 거야”라고 한다. 비그가 다시 “미리 생길 수는 없나요?” 하고 묻자 게이츠는 “(용기는) 일단 부딪쳐야 생기는 거지”라면서 난민들과 함께 이란 국경으로 향한다.


걸프전 희화화…반성적·사실적 메시지 담아

영화는 기존의 진지한 전쟁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화면들로 채워져 있다. 이라크를 탈출해야 하는 난민들이 군용차 대신 인피니티 등 각국의 대표적인 승용차를 타고 사막을 카퍼레이드하듯 질주하며, 적에게 던지는 폭탄도 럭비공을 주고받는 식으로 던지며, 국가적인 기밀(금괴)이 인체의 항문에서 발견되고, 총에 맞았을 때 총알이 신체의 장기들을 파괴하는 장면 등을 보여주는데 이것들 역시 걸프전을 희화화하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영화의 주제는 심각하다. 여전히 미국식 영웅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걸프전에 대한 메시지가 철학적이며 반성적이고 사실적이다. 이 같은 메시지는 주로 발로우 병장에게서 나온다. 그는 인질이 되는 과정에서 군복이 아닌 사복을 입게 되는데 이는 전형적인 미국인의 모습으로 당시 걸프전에 참전했던 보통 미국인의 생각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영화의 엔딩은 비그 일병만 전사하고 3명은 무사히 귀국해 평범한 미국인이 된다. 전쟁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카펫 회사 오너가 되고, 할리우드 군사자문 역 등 나름 전문직 종사자가 돼 걸프전 참전 이전보다는 훨씬 잘된 것으로 마무리된다. 전쟁 중 군인 신분으로선 맞지 않는 금괴 소동 후에도 오히려 성장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따뜻한 결말은 전쟁을 풍자하면서도 패권, 경제가 개입될 수밖에 없는 전쟁의 실체를 이해하려는 미국 국민의 바람이 아닌가 싶다. <김병재 영화평론가>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에 대한 의견 0

의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