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재 국방광장] 지형을 알아야 온전히 승리할 수 있다

입력 2017. 08. 23   17:06
업데이트 2017. 08. 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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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군 귀순용사의 증언식 강연을 들었다. 북한군 실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강연 후에는 북한지역의 지형에 관한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고급 군관 출신인 그는 지도를 보면서 주요 도로를 비롯한 지형지물과 지리적 특징, 그리고 주민들의 생활양식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우리는 지도상의 지명과 도로현황 외에도 지역주민의 성향과 교통수단, 경제활동 등 사회·문화적 특성까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知彼知己 百戰不殆, 知天知地 勝乃可全(지피지기 백전불태 지천지지 승내가전)’. 『손자병법』 지형편에 나오는 구절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고, 변화하는 자연의 현상과 지형을 알면 온전한 승리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병서에서 제시한 것처럼 온전한 승리를 위해서는 모든 작전요소와 전장 기능이 원활히 융합 또는 통합돼야 한다. 자연현상의 변화에 관한 데이터와 지형의 특성, 그리고 지역문화 등에 대한 이해와 준비도 잘돼 있어야 한다. 특히 북한지역은 해발 2000m 이상의 고지대가 즐비하고, 국경지대까지 펼쳐져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단순히 도상에 나타난 지명만 확인하고 넘어가서는 수박 겉핥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필자는 군 생활의 대부분을 최전방에서 보낸 야전군인이다. 훈련할 때나 주말을 이용해 근무지역 곳곳을 다녀보았기에 웬만한 현장은 눈을 감고도 선명하게 그려낼 수 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도 이번에 귀순용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지형 연구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 나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장차 통일의 주역이 될 초급간부들에게 지형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이에 관한 연구를 생활화하도록 할 필요성을 느꼈다. 지형을 모르고는 온전한 승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성·보수 교육기관에서는 지형 정보와 관련된 교육을 별도로 편성해 간부들에게 이해의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야전에서는 지형을 고려한 전투 수행방법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필자의 근무지인 동부전선은 험준한 산악으로 이루어져 있어 북한지역과 같은 고지대에서의 전투 수행방법을 발전시키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런 인식하에 우리 군단은 해발 1000m 고지가 넘는 매봉·한석산 전투를 비롯한 6·25 전사를 연구하고 현장 전술토의와 전승기념행사 등을 통해 전투 수행방법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등 작전지역 내 환경변화에도 관심을 갖고 작전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고 있다. 특히 키리졸브(KR)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 각종 훈련 직전에는 작전지역의 지형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간부교육을 선행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지피지기를 통한 전투 수행방법의 발전과정이 우리 군을 온전한 승리로 이끌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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