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한 대 없던 한국…국산 항공기 선호도 ‘고공행진’ 외국군 조종사 교육도 ‘엄지 척’

입력 2017. 06. 29   09:44
업데이트 2017. 06. 2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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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태국 공군 조종사 6명 T-50 수탁교육


 “T-50, 안정감·밸런스·기동력 갖춘 최고의 훈련기”

 

국산 항공기 T-50TH 4대 도입

태국 조종사에게1전비서 7주간 ‘T-50 전환훈련’ 이어

공군16전비서 10주간 수탁교육

 

2013년부터 4개국 53명

조종사에 11회 걸쳐 교육 지원

 

 

항공기 수출에 이은조종사 교육 등 완벽 후속 지원

국제기술협력기구도 운영국산 항공기·대한민국 호평 계속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항공기가 세계의 하늘을 가른다. 국산 항공기를 도입한 나라들은 우리의 항공우주기술을 배우고자 앞다퉈 한국을 찾는다. 6·25 전쟁 초기, 전투기 한 대가 없어 눈물을 삼켰던 시절에는 감히 꿈도 못 꿨던 일들이 현실이 됐다. 대한민국 공군은 지난해 조종사 양성 전 과정을 국산 항공기로 진행하는 한국형 비행교육체계를 구축해 자주 영공수호 실현을 향한 서막을 열었다. 또한, 다수의 해외 공군을 대상으로 국산 항공기 비행교육을 지원하는 강군으로 거듭났다. 27~28일, 태국 공군 조종사 6명에게 국산 항공기 T-50 수탁교육을 지원하고 있는 공군1전투비행단을 찾았다.



 


 

 


“한국 교관 조종사와 비행하니 실력 늘어”

28일, 한여름의 햇살이 눈부신 광주기지. 공군1전투비행단(이하 1전비) 활주로 동쪽 상공에서 골든이글(Golden Eagle) T-50이 하늘의 제왕 검독수리를 닮은 날렵한 모습을 드러냈다.

점점 활주로와 가까워지면서 착륙할 듯하던 T-50은 다시 우렁찬 엔진 소리를 흩뿌리며 창공으로 솟구쳤다. 조종기술의 기본인 이·착륙 능력을 숙달하는 ‘터치 앤 고(Touch and Go)’ 훈련이다.

곧이어 훈련을 마친 기체가 이글루로 진입했다. 조종석에는 한국과 태국 조종사가 탑승해 있었다. 전방석에 앉아있던 태국 공군 조종사 티라윳 카우사쿨(Teerayut Kausakul) 중령과 후방석에 앉아있던 김경태 소령(진)이 훈련의 열기로 땀에 흠뻑 젖은 서로를 바라봤다. 성공적인 훈련과 서로의 실력에 만족한 듯, 두 사람 모두 활짝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날 처음으로 T-50을 직접 조종해봤다는 카우사쿨 중령은 “T-50은 뛰어난 안정감과 밸런스, 기동력을 갖춘 최고의 훈련기”라며 “우수한 한국 교관 조종사와 함께 비행하며 내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교관으로서 카우사쿨 중령과 함께 비행한 김 소령(진)은 “태국 공군 조종사들의 배움에 대한 뜨거운 열정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공군은 이달 초부터 국산 항공기 T-50 계열인 T-50TH 4대를 한국으로부터 도입하는 태국의 조종사 6명에게 17주에 걸쳐 진행되는 수탁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F-16과 L-39이 주기종인 태국 조종사들은 1전비에서 7주간 ‘T-50 전환훈련’을 받고, 공군16전투비행단에서 10주 동안 본격적인 수탁교육에 돌입한다.

교육은 지상학술 교육 및 시뮬레이터 탑승을 시작으로, 항공기 특성을 파악하고 이착륙 능력을 구비하는 전환비행(TR: Transition Flight) 과목, 3차원의 공간에서 편대대형을 유지하는 편대비행(FD: Formation Demonstration) 과목 등 T-50 및 TA-50 기종전환을 위해 엄선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6명의 태국 조종사는 자국의 최신예 기종인 T-50TH를 능숙하게 운용하고 교육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에 파견된 태국 공군의 소수 정예 에이스들이다.

이들은 한국 공군 수탁교육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T-50TH 기종전환 교육을 마치고 본국에 돌아가면, 태국 공군 T-50 전술입문훈련과정(LIFT: Lead-In Fighter Training) 대대의 영광스러운 창설 멤버가 된다. 이날 비행한 카우사쿨 중령은 LIFT 대대의 지휘관으로, 나머지 조종사들은 시험비행 및 교관 조종사로 활약하며 태국 공군 학생조종사를 전투조종사로 양성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대부분 1000시간 이상의 비행시간을 보유한 베테랑 조종사들이지만, 17주라는 제한된 기간에 최대한 많은 것을 배워야 하기에 일과 시간에는 하늘을 날고, 밤에는 직무 관련 서적을 읽느라 정신이 없다.



 

 


비행훈련 지원, 군사외교 ‘초석’

이들과 1대1로 매칭돼 교육을 진행하는 우리 교관 조종사들도 최고의 인재들이다. 완벽한 기체 이해도와 빼어난 조종기술은 기본이고, 유창한 영어 구사 능력까지 갖춘 12명의 한국 교관 조종사가 태국 공군 조종사들과 함께 비행하며 세심한 수탁교육을 진행 중이다.

외국군 조종사 교육을 총괄하고 있는 1전비 문병철(소령) 통합교육훈련대대장은 “67년 전 6·25전쟁 발발 당시 전투기 한 대도 없던 나라가 항공 선진국 반열에 올라 다른 나라에 항공기를 수출하고, 비행교육까지 도울 수 있게 돼 정말 자랑스럽다”며 “우리 기술로 만든 T-50 항공기로 외국군의 비행훈련을 지원하는 것은 군사외교 측면에서도 엄청난 효과가 있고, 우리 조종사들의 자부심과 긍지 함양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탁교육을 받고 있는 태국 공군 조종사 자릿 뭉칼라시리(Jarit Mungkalasiri) 중령은 “비행이론부터 시뮬레이터 탑승, 교관 조종사와 함께하는 T-50 비행까지, 한국의 체계적인 비행교육체계 덕분에 낯선 비행환경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며 “T-50의 우수한 기동성능과 안정감을 바탕으로 태국에 돌아가 후배 조종사 양성에 힘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산 항공기 세계에서 맹활약

현재 T-50 계열 항공기를 도입 중이거나 운용하는 국가는 인도네시아·이라크·필리핀·태국 등 총 4개국이다. 필리핀에 수출된 FA-50을 비롯해 각국 공군의 요구사항에 맞게 T-50i(인도네시아), T-50IQ(이라크), T-50TH(태국)로 개조돼 총 56기의 항공기가 수출됐다. 국내 기술로 만든 우리 항공기들이 세계의 하늘에서 경공격기·전술입문훈련기 등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것.



공군, 신뢰도 증진·수출 환경 조성 박차

공군은 지난 2013년부터 5년 동안 T-50 계열 항공기를 도입한 국가의 조종사를 대상으로 11회에 걸쳐 비행 및 시뮬레이터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 공군에서 T-50 항공기 및 시뮬레이터 교육을 이수한 외국군 조종사는 인도네시아·필리핀·이라크·미국(Lockheed Martin) 등 총 4개국 53명이다. 현재 1전비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태국까지 포함하면 5개국 59명이 된다.

이렇듯 한국은 하드웨어(항공기)를 수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소프트웨어(조종사 교육, 기술지원 등)까지 완벽하게 후속 지원하고 있다. 특히 공군은 국산 항공기의 신뢰도 증진과 해외 수출 환경 조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공군군수사령부는 수출항공기에 대한 기술지원, 신뢰성 보장과 비행안전 정보 공유를 위한 국제기술협력기구 K-TCG(Korean-Technical Coordination Group) & SGM(Safety Group Meeting)을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회의에는 국산 항공기 구매국과 잠재 도입국이 참가해 한국의 기술지원과 비행안전 정보를 공유 받는다. 국산 항공기 도입국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연히 국산 항공기와 대한민국에 대한 해당 국가의 호평이 이어진다. 그리고 추가적인 항공기 도입까지 검토하게 된다. 이들의 주변국들도 한국 항공기를 도입하는 데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됨은 물론이다.

군사외교 측면에서도 한국 공군의 외국군 수탁교육은 큰 의미가 있다. 새로운 국산 항공기를 도입해 그 운용 기술을 배우러 한국을 찾아오는 조종사는 그야말로 그 나라에서 최고의 인재들이다.

1전비의 지휘관 강규식(준장·공사35기) 단장은 “수탁교육을 받은 외국군 조종사들은 그 나라에서 최고의 요직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보통 높은 자리에까지 올라 고급장교로 성장한다”며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가진 장교들이 세계로 퍼져나가 향후 대한민국과의 군사협력에 핵심적인 가교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강 단장은 “공군은 국산항공기 개발 초기 시험비행 임무는 물론이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운용으로 항공기 안전성을 검증, 국산 항공기의 품질과 해외 수출을 보증하게 된다”고 말했다.

태국 공군 나타폰 소령은 “수탁교육을 받으며 한국 공군 조종사와 특별한 우정을 느끼게 됐다”며 “태국으로 돌아가도 한국 조종사와 똑같은 T-50 항공기에 올라 임무를 수행한다는 깊은 유대감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골든이글(Golden Eagle),T-50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은 소리보다 빠르다. 마하 1.0으로 비행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직선거리 400㎞를 단 20분이면 주파할 수 있다.

하늘의 제왕 ‘검독수리’에서 유래한 ‘골든이글(Golden Eagle)’이라는 별칭과 함께 지난 2005년 전력화된 T-50은 우수한 기동력, 최신예 항공전자 장비를 바탕으로 한국 공군 조종사를 양성하는 고등비행훈련기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수출됐고, 막대한 규모인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 수주에서도 미국 보잉사와 일전을 벌이고 있다.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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