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트럼프, 한반도서 군사적 압박
요동치는 4월
5일 美 국가안보회의서 강경보수 인사 배넌 수석전략가 배제
6일 트럼프 美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만찬 중시리아 공습 사실 알려
7일 미·중 정상회담
8일 美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전단 한반도 급파
북핵·미사일 실험에 대한 압박용 관측
12일 미·중 정상회담 후 5일 만에 시진핑 주석과 이례적 전화통화, 한반도 정세 논의
트럼프 취임 후 국방예산 확충 등 ‘미국우선주의’ 최우선은 군사력
북핵·ICBM을 미국 최대 위협으로 간주… 관심과 자원 한반도에 집중
시진핑 중국 주석 방문 중 시리아 공격, 대북·대중 압박용으로 해석
미·중 정상회담 5일 만에 이례적 전화통화… 北 도발 임박 징후 관측도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 축이 요동을 치고 있다.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온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전격 배제된 데 이어, 6일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불러놓고선 시리아 샤이라트 공군기지를 향해 전격적으로 ‘토마호크’ 공격을 단행했다.
7일 미·중 정상회담을 끝낸 후 트럼프는 곧바로 시선을 돌려 다음날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전단을 한반도로 급파했다. 이 때문에 일본 등 인접국을 중심으로 ‘전쟁위기설’이 퍼졌고, 국내에선 임박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에 대한 대북·대중국 고강도 압박용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 5주년인 지난 13일 또는 김일성 주석 생일인 15일을 계기로 핵·미사일 도발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았다.
다행히도 두 기념일은 15일의 대규모 열병식과 다음날인 16일 미사일 발사 실패 수준으로 지나갔지만 오는 25일이 인민군 창설 85주년이기 때문에 북한이 미국의 고강도 압박과 중국의 압류에도 불구하고 6차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단행할 경우 ‘장미대선’을 앞둔 한반도는 새로운 차원의 안보위기에 노출 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지난 10년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대 외교안보정책의 기조였던 ‘전략적 인내’를 끝내고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우선주의)’, 즉 미국 중심의 안보·국방 정책으로 급격한 방향 전환을 도모해왔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내년도 국가 예산에서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부 예산을 29% 줄이고 국방예산을 10% 늘렸다. ‘미국우선주의’를 위한 군사력 확보를 최우선 순위에 둔 것이다. 나아가 ‘21세기 최고 군사전략가’로 불리는 맥매스터 신임 안보보좌관에게 국무부·국방부·예산까지 총괄하는 권한을 부여하면서 백악관 중심의 대외안보라인을 구축했다.
취임 후 3개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은 말 그대로 ‘혼란 상황’이었다. 그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라고 압박하고, 한·일 핵무장 발언 등을 통해 우방국들의 불안을 초래한 가운데 임기를 시작했다. 이후 스티브 배넌 같은 강경 보수 인사들이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임명되고 군 출신 인사들이 내각에 대거 포진하는 ‘파격’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 같은 ‘혼란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의 화학무기에 대해 발 빠른 대응을 하면서 우방국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평가로 바뀌고 있다. 우선 반(反)인륜적인 화학무기 사용을 59기의 토마호크 공격으로 응징한 것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인해줬다. 또한 공격 하루 전 영국·프랑스 등 우방국의 동의를 빠르게 이끌어낸 점도 미국의 외교력을 평가하는 계기가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한 백악관 내 강경 보수 인사인 배넌 수석전략가를 NSC에서 배제하고, 미 행정부 내 군 출신 ‘지략가’로 손꼽히는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매티스 국방장관이 미국의 외교안보 라인을 장악, 더 합리적인 군사·안보 전략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대신 배넌 수석전략가의 NSC 배제 결정으로 외교안보 정책 주도권을 놓고 백악관 내에서 그와 대립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백악관 안보라인에 대한 영향력이 강화됐다. 그는 워싱턴 정가에서 ‘군사적 선호가 있는 글로벌주의자’ 또는 ‘개입주의자’로 평가되고 있어 모두 군 출신인 안보보좌관·국방장관과 함께 대화보다는 군사적 응징을 선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안보 정책과 진용을 본격적으로 구축하자마자 그 관심과 자원을 한반도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 조사에서 북한을 최대 적대국으로 꼽을 정도로 북한에 대한 미국민의 반감이 크고, 북한의 핵과 ICBM을 미국 최대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미·중 정상회담 중 트럼프의 시리아 공격 결정엔 북핵·미사일에 대한 ‘보여주기식’ 대북·대중국 압박의 성격도 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워싱턴 정가에선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한 시점을 D데이로 잡은 점, 시 주석에게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은 반면 러시아엔 군사채널을 통해 미리 알린 점, 공격이 1회성에 그친 점 등을 들어 중국에 압박을 가하려는 ‘고도의 계산’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주요 2개국(G2)의 일원으로서 미국과 ‘신형대국관계’ 구축을 통한 ‘중국몽’ 실현이라는 성과를 중국에 가져가기를 기대했던 시 주석으로선 소위 ‘투명인간’의 수모를 당한 셈이다.
이후 트럼프는 핵항모 칼빈슨함 전단을 한반도로 급파한 데 이어 연일 북한에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트럼프는 11일 트위터를 통해 “북한은 화를 자초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도움을 준다면 매우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들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12일엔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미군은 세계 최강”이라며 “단언하건대 김정은은 실수하는 것이다. 큰 실수하는 것이다”라고 거듭 경고했다.
이에 북한은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이 이번에 또다시 핵항공모함 타격단을 조선반도 수역에 들이밀고 있는 것은 우리 공화국에 대한 미국의 무모한 침략책동이 엄중한 실천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미국이 자기의 횡포무도한 행위가 빚어낼 파국적 후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게 만들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정상회담 5일 만에 전화통화를 하며 한반도 정세를 논의, 다양한 관측을 낳았다. 불과 닷새 전 회담을 열었던 양국 정상이 전화통화를 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로 일각에서는 북한의 도발이 임박한 징후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일각에선 시 주석이 한반도 긴장 해소를 위해 모종의 제안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는 매우 좋은 사이라고 생각한다”며 “시 주석이 북한 문제 대처를 지원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에 경제적·정치적 압력을 가하는 대신 군사적 조치는 장기적으로 고려하는 대북 정책을 승인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왔다. WSJ는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나기 전에 이 같은 내용의 정책 보고서에 사인했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앞두고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하는 일은 없을 듯하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실제 핵·미사일 시험을 감행했을 땐 한반도 안보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존 소어스 전 영국 해외정보국(MI6) 국장은 10일 “북한은 시리아보다 세계 평화에 더 큰 위협”이라며 “미국이 한반도에서 새로운 전쟁으로 향하고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태형 뉴스1 국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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